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딸깍발이] 현직 교도관이 전하는 '담장 안' 이야기…‘교도소에 들어가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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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익! 호출을 들은 기동타격대가 문신남을 제압했다. 피비린내가 코끝을 스치고 뚝 하고 어딘가 부러지는 둔탁한 소리가 여러 번 들렸다. 저자는 젓가락으로 자신의 다리를 자해하는 건장한 수용자를 만류하느라 회색 콘크리트 바닥을 이리저리 굴렀다. 출근 첫날 마주한 사람은 “5년 전 사람 세명을 죽이고 토막 낸 살인자”라고 했다.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나나요” 라는 질문에 선배 교도관은 오래 전 자신의 사수에게서 전달받은 수첩을 건넸다. 거기엔 이런 내용이 적혀 있었다. 1. 살인자를 제압하는 방법 2. 강간범과 대화할 때 필요한 것 3. 조폭과 마약사범에게 지시할 때 참고사항.


책 ‘교도소에 들어가는 중입니다’(봄름)는 신참 교도관이 교도소에서 겪은 일화를 상세하게 전하는 일상 기록이다. 그가 전하는 교도소 생활은 그야말로 정글이다. “늙어서 냄새난다며 화장실 앞에서 자라”고 협박하는 조직폭력범에게 맞아 “오른쪽 눈가가 심하게 부어 있고 실핏줄이 다 터져서 눈동자가 안 보일 정도”인 나이든 수용자가 안타까운 저자. 그러나 해당 노인의 죄명을 보고는 딜레마에 빠지고 만다. 유치원 여아를 칼로 협박해 자신의 원룸으로 데려가 몹쓸 짓을 했던 것. 조직폭력범이 징벌방에 가서 없어 요즘은 살만하다며 고맙다고 인사하는 그의 모습을 바라보며 저자는 “품고 살아가던 어떤 가치관 하나라 툭 하고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교도소에서 성인 잡지를 볼 수 있을까? 정답은 예스. 성폭력을 저질러 수감된 한 수용자는 “팔자 좋게 바닥에 누워 속옷만 입은 여성 사진이 가득한 잡지를 보며 시간을 보”냈다. 심지어 그 속엔 “미성년자들의 성행위”가 묘사되기도 했다. 당장 뺏어오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지만, 그런 책들은 모두 간행물윤리위원회에서 성인 구독 가능 잡지로 분류한 것들이라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교도소는 가지각색 사람들의 집합소다. 개중에는 교도소 수감이 벌이 아닌 돌봄으로 생각되는 사람도 있다. 양말을 3년간 단 한 번도 벗지 않아 양말과 발등 살이 달라 붙어버린 노숙자는 “이 곳에 들어와서 몇 년 만에 처음으로 온수로 개운하게 샤워했고 갓 지은 따뜻한 밥을 먹었다.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해 온갖 질병에 걸렸던 그에게 무료로 약품이 지급되고 병원 치료가 동반됐다.” 교도소에 들어오지 않았다면 무방비 상태에 놓였을 사람을 앞에 두고 저자는 생각했다. “그에게 구금이라는 형벌은 벌일까? 아니면 상일까?” 출소 몇 달 후 그 노숙자는 다시 교도소에 들어왔고 “그의 얼굴에는 절망감이나 아쉬움, 후회 따위는 전혀 묻어나지 않았다.”

재판에 자신의 아이들을 들러리로 세워 동정심을 유발하는 아버지도 있었다. “꼭 교복을 입고 오라고 했다”던 두 아들을 뒤에 두고 몸을 달달 떨며 병자 연기를 하는 죄수. 저자는 그 장면을 마치 영화 ‘유주얼 서스펙트’의 한 장면처럼 기억한다. 죄수는 “저 오늘 어땠어요? 판사한테 좀 어필이 된 거 같아요?”라고 거들먹거리며 법원을 빠져나왔다.


매일 같이 교도소에 수감된 아버지를 면회하는 학생도 있었다. 마치 “죄를 미워하되 사람을 미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표상 같았지만, 그 여학생의 입에서는 뜻밖의 말이 튀어나왔다. “저 여기 안 찾아오면 아버지한테 맞아 죽어요. (...) 아버지가 매일 면회를 오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는다고 했어요. 아르바이트비도 사장님한테 말해서 겨우 일당으로 받는 거예요.” 학생은 매일 같이 5만원의 영치금을 들고 교도소를 찾았다. 참고로 미결수용자 면회는 1일1회 가능하다.


죄수라고 다 같은 죄수는 아니다. 그들 나름의 등급이 있는데 최하위는 소아성범죄자다. 그들 말에 따르면 소아성범죄자는 인간 취급을 안 해준다. 다만 하루하루 같이 자고 먹고 운동하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보면 결국 그냥 살아가게 된단다. 이 말을 전해준, 늘 웃는 얼굴로 교도관들에게 서글서글한 태도를 보이던 수용자는 출소 후 민원인 자격으로 다시 찾아와 교도관들을 고소한다며 소란을 피웠다. 더 이상 “시간이 날 때마다 복도를 물걸레질하고 저녁때마다 반성문을 쓰는 사람”이 아니었다.


교도소화된 사람도 있다. 구속된 수용자들이 교도소의 문화를 수용하고 동조해 적응해나가는 과정을 일컫는 말이다. 그런 이들에겐 교도소의 형벌이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이른바 ‘법자’도 그중 하나인데, ‘법무부가 키운 자식들’인 그들은 어릴 적부터 교도소를 자주 들락거린 생계형 범죄자들을 지칭한다. 처음에는 절도나 무전취식, 중고거래 사기 정도로 들어왔던 사람들이 범죄에 대해 거부감이 없어지고 교도소 생활에 익숙해지면서 더 중한 범죄로 돌아오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갱생의 여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당신을 용서합니다. 드디어 당신을 용서할 수 있어서 오히려 제가 축복을 받은 거 같네요. 그리고 새로 태어난 기분입니다”라는 피해자의 편지를 받고 오열하는 수용자도 있다. 시비 끝에 피해자를 둔기로 때려 평생 걸을 수 없는 장애를 안긴 가해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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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수로 인한 습기와 벽 군데군데 검게 피어오른 곰팡이 때문에 숨 쉴 때마다 퀴퀴한 냄새가 공기를 따라 폐로 들어오는, 복도 천장에는 빼곡한 배관과 전선이 날 것 그대로 드러나 있고 여기저기 페인트가 벗겨져 건물의 속살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교도소의 일상을 교도관의 시선으로 전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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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에 들어가는 중입니다 | 김도영 지음 | 봄름 | 236쪽 | 1만4800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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