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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공병선 기자] 지난 17일 한국거래소 여의도 사옥에서 ‘코스닥 세그먼트 제도’ 도입을 위한 세미나가 열렸다. 각계 전문가의 의견을 청취하고자 열린 자리인 만큼 다양한 비판도 나올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세그먼트 제도의 필요성만 강조할 뿐 누구도 ‘데블스 에드버킷’을 자처하지 않았다.


웃으며 진행된 세미나지만 한국거래소의 고민은 여실히 드러났다. 코스닥은 올해 1000선을 넘어섰지만 여전히 투자자들은 코스닥시장을 코스피의 2부시장으로 보거나 ‘단타’ 치기 좋은 시장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 나스닥과 같은 지위를 가지기 위해 질적 성장을 고려해야 할 시점이 온 것이다.

하지만 이대로 세그먼트가 만들어진다면 이도저도 아닌 제도가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아직 구체적 기준이 나오지 않았지만 배제되는 기업들의 소외감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세그먼트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이는 세그먼트에 편입된 종목에 자금이 쏠릴 수 있다는 우려를 스스로 드러낸 셈이다.


아마도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종목이 그대로 세그먼트에 편입될 가능성이 높다.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은 세그먼트에 포함되기 위해 어떻게든 한국거래소가 제시하는 정량적 기준에 맞추려고 할 것이고 그만한 여력도 가지고 있다.

그렇다고 혁신성을 지닌 작은 기업들에게 더 큰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기회를 안 줄 순 없다. 테슬라가 좋은 예다. 처음엔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하던 기업이었지만 나스닥 상장 후 꾸준히 자금을 끌어오고 사업에 투자했다. 현재 테슬라는 세계 증시를 흔들 만큼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코스닥도 이런 꿈을 꾸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세그먼트에서 배제되는 기업의 소외감을 신경쓰기 시작한다면 세그먼트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는 정책을 눈치보지 않고 내놓을 수 있을까? 시총 상위 종목이 빠지고 듣도 보도 못한 기업이 포함된다면 투자자들은 아우성을 칠 게 뻔하다.


답은 모두가 알고 있다. 인위적인 선 긋기가 아니라 기업이 성과를 내도록 기다려주면 된다는 것이다. 거품 논란이 있었지만 IT 붐이 일어났을 땐 IT업종이, 코로나19가 확산되자 바이오업종이 코스닥을 이끌었다. 이 모두 한 정부 기관이 주도적으로 만들어낸 흐름이 아니다. 코스닥에 상장된 기업 가운데 시대적 흐름에 따라 성과를 냈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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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나 중간 메타버스를 통해 한 투자자가 이런 질문을 던졌다. "코스닥 잘 나가는데 왜 이러세요?" 세미나 참가자들은 모두 웃었지만 말 속에 뼈가 있지 않나 싶다. 죽도 밥도 안될 세그먼트 제도를 도입하는 것보다 시장 감시를 더욱 꼼꼼히 하는 게 더 낫다는 의견 아닐까.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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