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에 기대가 안 생긴다"…선거 한 달 앞두고도 회복 못한 비호감도
李·尹 비호감도 나란히 58% 동률
김종인 "누가 당선되든 암울, 같은 최후 맞을 것"
"어떤 리스크가 더 위중한가에 따라 표 갈릴 듯"
[아시아경제 강주희 기자] "후보들에게 기대감이 생기지 않는다."
대선이 불과 한 달도 채 남지 않았지만, 여전히 '찍을 후보를 정하지 못했다'거나 '투표를 아예 할 생각이 없다'는 유권자가 적지 않다. 선거 운동 과정에서 유력 대선 후보들의 각종 의혹이 쏟아지고, 유권자의 표심을 사로잡을만한 뚜렷한 공약도 나오지 않으면서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라는 오명을 씻지 못하는 모양새다.
30대 직장인 임모씨는 거대 양당 후보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모두 찍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 후보의 경우 대장동 의혹부터 최근 배우자 리스크까지 도덕성 면에서 도무지 믿음이 가지 않는다"며 "윤 후보 역시 그동안 보여준 크고 작은 말실수와 젠더 문제에서 성별을 갈라치는 모습에서 신뢰가 떨어졌다"고 털어놨다.
임씨는 그렇다고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나 심상정 정의당 후보에게 표를 주고 싶은 것도 아니라고 했다. 그는 "두 후보가 속한 정당의 의석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당선되더라도 하고자 하는 바를 제대로 실현할 수 있을지 의문이 있다"라며 "정말 이렇게 고민을 많이 해야 했던 대선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임씨처럼 선거를 앞두고 어떤 후보를 찍을지 정하지 못한 부동층이 적지 않다. 유권자 5명 중 1명은 앞으로 진행될 대선 후보 TV토론을 시청한 뒤 지지 후보를 변경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칸타코리아가 서울경제 의뢰로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2차 TV 토론 시청 후 지지 후보를 바꿀 가능성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23.1%였다. '계속 지지하겠다'는 응답은 73.4%, 모름·무응답은 3.5%로 집계됐다.
이번 대선 후보들의 비호감도도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성인 남녀 1007명을 대상으로 지난 7~9일 실시한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이 후보와 윤 후보의 비호감도는 58% 동률로 나타났다. 안 후보는 47%, 심 후보는 57%였다. 호감도는 이 후보 39%, 윤 후보 40%, 안 후보 48%, 심 후보 37%로, 안 후보 빼고는 모두 호감도 보다 비호감도가 높았다. 특히 이 후보와 윤 후보는 지지율이 높은 후보들임에도 비호감도가 가장 높았다.
지상파 방송 3사가 공동 주최한 대선후보 TV토론회가 열린 지난 3일 서울 KBS 스튜디오에서 정의당 심상정(왼쪽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국민의힘,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토론회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원본보기 아이콘거대 양당 두 후보의 비호감도가 높은 이유는 후보들을 둘러싼 각종 의혹과 논란이 계속되면서 도덕성과 자질 면에서 신뢰를 얻지 못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후보는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에 이어 배우자 김혜경씨의 과잉 의전, 법인카드 유용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연일 야권과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이에 김씨가 지난 9일 직접 나와 대국민 사과까지 했으나, 구체적인 질문에는 즉답을 피하는 등 의혹을 해소할 중요한 알맹이는 빠져있는 사과라는 평가가 나왔다. 또 김씨에 대한 의혹이긴 하지만, 이 후보가 경기지사로 일했을 당시 경기도청에서 벌어진 사건이라는 점에서 이 후보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 많다.
윤 후보 역시 선거 운동 내내 크고 작은 구설에 휘말렸다. 특히 여성가족부, 여성할당제 폐지 등을 공약으로 내걸면서 젠더 이슈에 예민한 20·30세대의 성별 갈등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주택청약을 모르는 듯한 발언을 하거나, 최근에는 이미 기능별로 나누어져 있는 고등학교를 기술고·예술고·과학고 등으로 나눠야 한다고 말하는 등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발언으로 논란이 되기도 했다. 배우자 김건희씨가 허위 이력, 논문 표절,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등을 받는 점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일각에선 '후보가 누가 되든 기대감이 들지 않는다'는 비관론까지 나오고 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은 10일 저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 출판기념회에서 "어차피 양당 대선 후보 가운데 한 명이 당선될 텐데 누가 되더라도 나라의 앞날은 암울하다"고 내다봤다.
김 전 위원장은 "지금 후보들은 다 '나는 역대 대통령과 다를 것'이라고 자신하지만, 다 똑같은 최후를 맞이할 것"이라며 "누구는 가족과 이념집단이, 누군가는 일부 측근이 문고리 행세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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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는 이번 선거가 최선이 아닌 차악을 뽑는 선거에 머물렀다고 분석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대선을 불과 한 달 앞둔 시점에서도 부동층이 많다. 사실상 후보들이 국민 기대에 충분히 부합하지 못했다는 뜻"이라며 "두 후보의 리스크 중 어떤 걸 더 위중하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부동층의 표가 갈리게 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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