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민우회 등 116개 단체, '여성 의제' 실종된 대선 정국 비판 위해 집회 개최
단체 및 개인 약 300여명 운집…"특정 성별·세대 가르는 정치 멈춰야"
남성단체 "페미니즘 반대"…'맞불 집회'도
문 대통령 "진정한 성평등으로 갈등 치유 위해 노력할 것…청년 문제 해결에 최선"

12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2022 페미니스트 주권행동'에 참가한 '청주페미니스트네트워크 걔네' 소속 시민이 '여성을 지우는 혐오정치 OUT'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12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2022 페미니스트 주권행동'에 참가한 '청주페미니스트네트워크 걔네' 소속 시민이 '여성을 지우는 혐오정치 OUT'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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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윤슬기 기자] "차별·혐오 정치 끝내자.", "페미니스트가 세상을 바꾼다."


12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여성단체 연대체인 '2022 페미니스트 주권 행동'이 집회를 열고 "제20대 대통령선거가 여성 혐오로 얼룩졌다"라며 대선 후보들을 규탄했다.

한국여성민우회,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등 116개 단체가 참여한 이번 집회는 '차별과 혐오, 증오 선동의 정치를 부수자'는 이름으로 집회를 열었다. 단체는 여성 문제 관련 퇴행적 행보를 보이는 정치권과 언론을 비판했다. 집회에는 여성 단체와 개인 등 300명가량이 참여했다.


'청주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걔네' 소속으로 집회에 참여한 20대 A씨는 "지역으로 갈수록 페미니즘이 파편화되는 모습을 보인다. 여성의 목소리가 지방에서는 더 작을 수밖에 없다"며 "'이대남'(20대 남자)들을 위한 의제 설정에만 집중하고, 여성을 외면하는 정치권을 비판하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고 밝혔다. 20대 이모씨도 "여성은 약자가 아니라 하고, 성차별은 없다고 하는 대선 후보의 발언에 분노해서 나왔다"며 "여성들의 겪는 성폭력 문제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이대남 목소리에 집중하는 건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2022 페미니스트 주권행동'이 나눠준 '제20대 대통령 선거 투표' 피켓에 한 시민이 '준석아 여자들이 만만하니?'라고 적었다. 사진=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2022 페미니스트 주권행동'이 나눠준 '제20대 대통령 선거 투표' 피켓에 한 시민이 '준석아 여자들이 만만하니?'라고 적었다. 사진=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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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자들은 특히 정치인의 '성별 갈라치기' 문제가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30대 B씨는 "여성 문제는 모른 척하고 표몰이를 위해 갈등을 정치에 이용하는 대표적인 정치인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참여자 20대 김모씨도 "예전에는 그래도 여성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페미니스트 대통령이라며 여성 의제에 관심을 보이기라도 했는데 지금은 그렇지도 않다. 오로지 '이대남'뿐 이다"고 목소리르 높였다.


'이대남'은 지난 4·7 재보선 이후 정치 전면에 부상한 세대론이다. 20대 남성의 72.5%가 당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이들의 강한 결속력은 정치권과 언론을 통해 부각된 바 있다. 이후에도 정치권은 '이대남'이 남성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내는 목소리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각각 '병사 월급 200만원', '여성가족부 폐지' 등 이들이 호응할 만한 공약을 제시하며 '이대남'에게 적극적인 구애 메시지를 보냈다.


이 같이 대선 후보들이 특정 세대·성별에 초점을 맞추면서 젠더 문제를 정치 도구화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여성연구자·활동가들은 지난 10일 영등포구 여성미래센터 소통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특히 윤 후보의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과 관련 "여가부는 적은 인력과 부족한 예산에도 불구하고 모성보호 3법 도입, 남녀고용평등법의 보완, 성매매방지법, 호주제 폐지 등과 같은 중요한 성과를 내 여성인권 개선에 크게 기여했다"며 "여성가족부 폐지 주장을 철회하고, 각 당의 대선후보는 성평등 정책의 실제적 확장을 위한 방안을 제시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남성과 함께하는 페미니즘' 활동가가 적은 '제20대 대통령 선거 투표' 피켓 문구. 사진=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남성과 함께하는 페미니즘' 활동가가 적은 '제20대 대통령 선거 투표' 피켓 문구. 사진=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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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남'은 페미니즘 정책에 강한 반발을 보인다고 분석돼 왔으나 시위에서는 페미니즘이 필요하다고 외치는 남성도 있었다. 자신을 '남성과 함께하는 페미니즘' 활동가라고 밝힌 이한씨(30)는 "성차별 문제를 개선하고자 나왔다"고 밝혔다. 이씨는 주최 측이 나눠준 이번 대선의 바람을 적는 '제20대 대통령 선거 투표' 피켓에 '페미니즘이 우리의 언어가 될거야! 페미니즘 교육, 국영수처럼!'이라고 적었다.


'2022 페미니스트 주권행동'의 집회 현장은 한 남성단체의 '맞불 집회'로 내내 혼란이 이어졌다. 남성단체는 정치적 페미니즘 규탄 집회를 열어 페미니즘의 반대를 외치거나 이 후보의 욕설 녹취록 등을 확성기로 크게 틀어놓았다.


30대 김모씨는 "여성들의 시위를 방해하고 불쾌하게 만들 목적으로 맞불 시위를 개최하는 것 같다"며 "누구나 집회의 자유를 보장받아야 하는 건 맞지만 저런 방식의 맞불 집회는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여성 시위에서 훼방을 놓는 남성단체의 행태가 여러 번 반복되다 보니 예전만큼 신경이 쓰이지는 않는다. 시위자들도 괘념치 않고 집중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여성단체 연대체인 '2022 페미니스트 주권행동'이 여성 의제가 실종된 이번 대선을 규탄하기 위해 집회를 열었다. 사진=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여성단체 연대체인 '2022 페미니스트 주권행동'이 여성 의제가 실종된 이번 대선을 규탄하기 위해 집회를 열었다. 사진=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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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정부도 '젠더 갈등' 문제가 심각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연합뉴스 및 세계 7대 통신사와의 서면인터뷰에서 "한국 사회에서 젠더 갈등이 청년층 사이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은 심각한 일"이라며 "청년들이 어렵고 특히 기회가 제약되니 여성과 남성 모두 '내가 성 차별의 피해자'라고 인식하는 것 같다"고 우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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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청년 세대의 어려움은 더 많은 기회와 공정의 믿음을 주지 못한 기성세대의 책임이지 남성 탓 또는 여성 탓이 아니다"며 "정부는 진정한 성평등을 통해 갈등을 치유하고 통합하는 노력을 기울이면서 극심한 경쟁 환경에 처한 청년들에게 일자리, 주거, 교육, 자산 형성 등 더 많은 기회가 보장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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