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마스크 가격 올리고 초과수량 보관한 업자 무죄 확정… "범죄 증명 부족"
코로나 사태 발생 전 매입했고, 직원 1명뿐인 점 고려
[아시아경제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코로나19 확진자가 급격히 증가하며 '마스크 품귀' 현상이 빚어졌던 2020년 초 정부 고시를 위반해 2만여장의 마스크를 보관하다 적발돼 재판에 넘겨진 판매업자가 무죄를 선고받았다.
적발 당시 보관했던 마스크들이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훨씬 전에 매입한 것들인 데다가 직원이 1명뿐이어서 갑자기 판매량을 늘리기 어려웠다는 점에서 폭리를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마스크를 매점매석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물가안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마스크 판매업자 A씨의 상고심에서 범죄의 증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6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해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봐, 이를 무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며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춰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다"고 이유를 밝혔다.
천안시 서북구에서 전자상거래 방식으로 보건용 마스크 등을 판매하는 통신판매업자인 A씨는 코로나19의 국내 유행이 시작된 2020년 1월부터 3월 19일까지 월평균 판매량 8065개의 150%를 초과해 286.44%에 상당하는 KF80 등 마스크 2만1650개를 5일 이상 보관해 매점매석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기획재정부 고시에 따르면 마스크 판매업자는 월평균 판매량의 150%를 초과해 5일 이상 보관하는 행위가 금지돼 있었다.
검사는 A씨가 코로나19 사태 발생 전 개당 609원~779원에 판매하던 마스크 가격을 개당 3100원~4300원으로 5배 이상 올린 점과 충분한 재고수량을 갖고 있으면서도 쇼핑몰 사이트에 '일시 품절'이라는 글을 올리고 재입고 여부를 묻는 고객들의 질문에 '저희도 재입고 예정일이 확실하지 않아 확답을 못드리는 점 죄송합니다ㅠㅠ', '요즘 업체측도 마스크 구하기가 너무 힘드네요ㅠㅠ' 등 사실과 다른 내용의 글을 올린 점 등을 근거로 A씨를 기소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사실처럼 마스크를 초과 보관한 것은 사실이지만 폭리를 목적으로 매점매석한 것은 아니다"라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범죄에 대한 검사의 증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먼저 A씨가 보관하고 있던 마스크는 코로나19 사태 발생을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2019년 2~4월 초 사이에 매입한 것이었고,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2020년 1월 말 이후에는 A씨가 마스크를 매입하지 않았다는 점과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후에도 A씨가 마스크 판매를 중단하지 않았다는 점이 A씨가 폭리를 취하려는 의도로 마스크를 매점매석한 것이 아니라고 재판부가 판단하는 근거가 됐다.
2019년 3월부터 12월까지 총 7만5714개의 마스크를 판매했던 A씨는 고시 기준을 초과하는 마스크 보관이 문제됐던 2020년 1월부터 3월까지 2만1069개의 마스크를 판매해 평소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또 재판부는 A씨가 운영하는 쇼핑몰은 직원이 1명뿐이었기 때문에 판매량을 급격히 늘리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봤다.
그리고 마스크 가격을 올린 것 역시 수요에 비해 부족한 공급으로 발생한 결과일 뿐, A씨가 의도적으로 다른 판매업체보다 월등히 높은 가격을 설정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가 마스크 재입고 여부를 묻는 고객들의 질문에 허위 내용의 답변을 올린 사실은 인정했다. 하지만 이는 직원 1명과 쇼핑몰을 운영하는 A씨 입장에서 판매가 가능한 만큼만 주문을 받아 출고량을 조절하면서 고객에게는 자신이 운영하는 쇼핑몰의 규모가 작다는 것을 알리지 않기 위한 목적이었을 뿐, 폭리를 취하기 위해 마스크를 판매하지 않고 보관할 의도가 아니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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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심 재판부 역시 이 같은 1심의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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