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사실을 왜곡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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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진수 선임기자] 일본 정부가 지난달 28일 기어이 사도광산을 유네스코 세계유산 후보로 추천하기로 결정하고 이어 이달 1일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에 추천서를 제출했다.


일본은 사도광산이 에도시대(1603∼1867) 일본 고유의 전통적 수공업으로 금을 생산한 산업유산이라고 높이 평가한다. 하지만 사도광산은 일제 강점기 조선인 강제노역의 피해 현장이기도 하다.

일본이 사도광산을 세계유산으로 등록하려는 것 자체에 반대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강제노역 등 사도광산의 ‘전체 역사’를 제대로 알리는 게 유네스코의 가치에 부합한다. 전체 역사란 일본의 관점뿐 아니라 조선인 강제징용 노동자 등 피해자의 시각까지 균형 있게 다뤄야 한다는 뜻이다.


일본은 세계유산센터에 사도광산 추천서를 제출하면서 대상 기간은 에도시대까지 한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제 강점기 조선인 강제노역 문제를 피하려는 ‘꼼수’인 것이다. 현재 사도광산 유적은 메이지시대(1868∼1912) 이후 만들어진 것이 대부분이다. 에도시대의 것은 적다.

일본은 이미 신뢰를 저버렸다. 일본은 2015년 7월 하시마(일명 군함도)탄광 등 메이지시대의 산업유산 시설 23곳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면서 강제징용 같은 역사도 함께 알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국제사회에 약속한 바 있다.


당시 사토 구니 주(駐)유네스코 일본 대사는 "1940년대 일부 시설에서 많은 한국인과 여타 국민이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동원돼 가혹한 조건 하에서 강제로 노역했다"며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정부의 징용정책 시행 사실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약속은 아직 이행되지 않고 있다.


일본 정부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메이지 일본의 산업혁명유산’ 관련 전문가 회의를 지난 7일 열었다. 여기서 전문가들은 전시 내용에 강한 유감을 표명한 유네스코 결의가 오히려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래서 조언한 말이 일본 정부가 유네스코 등의 이해를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특히 2012년 12월 자민당 재집권 이후 전쟁 중 가해 행위를 감추는 방향으로 역사교과서 수정에 나서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나 강제징용에 관한 책임 회피 전략으로 역사 왜곡을 조장해온 것이다.


세계유산은 인류가 공유해야 할 보편적 가치의 문화재를 보호하는 제도다. 일제 강점기는 제외하고 에도시대까지만 대상으로 세계유산에 등재하겠다는 것은 인간의 존엄, 객관적 진리 같은 유네스코의 가치를 훼손하는 짓이다. 세계유산 등재에 국가의 의도와 민족의식, 역사인식이 개입되기 십상이다. 하지만 이를 배제해야 진정한 세계유산이 될 수 있다.


일본은 일제 위안부 자료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막는답시고 제도 개혁까지 주도했다. 그 결과 지난해 4월 유네스코 가맹국에 의한 이의신청 제도가 도입됐다. 이에 따라 이의신청이 제기되면 당사국간 대화로 해결할 때까지 세계기록유산 등재 절차는 진행되지 못한다.


후속 조치로 같은 해 7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결정하는 세계유산위원회에서도 세계문화유산 등재 신청서 제출 전 당사국간 대화부터 촉구하는 지침이 채택됐다. 우리 정부가 양해하지 않으면 사도광산을 세계유산으로 인정받기가 사실상 어렵다. 일본으로서는 자승자박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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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을 왜곡할 수는 없다. 역사수정주의는 과거 일본의 책임을 부정하고 군국주의와 전쟁가능국가로 복귀하려는 일본의 움직임만 정당화할 뿐이다.


이진수 선임기자 comm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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