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징계성 전직, 사유 있어도 소명 기회 안 줬다면 무효"
[아시아경제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상급자에 대한 항명 등을 이유로 근로자에게 내린 전보 조치를 취업규칙상 징계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면 해당 근로자에게 충분한 소명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징계 사유가 존재하는지 여부에 앞서 징계절차에서 요구되는 필수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면 그 자체로 위법해 무효라는 취지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소독·구충·방제 등 환경위생 서비스업체 (주)세스코가 중앙노동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전보 구제 재심판정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세스코)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1일 밝혔다.
재판부는 세스코의 상고를 기각하며 피고 측 보조참가자로 재판에 참여한 강모씨의 소송비용을 포함한 전체 소송비용도 세스코가 부담하도록 했다.
재판부는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취업규칙상 징계의 종류, 징계처분의 개념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다"고 이유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세스코는 2016년 12월 5개였던 권역별 지역본부를 8개로 확대하는 과정에서 85명의 지사장 중 3명을 새로 신설되는 지역본부 본부장으로 승진시켰다. 이 과정에서 평소 강씨와 사이가 좋지 않던 대전서부지사장 A씨가 신설된 충청지역본부장으로 승진했다.
세스코 대전동부지사장으로 근무하던 강씨는 자신보다 두 살이나 어리고 입사 시기도 늦은 A씨가 자신의 상관으로 승진하자 A씨의 취임식에서 A씨에 대한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다.
취임식 참석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강씨는 A씨가 먼저 악수를 청했지만 다른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악수를 거부했고, 전달사항 안내 문서에 오타가 있자 '이런 부분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진행하나, 자세가 제대로 안 돼 있는 것 같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그만두든지 본부장이 그만두든지 해야겠다. 내가 사표를 내"라고 반말을 하기도 했다.
또 강씨가 취임식에서 '본부장이 지사를 도와준다고 했는데 제대로 도와줄 거면 팬티 벗고 도와주던가 아니면 도와주지 마라'는 부적절한 언급을 해 분위기를 망쳤다는 증언도 나왔다.
강씨는 "본부에서 우리 지사에 목표를 많이 줘서 달성이 어렵고 지사 평가는 포기하겠다. 내가 나가든지 아니면 본부장이 나가든지 하면 될 것 아니냐"며 매출 목표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거나, 업무 지적을 하는 A씨에게 "그런 식으로 하지 마. 본부장이나 똑바로 해. 내가 그만두든지 본부장이 떠나든지 양단 택해야겠다"고 말했다는 게 다른 직원들의 증언이다.
결국 A씨는 2017년 3월 상급자인 고객서비스본부장 B씨에게 강씨의 언행에 대해 보고했고, 같은 해 10월 강씨가 자신의 지시를 따르지 않아 더 이상 같이 일하기 어려우니 대전동부지사장을 요체해 줄 것을 B씨에게 요청했다.
B씨는 충청 지역 다른 본부장 등의 평판조회를 거쳐 조직본부장에 대한 항명과 조직관리에 있어서의 리더십 문제를 이유로 강씨를 수도권남부지역본부 영업담당 부장으로 발령내기로 결정했다.
2017년 11월 1일 B씨는 본사에서 강씨와 면담을 갖고 같은 해 11월 11일자로 인사발령이 날 것이라고 통보했지만 강씨는 A씨와의 갈등 문제라면 받아들이겠지만 자신이 본부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대전동부지사 소속 지사원들이 자신에 대한 불평을 얘기했다는 사실은 수긍할 수 없다며 면담 자리를 이탈했다.
이후 회사가 인사발령을 내자 강씨는 연차휴가 사용에 이어 질병휴직을 승인받아 출근하지 않은 채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냈다.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는 잇따라 강씨의 손을 들어줬다. 결국 세스코는 법원에 중노위의 재심판정을 다투는 행정소송을 냈다.
하지만 1심을 맡은 서울행정법원과 2심을 맡은 서울고등법원은 중노위의 결정에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회사가 강씨에게 내린 인사명령은 취업규칙상 징계 처분으로 규정된 '전직'이나 '기타 징벌'에 해당되는데, 인사발령을 내면서 소명 기회 보장 등 정당한 징계절차를 따르지 않았기 때문에 무효라는 이유였다.
비록 징계의 종류를 구체적으로 정한 회사의 '인사위원회 운영지침'에는 '전직'을 징계의 종류로 정하고 있지 않지만 상위규범이라고 볼 수 있는 회사 취업규칙의 해석상 전직도 징계의 일종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세스코 취업규칙 제7.7조(해고 등의 제한 및 징계절차) 1항은 '회사는 정당한 사유 없이 직원에 대하여 해고, 정직, 전직, 감봉, 견책, 기타 징벌을 행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에서 세스코 측은 ▲강씨에 대한 인사발령은 직위 강등이 아닌 수평적 전보로 지사장 직책수당을 제외하면 임금상의 불이익이 없고 ▲원거리 발령이라는 점을 고려해 회삿돈으로 원룸을 임차해 2년간 무상으로 제공한 만큼 ▲강씨가 겪게 될 다소의 생활상 불이익은 관리자로서 감수해야 할 범위 내에 있다고 주장했다. 인사권자의 정당한 재량 범위 내에서 이뤄진 조치라는 취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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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법원은 강씨가 상급자인 A씨에게 무례한 언행을 하는 등 인사발령을 내야했던 상황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실질적으로 징계에 해당하는 전직 처분을 내리면서 충분한 변명의 기회 제공과 소명자료 제출 등 징계절차를 따르지 않았기 때문에 강씨에 대한 회사의 인사명령은 권리남용에 해당돼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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