소상공인도, 전문가도 불만…방역지침 '살짝' 완화한 정부의 고심
확진자 10만명대에도 방역지침 일부 완화
자영업자·소상공인, 의료 전문가 모두 '불만' 토로
김부겸 국무총리 "확산세 거세지만…거리두기 고통 외면 못 해"
"방역·의료체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최소한 조정"
[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10만명을 초과한 가운데, 정부가 방역지침 일부를 완화하는 결정을 내렸다. 확진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무턱대고 거리두기 조치를 풀 수는 없지만,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의 경제적 고통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영업자도, 의료 전문가들도 이같은 조치에 대해 '부족하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상황이라, 정부의 고심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18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10만9831명을 기록해 사상 최초로 10만명을 넘어서 11만명대에 근접했다. 일주일 전인 지난 11일(5만3920명)의 약 2배에 이르는 수치로, 일정 기간을 두고 확진자 수가 갑절로 불어나는 '더블링'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확진자 수는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국가수리과학연구소가 추산한 감염 추이 모델링 결과에 따르면, 이번 대유행의 정점 시기는 이전 예측치에 비해 더 늦춰지고, 정점은 더 높아져 오는 3월 중순께에는 일일 확진자 수가 최대 27만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위중증 환자 수는 이날 기준 385명으로 이틀째 300명대 후반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달 말 200명대에서 점진적인 증가세로 전환됐다. 앞으로도 확진자 수가 급격히 증가하면, 위중증 환자 수는 얼마나 늘어날지 예측하기 힘든 상태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이날 방역지침을 일부 완화하기로 했다. 오는 21일부터 3주간 적용되는 새로운 방역지침에 따르면, 식당·카페 등의 영업시간은 기존 오후 9시에서 오후 10시로 한 시간 늘어났다. 사적 모임 최대 인원인 6인은 그대로 유지된다.
코로나피해단체연대 등 중소상인 단체 회원들이 18일 정부 서울청사 앞에서 코로나19 피해로 인한 소상공인 부채의 해결을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문제는 이 조치를 두고 소상공인, 의료 전문가 모두 불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보인다는 데 있다.
소상공인연합회(소공연)은 이날 즉각 논평을 내고 "소공연은 일상회복위원회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영업제한 철폐를 촉구해 왔다. 이번 개편안에는 최소 밤 12시까지 영업시간을 늘려 단계적 일상 회복의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라며 "단순히 영업시간 한 시간 연장만으로 영업제한이 지속돼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은 깊은 실망과 허탈감을 감출 수 없다"라고 했다.
이어 "소상공인들에게 방역의 책임을 떠넘기는 현행 거리두기 방역 방침은 무의미해진다"며 "현행 방침은 가혹한 방침이므로 당장 중단돼야 마땅하다"라고 촉구했다.
'코로나 피해 자영업 총연대' 등 일부 자영업자 단체들은 지난 15일에도 서울 광화문에서 방역지침 철회를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연 바 있다. 이날 이들은 집단 삭발식을 진행하며 영업시간 제한 철폐, 자영업자·소상공인에 대한 정부의 손실보상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또 이런 요구들이 수용되지 않으면, 조정된 방역지침이 시행되는 오는 21일부터 소속 회원들을 중심으로 영업제한 시간을 무시한 '24시간 영업'에 나서겠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조정된 방역지침에 대해 반대 입장을 보인 것은 소상공인·자영업자들뿐만이 아니다. 의료계에서는 '현재 상황에서 방역을 완화하는 것은 지나치게 위험하다'며 반발의 목소리가 나왔다.
코로나19 일상회복지원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던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난 16일 스스로 직을 내려놓았다.
그는 18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정부의) 이런 (완화) 메시지가 나왔다는 것이 사실 큰 문제"라며 "오미크론의 유행 규모가 너무 커지게 되면 중증환자 규모도 따라서 올라갈 수밖에 없다. 정점에 이르렀을 때의 상황이 예측이 안 되니까 중증환자가 얼마나 갈지도 예측이 안 되는 상황이 돼 버린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김부겸 국무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이번주 들어 오미크론 확산세가 더욱 거세지고, 그동안 안정된 모습을 보여왔던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 수, 중환자병상 가동률 등 핵심 방역지표가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9주째 이어진 사회적 거리두기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극심한 고통이 누적되고 있는 현실도 외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김 총리는 "하루라도 먼저 민생의 숨통을 틔워 드리고 유행 상황을 충분히 관찰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 약 3주간 (새로운 방역지침을) 적용한다"라며 "정부는 확산일로에 있는 오미크론 유행이 정점을 지나 감소세로 전환되기 전까지는 현행 거리두기의 틀을 유지하기로 했지만, 깊어가는 민생경제의 어려움을 고려해 개편된 방역·의료체계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최소한의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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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정점을 지나 확산세가 꺾이는 모습이 확인되면 우리도 본격적인 거리두기 완화를 통해 일상으로 되돌아갈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힘든 코로나와의 싸움도 막바지로 접어들고 있다고 생각하고, 국민 여러분께서 조금만 더 힘을 모아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라고 거듭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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