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신변보호 대상자 범죄… 말뿐인 재발방지 약속
작년 12월 대응 매뉴얼 강화책
대구 이어 구로서도 잇단 사고
피해자 중심 대응책 개선 필요
일선 경찰관은 인력 부족 호소
[아시아경제 조성필 기자, 공병선 기자] 지난달 대구에서 경찰로부터 신변보호를 받던 여성이 이전 동거했던 남성에게 피습을 당한 데 이어 이번에는 스토킹 가해자가 신변보호 대상자를 살해하는 일이 벌어졌다. 경찰이 잇단 유사 사건으로 대응 강화책을 내놨음에도 한 달에 한 번 꼴로 신변보호 대상자에 대한 스토킹 강력 범죄가 반복 발생하면서 관련 법 제도 보완와 실효성 있는 대책 강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발생한 서울 구로구 40대 여성 살해사건은 가해자의 명백한 범행 징후를 검경이 놓친 결과 빚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전 남자친구였던 가해자는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검찰이 반려하면서 풀려난 지 이틀 만에 범행을 저질렀다. 경찰은 폭행·협박 피해를 신고한 A씨를 신변보호 대상자로 등록하고 스마트워치를 지급한 뒤 가해자를 현행범으로 체포해 검찰에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한다. 그런데 검찰은 일부 혐의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영장을 반려했다. 풀려난 가해자는 이후 A씨를 찾아가 범행을 저질렀다.
신변보호 대상자가 피습 당하는 사건은 최근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신변보호를 받던 한 여성이 서울 중구 자택에서 전 연인으로부터 스토킹을 당한 끝에 살해됐다. 그해 12월엔 서울 송파구에서 신변보호 대상자 가족이 변을 당했다. 김창룡 경찰청장이 재발 방지를 약속하며 직접 국민에 고개를 숙였고, 경찰은 대응 메뉴얼 강화책을 내놨다. 지난해 12월 일이다. 그러나 유사 사건은 대구에서 1달 채 되지 않아 되풀이됐고, 이번 서울 구로구에서 또다시 발생했다.
경찰이 지난해 말 발표한 신변보호 개선 방안에 담긴 내용은 이랬다. 피해자의 위험도를 매우높음·높음·보통으로 구분해 보호 조치를 시행하고, ▲인공지능 CCTV 설치 ▲스마트워치 지급 ▲맞춤형 순찰 등 조치를 취하는 것을 골자로 했다. 당시 현장에선 '허울 뿐인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실효성은 전혀 없는 정책을 기안해 말도 안되는 '신변보호'라는 자극적인 워딩으로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 경찰청 수준'인가"는 원색적 비난이 나오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대구에 이어 이번에 구로구에서 유사 사건이 재발하면서 대책의 실효성을 제기하는 목소리는 경찰 안팎으로 더욱 거세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법 제도 보완이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현재 경찰의 대응책이 '피해자 중심'으로 이뤄져 있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김도우 경남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의 신변보호 대응 메뉴얼은 가해자에게 경고를 할 수밖에 없는 구조일 뿐 흔히 말하는 '물리적 제재' 등 심각성을 인지할 수 있는 방안이 부재돼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너무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르다 보니 일종의 잠재적 범죄자에게 가할 법적 제재를 전무한 점도 문제"라고도 지적했다.
일선 경찰관들은 신변보호 조치에 실효적으로 대응하기엔 전담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호소한다. 실제 지난해 내려진 신변호조 조치 건수는 2만건을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연간 신변보호 조치 2만건은 전국 258개 경찰서를 기준으로 경찰서 1곳당 80명의 신변을 보호해야 하는 규모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찰관은 "신변보호 대상자 보호는 인력과 예산이 수반되도 될까말까한 문제"라며 "인력 충원은 물론 예산 증액도 없이, 지금과 같이 실효성 없는 정책으로 일관한다면 신변보호 대상자 피습 사건은 반복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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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구로구 40대 여성 살해사건 발생 이후 검경에 스토킹 범죄 대책을 주문했다. 이에 따라 대검찰청은 16일 일선 검찰청에 스토킹이나 성폭력, 보복범죄 등 강력사건 발생 초기부터 경찰과 협력해 피해자 보호 조치를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경찰청은 아직 대응 메뉴얼에 대한 추가 보완책 마련에 나서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청 관계자는 "대책 및 개선 마련 개념은 현재까지 없다"며 "이미 작년에 관련 메뉴얼을 발표하지 않았느냐"고 했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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