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청탁금지법상 非동일인 공여 금액 'n분의 1'로 계산해야"
돈 받은 고교 야구부 감독 대법서 무죄 확정… 돈 준 학부모회 회장도 무죄라는 취지
[아시아경제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청탁금지법상 동일인으로 인정할 수 없는 모임의 금품 제공 액수를 계산할 때에는 전체 액수를 구성원 수로 나는 금액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한 고등학교 야구부 학부모회 회장을 지낸 A씨가 자신의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에 대한 검사의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인용 결정했다고 31일 밝혔다.
헌재는 "피청구인(검사)이 2020년 5월 29일 창원지검 마산지청 2019년 형제OO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해 한 기소유예 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고 결정했다.
2016년 6월부터 2017년 8월까지 한 고등학교 야구부 학부모회 회장을 지낸 A씨는 2016년 10월부터 2017년 8월까지 한 번에 100만원 이상씩 모두 15번에 걸쳐 총 2540만원을 야구부 감독 B씨에게 제공한 혐의(청탁금지법 제8조 5항 위반)로 검찰 수사를 받았다.
검찰은 돈을 받은 B씨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반면 A씨에 대해서는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1회에 100만원, 1년에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 제공을 금지한 청탁금지법을 위반한 혐의는 인정되지만, 초범인데다 부정한 청탁의 목적이 없어 보인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기소유예 처분은 범죄 혐의는 인정되나 기소하지 않는 처분인 만큼 무죄를 주장한 A씨는 검사의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헌법소원을 냈다.
A씨는 B감독에게 금품을 제공한 주체는 개인인 자신이 아니라 학부모회였고, B감독에게 제공된 금액을 학부모회 구성원의 수(2016년 40명, 2017년 47명)로 나누면 자신이 제공한 금액은 한 번에 2만7000원 내지 11만9000원, 전체 금액은 59만1444원에 불과해 청탁금지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같은 이유로 검사의 기소유예 처분으로 자신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됐기 때문에 검사의 처분은 취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재판에 넘겨진 B감독에 대해 1심 법원은 '고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죄 판결을 선고했다. 항소심 법원은 ▲학부모회는 청탁금지법 제8조 1항의 동일인에 해당되지 않고 ▲B감독이 받은 돈을 선수의 수로 나누면 그가 선수 1인의 학부모로부터 받은 돈은 1회에 100만원 또는 매 회계연도마다 300만원을 초과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그리고 대법원은 이 같은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헌재도 청탁금지법상 동일인의 개념 등에 관한 법원의 판결이 옳다고 봤다.
헌재는 "청탁금지법 제8조 1항, 5항의 동일인은 문리해석상 동일한 자연인과 법인을 의미하는데, 학부모회는 법인에 해당되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그 회칙 및 목적에 비춰 볼 때 비법인 사단 또는 재단 등 독립한 단체로서의 조직과 독자성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며 법원의 판결을 인용했다.
A씨는 학부모회 회장을 맡아 학부모들이 연구비나 성과급 명목으로 낸 회비를 단순히 기계적으로 집행한 것일 뿐이고, B감독에게 제공된 금액을 학부모 회원의 수로 나눠 계산하면 청탁금지법 위반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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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는 "청탁금지법 제8조 1항에 규정된 동일인에 대한 법리 및 수사기록 상의 증거만으로는 피의사실을 인정하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청구인에게 청탁금지법 위반죄가 성립한다고 인정하고 이 사건 기소유예 처분을 했다"며 "그렇다면 이 사건 기소유예 처분에는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수사미진 또는 청탁금지법 조항에 대한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고, 그로 말미암아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됐다"고 인용 결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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