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현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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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감호자’ 신분으로 청송교도소에 수용돼 있던 A씨는 국가를 상대로 임금청구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교도소에서 3년간 비닐장갑을 포장하는 일을 했고 야간이나 휴일에도 일한 적이 많았다. 그 기간에 교도소에서 받은 돈은 2000만원 정도에 불과했다. 출소를 앞둔 A씨는 출소 후 자립에 보태고자 했다.


하지만 소송은 시작부터 험난했다. 법원이 A씨에게 ‘소송비용 담보제공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재판에서 지면 상대방의 변호사 보수 등 소송비용을 물어줘야 하는데, 막 소송이 시작된 단계인데도 그 돈을 미리 공탁하라는 것이었다. 당시 교도소에 있었던 A씨가 재판에서 진 후 소송비용을 물어주지 않을 것을 우려해 내려진 결정으로 보인다. A씨는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1100만원을 냈다. 출소 후 자립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 시작했던 소송이 오히려 사회에서의 새 삶을 위한 종잣돈을 담보잡히게 했다.

소송비용 때문에 본인이 일한 대가를 달라는 소송조차 포기해야 할지 고민하게 만드는 현재의 제도는 분명히 문제가 있다. 궁극적인 문제는 공익소송에서도 예외 없이 적용되는 ‘소송비용 패소자부담주의’에 있다. 패소하면 큰 금액의 소송비용을 물어줘야 하기 때문에 공익소송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 공익소송은 불특정 다수의 피해를 구제하고 사회적 약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등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다. 또한 공익소송에서 승소하면 그 이익은 소송의 당사자 외에도 다수의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나아가 전 국민에게 돌아간다. 따라서 우리 사회의 인권을 증진시키고 공익을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공익소송을 활성화시키는 것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그런데 소송비용이 공익소송의 족쇄가 되고 있다. 단적인 예가 ‘신안 염전노동자 사건’이다. 장애인을 염전에서 노예처럼 강제근로하게 한 것에 대해 국가배상청구를 한 이 사건은, 그 사회적인 의미가 결코 작지 않다. 하지만 피해자인 지체장애인들이 국가배상청구소송 1심에서 패소하자 법원은 소송 상대방인 신안군 측에 소송비용으로 700만원을 지급할 것을 명했다.

앞으로는 피해자들이 이런 소송을 망설이게 되는 것은 아닐지 우려된다. 공익소송은 법률이나 법원 판결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전향적 개선을 촉구하는 성격을 가지기 때문에 과거에는 인정되지 않았던 새로운 권리를 주창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패소하는 경우도 많다. 공익소송은 ‘계란으로 바위치기’가 되는 경우가 많다. 소용비용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소송을 시작하는 것도 어려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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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의 소송은 터무니없는 소송이었으니 단시간에 마무리됐을까? 아니다. 2018년에 시작된 소송은 4년 넘게 계속되고 있다. 최근 법원은 보호감호제도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내려진 이후에나 판결을 내릴 수 있겠다며 이를 기다려보자고 했다. 이 사건은 앞으로도 한동안 계속 진행될 것이며, 법원의 고민도 이어질 것이다. 그 과정에서 보호감호제도에 대한 우리 사회의 논의도 깊어질 것이다. A씨가 바위에 내려친 계란은 깨지지 않은 채 우리 사회에 묵직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것이 더 많은 ‘계란으로 바위치기’가 필요한 이유이며, 공익소송의 소송비용 문제가 해결돼야 하는 이유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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