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대 오른 재택치료③

진료·약처방에 행정 문의까지
시간 지체 항의에 일일이 양해
병·의원 준비부족 불만 속출
재택치료자 감당하기에 벅차
보건소 49% "고도 스트레스"

정부가 코로나19 새 재택치료 체계를 가동한 10일 오후 서울특별시 동부병원에 마련된 재택치료 의료상담센터에서 의료진이 업무를 보고 있다. 서울시는 이날부터 일반 환자를 위한 '재택치료 의료상담센터' 두 곳(동부병원·서남병원)을 본격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정부가 코로나19 새 재택치료 체계를 가동한 10일 오후 서울특별시 동부병원에 마련된 재택치료 의료상담센터에서 의료진이 업무를 보고 있다. 서울시는 이날부터 일반 환자를 위한 '재택치료 의료상담센터' 두 곳(동부병원·서남병원)을 본격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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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은커녕 물 한잔 마실 시간도 없었어요. 환자 진료야 원래 우리 업무지만 콜센터기기는 처음 사용해 보는 터라 아직 익숙하지도 않고, 전화 벨이 계속 울리니 시간을 정해서 쉴 수도 없더라고요."


정부가 코로나19 확진 재택치료자를 '집중관리군'과 '일반관리군'으로 나누는 새 체계로 전환한 이틀째인 11일 오전 8시30분께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시립 동부병원 '재택치료 의료상담센터'에서는 전화벨이 쉴새 없이 울려댔다.

이곳에선 간호사 12명씩 3교대로 자리를 지키고, 의사 5명이 교대로 근무하며 24시간 재택치료 중인 환자들의 진료 상담을 제공하고 있다.


이민화 동부병원 수간호사는 "첫날인 어제는 초저녁부터 자정까지도 진료상담 전화가 많았고, 대부분의 환자들이 약 처방까지 받으셨다"며 "의사 진료가 필요한 환자는 연결해드린 뒤 약 처방이 나오면 약국에 처방전을 팩스로 보내고, 직접 약을 받으러 나오지 못하는 환자들에겐 보건소에서 약을 배송할 수 있도록 체크하는 일까지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병원 관계자는 "확진자가 더 많아지고 콜이 더 늘어나면 추가 인력을 배치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오미크론 변이 대유행에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현장에서 환자를 돌보는 보건소, 병·의원 인력은 물론 공공서비스 종사자들의 인력난이 우려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전날 기준 일반관리군 재택치료자가 전화 상담·처방을 받을 수 있는 동네 병·의원은 전국에 1900곳(호흡기전담클리닉 90곳 포함), 재택치료 의료상담센터가 145곳, 재택치료 관리의료기관 393곳이 비대면으로 확진자들의 진료를 맡고 있다. 코로나19 지정약국은 472곳이다. 다만 이들이 17만명을 웃도는 재택치료자를 모두 감당하기는 벅찬 상황이다.


서울의 경우 이날 기준 비대면 진료가 가능한 의료기관은 총 535곳으로 공지돼 있지만 이들 중 상당 수가 준비 부족, 또는 현장 외래환자 응대 등을 이유로 즉시 연결이 되지 않는다는 불만을 사고 있다. 지역별·자치구별 의료기관 수는 물론 병원이나 약국 수도 비대칭적이다. 서울에선 전화진료가 가능한 동네 병·의원 387곳 중 114곳이 송파구에 있지만 송파구의 지정약국은 2곳뿐이다. 반면 동작구는 지정약국은 4곳인데 병원은 2곳만 있다.


쉴틈없이 울리는 전화벨 … 벌써 과부하 걸린 의료상담센터 원본보기 아이콘

보건소는 한계, 동네의원도 혼란

코로나19 검사·진단·치료에 참여하고 있는 동네 병·의원들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서울의 한 호흡기 진료 지정 의료기관 관계자는 "문의하는 전화가 10~20통씩 들어오는데 지침이 수시로 뒤바뀌니 난감한 경우가 많다"면서 "환자도 환자지만, 확진자 전산 등록과 보건소 전송 등 행정업무도 상당히 부담된다"고 전했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도 "병·의원들조차 정부의 바뀐 지침을 언론 보도를 통해 알 정도로 혼란을 겪고 있다"며 "비대면 진료 등에 참여하는 동네 병·의원을 늘리려면 명확한 지침과 소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사태가 2년을 넘어가면서 보건소 인력은 진작에 한계에 다다랐다. 경기도와 서울대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 연구팀이 보건소 인력 51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식조사 결과, 응답자의 48.9%가 '즉각적인 도움이 필요한 고도의 스트레스 상태'에 놓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 방역당국 관계자는 "확진자 급증에 선별진료소와 역학조사, 상담인원 등 모두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방역체계 개편의 핵심 의료기기인 자가검사키트 생산도 인력난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수젠텍 관계자는 "생산 역량을 계속 늘리고 있어 정확한 가동률을 따지긴 어렵지만, 여전히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장비는 어떻게 구하더라도 인력 수급이 원활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진 10일 서울 시내 한 약국에 '코로나 재택치료 대비 가정 상비약' 상품이 판매되고 있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확진자가 하루 수만명씩 속출하자 방역당국은 감염 취약층에 치료 역량을 집중하는 체계로 대응방식을 전환했다. 재택치료자 중 60세 이상 연령층과 면역저하자, 50대 기저질환자 등을 제외한 확진자는 의료기관의 정기적인 모니터링을 받지 않는다. 또 해열제, 산소포화도 측정기 등이 포함된 재택치료 키트도 지급되지 않는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진 10일 서울 시내 한 약국에 '코로나 재택치료 대비 가정 상비약' 상품이 판매되고 있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확진자가 하루 수만명씩 속출하자 방역당국은 감염 취약층에 치료 역량을 집중하는 체계로 대응방식을 전환했다. 재택치료자 중 60세 이상 연령층과 면역저하자, 50대 기저질환자 등을 제외한 확진자는 의료기관의 정기적인 모니터링을 받지 않는다. 또 해열제, 산소포화도 측정기 등이 포함된 재택치료 키트도 지급되지 않는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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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필수인력 공백 대비해야"

정부는 최근 의료공백 사태를 막고 의료기관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의료인력 중 확진자의 근무도 일부 허용했다. 앞서 오미크론 변이 유행이 시작된 북미·유럽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공공분야 인력 공백이 대거 발생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지난달 코로나19 검사소에 군 병력을 투입했고, 뉴욕에서는 쓰레기 수거가 늦어지거나 소방관·구급대원 부족이 빚어졌다. 프랑스는 코로나19에 감염됐으나 무증상이거나 증상이 약한 의료진은 병원에서 계속 근무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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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대비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경찰·소방관·구급대원·보건인력 등 사회필수인력이 대거 감염 또는 격리될 경우에 대비해 이를 대체할 인력을 미리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어떤 조직이든 다수가 감염이 돼 마비가 될 수 있는 만큼 업무연속성계획(BCP)을 짜서 대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김영원 기자 fore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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