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하게 돌아갈 수 있을까" 발언에, '피해 망상' 비난 쏟아져
'사회 안전하다' 느끼는 여성 28% 불과
전문가 "여성 불안감 '사소한 일' 치부해선 안 돼"

여성가족부 젠더폭력 근절 캠페인 홍보 영상에 출연한 가수 전효성./사진=유튜브 캡처

여성가족부 젠더폭력 근절 캠페인 홍보 영상에 출연한 가수 전효성./사진=유튜브 캡처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강주희 기자] 여성가족부(여가부) 젠더폭력 근절 캠페인 홍보 영상에 출연한 가수 전효성을 향한 공격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유튜브에 올라온 해당 영상에는 전효성을 비난하는 댓글이 줄이어 달렸고, 최근 한 남성단체는 집회에서 전효성 사진과 조롱성 문구가 담긴 현수막을 내걸기도 했다.


이들은 전효성이 "밤늦게 귀가할 때 오늘도 내가 안전하게 살아서 잘 들어갈 수 있을까 걱정한다"라며 소신을 밝힌 것을 두고 '피해망상'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한국만큼 치안이 좋은 나라가 없는데, 과도한 불안을 조장하는 발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성범죄에 대한 불안과 우려를 표현한 것이 비난을 받을 일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전효성이 출연한 해당 영상은 여가부의 '희망그림 캠페인'으로, 성폭력과 성희롱, 디지털 성범죄, 데이트 폭력, 스토킹 등 젠더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기획됐다. 전효성은 데이트 폭력을 주제로 다룬 영상에 등장해 젠더폭력의 심각성과 경각심을 일깨우는 메시지를 전했다.


전효성은 "(데이트폭력 범죄에) 관대한 분위기 때문에 자칫하면 범죄의 이유를 피해자한테서 찾을 수 있다"라며 "범죄라는 건 엄연히 가해자의 잘못인데 '그 범죄가 일어난 이유는 너 때문이야'라고 (피해자가) 불필요한 시선을 받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본인이 꿈꾸는 안전한 사회'에 대해선 "어두워지면 집에 들어갈 때마다 '내가 오늘도 안전하게 살아서 잘 들어갈 수 있을까?' 생각을 한다. 다니고 싶을 때 다닐 수 있고, 사랑하고 싶을 때 사랑하고, 헤어지고 싶을 때 헤어질 수 있는 사회가 안전한 사회가 아닐까 싶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일부 누리꾼들은 "피해망상 있냐" "한국만큼 치안 좋은 나라가 없는데, 싫으면 다른 나라로 가라" "이 사람도 페미(페미니스트)인 듯" 등 전효성이 공포심을 부추기는 발언을 했다며 비난했다.


신남성연대는 지난 13일 신촌역 인근에서 집회를 열고 여가부 폐지를 주장하면서 무대 의상을 입은 전효성 사진과 '응. 누나. 페미코인 못 타'라는 조롱성 문구가 프린트된 현수막을 띄우기도 했다.


밤길 안전 귀가를 도와주는 '안심귀가 스카우트'./사진=연합뉴스

밤길 안전 귀가를 도와주는 '안심귀가 스카우트'./사진=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


그러나 성범죄에 대해 소신을 밝힌 것이 이렇게까지 공격받아야 할 일일까. 범죄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우려와 불안감을 가진 여성이 많다는 사실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21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에 따르면, '사회가 전반적으로 안전하다'고 느끼는 여성 비율은 27.6%에 불과했다. 특히, '범죄 안전' 인식의 경우 '매우 또는 비교적 안전하다'고 느끼는 여성은 21.6%에 그쳤다. 여성 10명 중 8~7명은 언제든 범죄에 노출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뜻이다. 남성의 경우 '사회가 안전하다'고 답한 비율은 32.1%로 여성이 느끼는 인식과 격차가 10%포인트로 컸다.


가정폭력을 비롯한 성폭력, 불법촬영, 데이트 폭력 등 범죄 발생 건수는 과거에 비해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범죄 피해자 성비는 여성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여성이 범죄에 관해 느끼는 공포를 '망상' 또는 '사소한 일'로 치부해선 안 되는 이유다.


이효린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사무국장은 "여성의 불안을 '피해망상'이라고 하는 것은 그동안 여성 대상 범죄와 이로 인한 여성의 불안이 얼마나 사소하게 여겨지고 축소됐는지 보여준다"라며 "개인의 의견을 말할 자유가 있는 국가에서 소신을 밝혔다는 이유로 매도와 공격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참담한 일이며, 명백한 폭력"이라고 지적했다.

AD

이어 "왜 여성 전반이 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는지 구조적 문제를 파악하고 사회 공감대를 형성해야 할 문제이지, 이것을 남성을 향한 공격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으며 누구도 그런 의도라고 말하지 않았다. 더욱 문제인 것은 이런 말도 안 되는 주장이 타당하고 합리적인 의견인 것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