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톺아보기]부동산리스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4차산업이나 환경 분야에서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당 산업과 관련한 부동산리스로 업무를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
지난달 열린 여신금융회사 사장단 간담회에 참석한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밝힌 내용이다. 은행과 카드사의 진입으로 자동차(할부)리스 시장이 잠식당해 새로운 성장동력 개발이 절실한 캐피탈 업계는 박수로 화답했지만 감독규정 개정 등 실무적으로 적용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부동산리스를 대하는 당국의 태도가 바뀌고 있어 감독규정 개정까지는 이루어질 것이라 예상하면서도 그 시기와 수준은 기대에 못 미칠 것이라는, 딱 그 정도의 상황이 아닌가 싶다.
부동산리스가 국내에 첫 도입된 2009년에는 '세일즈 앤 리스백'(기업이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을 금융사가 매입하고 이를 다시 그 기업에게 임대하는 방식)만 가능했지만 2015년 규정 개정으로 범위와 대상이 확대됐다. 이처럼 캐피탈 회사의 부동산리스가 법적으로 가능함에도 2009년 이후 단 한 건의 부동산리스 취급 실적이 없는 데는, '리스자산(자동차 제외) 규모가 30% 이상인 회사에게만 부동산 리스를 허용한다'는 감독규정이 바뀌지 않은 이유가 크다.
지금이 리스자산 대부분이 설비리스 자산인 1980~90년대라면 30%룰 따위는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겠지만 설비리스 수요 자체가 급감해 그 빈자리를 대출과 기업금융이 자리하고 있는 상황에서의 30%룰은 넘기 어려운 허들임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30%룰을 유지해서는 부동산리스 취급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모를 리 없는 당국이 이제껏 규정을 바꾸지 않은 이유는 또 무엇일까? 필자의 생각으로는, 부동산리스 앞에 따라붙는 부동산이라는 검은 그림자 때문이 아닌가 싶다. 혹여 '금융이 부동산 투기에 앞장선다'고 애먼 소리를 하면 어떡할 것인가 하는 걱정 말이다. 하지만 이해는 이해일 뿐, 여론 걱정할 시간에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킬 정도로 정교하게 상품을 설계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드는 것 또한 솔직한 심정이다.
자동차를 소유하는 대신 사용료(리스료)를 내고 빌려 타듯 부동산을 리스회사에서 빌려 쓰는 시대가 멀지 않았다. 이제껏 자동차리스가 누렸던 영예는 머지않아 부동산리스로 넘어가리라 믿는다. 자동차리스를 제외하면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리스산업의 부흥 차원이 아니라 욕망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진 경제의 거품을 걷어내는 데에 리스만한 것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그리고 자율자동차와 빅데이터로 대표되는 4차산업혁명의 파고는 금융과 함께 해야 비로소 넘을 수 있는 무엇이다. 그 중심에 리스가 있다. 과거의 설비리스가 서버와 충전기에 한정됐다면 4차산업혁명기의 리스는 데이터센터와 충전소를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 4차산업 시설은 설비와 부동산을 나누기 어려운 속성을 갖고 있고 시설투자에 거액이 들어가기 때문에 부동산리스가 가장 경쟁력이 있는 금융 방식이다. 게다가 부동산리스는 과잉투자의 위험을 줄여 국민경제의 효율성까지 높인다지 않은가. 이렇듯 목표와 방향 그리고 합목적성 모두가 부동산리스 활성화를 재촉하고 있다. 30%룰과 세제(취득세 및 양도세) 문제의 해결방안이 조속히 마련되기를 촉구한다.
리스의 끝이 부동산이라면 부동산리스의 종착지는 주택이다. 시장의 규모로 보나 취급 난이도로 보나 주택이 부동산리스의 꽃임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 소유하지 않고 빌려 쓴다는 거래의 실질로만 본다면 지금의 임대차와 리스는 다를 바 없지만 임대료 수입과 자본이득(부동산처분이익) 모두를 목표로 하는 임대업과 달리 리스회사는 리스료 수입만을 기대한다는 점에서 비교우위를 갖고 있다. 작금의 부동산대란의 원인 중에 공급 부족이 있고 경쟁력 있는 임대주택의 공급이 부동산정책의 주요한 축을 담당하는 한 부동산리스 대상을 주택으로 확대하는 논의 역시 당장 이루어져야 할 사안이다. 정부의 재정 부담을 줄이면서 양질의 임대주택을 제공할 수 있다면, 그것이 임대료 상승의 고리를 원천 차단할 수 있는 방식이라면, 부동산리스가 아닌 뭔들 도입을 주저할 이유가 있겠는가?
2022년은 이 땅에 리스가 도입된 지 50년이 되는 해이다. 국내 민간설비투자의 25%를 책임질 정도로 설비금융의 중요한 축을 담당했던 리스산업이 이제는 국민경제의 막힌 혈맥을 뚫는 핵심적 금융수단으로 재도약 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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