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 통일부 수난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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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두 개의 나라’를 기정사실화하는 듯한 분위기 속에서 지금 우리가 먼저 그런 경향성을 강화하는 명칭을 사용하는 것은 지혜롭다고 보기 어려워요. ‘남북관계부’라는 이름보다 ‘통일부’를 사용하는 것이 더 현실적입니다."


그야말로 ‘통일부 수난시대’다. 4개월 전에는 야당 대표가 ‘통일부 폐지론’을 꺼내놓더니 이제는 전 통일부 장관 등 여권 인사 사이에서도 통일부 명칭을 ‘남북관계부’로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 24일 기자간담회에서 직접 ‘변경 불가’ 입장을 밝히면서 불을 껐지만, 정권 교체기를 앞두고 통일부가 처한 난처한 상황을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통일부는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폐지론 또는 개명 대상으로 거론돼왔다. 이명박 정권 초기에는 폐지론이, 박근혜 인수위 내부에서는 남북관계부로 개명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정권 변화에 따라 대북 정책이 손바닥 뒤집듯 바뀌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진보 성향의 정권이 들어서면 대북 유화책을, 보수 성향 정권은 대북 강경책을 쓰며 냉온탕을 오갔다. 대선을 4개월여 앞두고 통일부의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가 다시 나오는 것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전부터 폐지·개명론을 주장해온 야권뿐만 아니라 진보 진영에서도 이 같은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의미심장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세현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이 ‘당장 통일이 실현 불가능하다’고 진단하고 남북관계부로 개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여권 대선후보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역시 최근 "통일을 지향하기는 너무 늦었다"고 했는데, 이는 정 전 부의장의 인식에 부합한다.

이 장관이 간담회에서 "‘두 개의 나라’를 기정사실화하는 듯한 분위기"를 언급할 만큼, 남북은 별개 국가가 되어가고 있다. 아니, 이미 그렇게 된 지 오래다. 가장 큰 이유는 남북간 국력차가 비교하기 무의미할 정도로 벌어졌기 때문이다. 개방 경제를 바탕으로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이자 문화 강국이 된 대한민국과 ‘자력갱생’을 외치며 국경을 닫아걸고 경제난을 겪고 있는 북한을 한 나라로 묶기란 쉽지 않다.


사회 내부 분위기도 그렇다. 북한은 김정은 시대 들어 ‘우리민족’ 대신 ‘우리국가’를 내세우며 ‘두 개의 국가’ 병립을 선언했고, 남 측에서도 젊은 층을 중심으로 ‘통일은 필요 없다’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퍼져가고 있다. 특히 최근 몇 년 새 ‘통일은 필요 없다’는 인식이 빠르게 확산됐다. 통일연구원의 ‘통일의식조사’에 따르면 사실상 ‘두 개의 국가’를 뜻하는 평화공존의 선호 비율은 2016년 43.1%에서 올해 4월 56.5%로 10%포인트 이상 증가한 반면 통일 선호 비율은 37.3%에서 25.4%로 하락했다. 특히 밀레니얼 세대의 경우 통일을 선호하는 비율은 12.4%로, 10명 중 1명꼴이었으며 평화공존을 선호한다는 답변이 71.4%에 달했다. 이런 상황에서 문 정부 들어 야심차게 추진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마저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2년 이상 공전하면서 통일부의 입지는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폐지론·개명론은 이 같은 현실 속에서 점차 힘을 더해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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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남북 통일은 그렇게 쉽게 포기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우리의 최종 목표로서의 통일은 분단의 역사를 극복하고 한반도에 평화 체제 구축, 대륙으로의 진출로 이어지게 할 핵심 고리다. 비록 단기간에 그 목표를 달성하기 힘들 것이란 게 현실적 인식이라해도 말이다. 그런 맥락에서 통일부의 위상이나 명칭을 바꾸는 일의 의미도 되새겨봐야 할 것이다. 내년 선거 결과가 나오면 또 다시 갑론을박이 나오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일부는 존속할 가능성 그리고 필요성이 높아 보인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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