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국의 선진국 외교 시금석이 될 중앙아시아
AD
원본보기 아이콘


1904년 핼퍼드 맥킨더는 영국 왕립지리학회에 기고한 논문을 통해 러시아를 비롯한 지금의 중앙아시아 지역을 심장지역(Heartland)이라고 칭하며 그 중요성을 조명했다. 심장지역을 지배하는 자가 주변부에 걸쳐 있는 반달형의 세계섬 지역을 지배하게 된다는 것인데, 주목할 것은 대영제국이 바로 그 세계섬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철도와 도로라는 당시 눈부시게 발전하던 육상교통이 거대한 유라시아 대륙에서 열강 간 권력지형에 혁명적 변화를 가져 올 것이라는 착상에서 그의 주장은 비롯됐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가 창시한 현대 지리학뿐만 아니라 국제정치와 국제안보에서 그의 영향력은 커져갔다. 그리고 맥킨더는 지정학의 선구자로 자리잡았다.


1990년 우리나라는 러시아와, 그리고 2년 뒤인 1992년에는 중앙아시아 5개국을 포함한 독립국가연합(CIS)의 여러 나라들과 수교를 맺었다. 맥킨더의 유명한 논문이 발표된 지 각각 86년과 88년이 지난 후, 소비에트연합이 봄날 눈 녹듯 사라지고 난 뒤다. 사해동포를 하나의 이념으로 통합시키고자 했던 공산주의가 물러가고 민족주의가 다시 돌아 온 땅에는 여러 나라들이 생겨났다. 과거 소비에트연합의 장막을 넘어갈 수 없었던 서방국가들은 앞다퉈 독립국가연합 나라들에 손을 내밀었다. 우리나라도 북방정책이라는 이름으로 몇 십 년 동안 단절됐던 지구의 반쪽과 다시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중앙아시아 5개국을 비롯한 독립국가연합의 나라들과 우리가 수교한 지 어언 30년이 지났다. 그동안 한국은 이 국가들과 정치, 경제, 사회, 외교 전 분야에 걸쳐 긴밀한 동반자적 관계를 맺어왔다. 특히 중앙아시아와의 경제협력은 ‘신북방정책’추진 이후 양과 질적인 측면 모두에서 진일보했다. 교역액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에서 5번째로 중요한 교역대상국이며, 최근에는 원자재 수입과 중간재·최종재 수출의 단순한 무역 구조에서 벗어나 제조업과 서비스업 전반에서 교역 대상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중앙아시아 국가에 대한 우리의 투자 역시 유의미하게 늘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협력 수준은 이 국가들의 경제 수준과 성장 잠재력을 볼 때 아직 그 가능성을 충분히 발현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발전 가능성이 높은 이 지역 국가들과 협력수준을 한 차원 높이기 위해서는 꾸준한 민간 협력 담보와 상호호혜적인 협력 기반 마련이 시급하다. 또 코로나 시대에 대두되고 있는 대전환의 시기에 이른바 ‘디지털 경제’및 ‘그린 경제’로의 전환은 시대적 요구로 여겨지고 있어 우리가 협력을 한 단계 높이는 기회로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왜 우리는 ‘심장지역’과의 협력을 강화해야 하는가. 단순히 양자가 협력의 잠재력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해서만은 아니다. 맥킨더의 전략적 사고는 영국이 당시 세계를 주름잡는 선진국이라는 사고의 틀에서 비롯된 것이다. 일국의 외교가 정책공간을 확대하려는 국가의 노력이라고 할 때, 중앙아시아와의 협력 강화는 한반도 중심의 사고를 넘어서 새로운 정책공간을 확대하려는 선진국 한국의 새로운 외교전략의 시금석이다. 그래서 중요하다.

AD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