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이 뼈 때렸다", "아닌데 집 사려고 영끌하는데" 등 다양한 의견
전문가 "집 구매 어려워지면자 현재의 만족을 추구하는 것…자기합리화 요인"

국내 한 샤넬 매장 앞에 긴 대기 줄이 서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국내 한 샤넬 매장 앞에 긴 대기 줄이 서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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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소영 기자] 최근 한 외신의 보도로 명품을 구입하기 위해 이른 시간부터 백화점 앞에 줄을 서서 기다리는 한국의 '오픈런' 현상이 재조명됐다. 매체는 명품 집착의 한 요인으로 '한국 집값 폭등으로 집을 살 수 없다는 상실감'을 꼽았다.


지난 15일(현지시각) 미국 블룸버그 통신은 한국 소비자가 명품에 열광하는 이유로 코로나19 관련 보복 소비와 문재인 대통령 정부 이후 급등한 집값을 이유로 지목했다. 블룸버그는 "지난해부터 한국에선 매장 문을 열자마자 9500달러(1100만원)짜리 핸드백을 구매하려는 사람들이 백화점 앞에 이른 시간부터 줄 서 기다리는 '오픈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와 함께 매장 앞에 길에 줄을 선 모습과 텐트를 친 사진을 담았다.

이어 "명품 소비 열풍은 코로나19 확산으로 해외 쇼핑이 제한되자, 약간의 돈이 남게 되면서 벌어졌다"라며 "샤넬코리아는 올해 특정 품목의 가격을 4차례 인상했지만, 이는 더 많은 수요를 불러일으켰다"고 분석했다.


지난 4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샤넬과 루이비통이 가격을 올리는 진짜 이유'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이들 브랜드는 가격 인상을 브랜드 이미지를 통제하고 고급스럽다는 인식을 보장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실제 '오픈런' 경험이 있다고 밝힌 직장인 김모씨(33)는 "2년 동안 휴가를 집에서 보냈다. 그동안 여행 못 간 거 생각하면 그 돈이 그 돈이고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대학생 박모씨(24) 역시 "아직 학생이고 원래 명품에 대해 큰 생각이 없었는데 하도 가격이 오른다니까 나중에 아예 못살까봐 두려운 마음이 들어 관심 갖기 시작했다"며 "내년되면 또 엄청 오를 것 같다"고 우려했다.


통신은 또 "한국의 집값 급등으로 20~30대가 결코 집을 살 수 없다는 상실감에 빠진 것도 명품에 집착하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KB금융그룹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한 2017년 6억700만원이던 서울 아파트의 평균 가격은 두배 이상 치솟아 11월 기준 12억4000만원으로 올랐다. 월평균 300만원을 버는 2030 세대에게 이는 막대한 부담"이라고 덧붙였다.


외신에서 구체적으로 한국의 집값 상승폭을 들자 누리꾼들의 다양한 반응이 쏟아졌다. 먼저 "와 저렇게 줄 서있는 사진까지, 오픈런 창피하다", "외신도 아는 한국 집값", "자기가 번 돈으로 명품 사는 게 뭐 어떻다고" 등의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 5월30일 오전 중구 신세계 백화점 명품관 앞에서 시민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지난 5월30일 오전 중구 신세계 백화점 명품관 앞에서 시민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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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누리꾼은 "명품집착이라는 말에 처음엔 좀 기분 나쁘기는 했는데 솔직히 저게 지금 우리의 현실이다. 외신이 뼈를 때린 것 같다"며 "알고는 있었지만 저 기사를 보면서 제 3자의 시선에서 바라본 것 같다. 많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어느 정도 보복심리가 있는 건 맞는 것 같다. 근데 저걸 집값까지 연결한 것은 좀 과했다고 본다. 아직 2030 영끌은 모르는 듯"이라고 밝혔다.


실제 관련 통계에서도 국내 명품 소비의 증가추세를 확인할 수 있다. 시장조사기업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한국의 명품 소비 규모는 142억 달러(한화 약 16조 8,000억원)로 전년보다 4.6% 증가했다. 이는 미국·캐나다·일본·프랑스·영국·이탈리아에 이어 세계에서 7번째 큰 시장 규모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국내 운영 중인 샤넬 매장은 단 9개이지만, 한국 샤넬은 지난해 전체 매출의 8.5%를 달성했다.


전문가는 명품런 현상에 소비자들의 과시심리가 반영됐다고 봤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이 같은 명품 소비 행태를 두고 "해외여행 등의 대체비용으로 명품소비를 하고 스트레스를 푸는 것"이라며 "또 과시 소비의 대표적인 상품인 명품을 통해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사회관계망 서비스(SNS) 등 온라인에서의 과시효과를 누린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나아가 '명품런'을 통해 '내가 이 사기 어려운 걸 샀다'는 점을 과시할 수 있어 (계속)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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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상승에 따른 보복소비라는 점에 대해선 "집을 구매하기 어려워지면서 그것을 포기하고 현재의 만족을 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이는 (집 구매가 어려워지자) 스스로 저축이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자기합리화 요인으로도 볼 수 있다"고 했다.


김소영 기자 sozero81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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