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대선 교육공약에 대한 우려와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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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가 4개월도 안 남았다. 여야 모두 대선후보가 정해졌고, 이제는 선거공약 개발 경쟁이 한창이다. 선거공약 하면 기대보다 걱정이 앞선다. 하나는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에 관한 걱정이다. 정당의 이해관계를 반영한, 즉 정권을 잡기 위해 마구 터뜨리는 교육공약이 교육의 정치적 편향성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헌법을 수호해야 하는 대통령 후보가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위반하면서 교육공약을 남발하는 것이 타당한 일인지 의문이다.


다른 하나는 선거 때마다 등장한 교육공약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초래될 혼란에 대한 걱정이다. 교육은 일차적으로 과거의 문화유산을 전수하는 보수적 기능을 바탕으로 한다. 물론 교육을 통해 미래사회에 대비하고 사회를 개혁하는 동력을 키우기도 하지만 그런 기능은 아무래도 이차적이다. 안정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교육정책을 선거가 흔들어 놓았을 경우 결국 피해를 입은 것은 힘없는 학생들이었다.

문민정부 이후 정책에 반영됐던 교육공약은 긍정적이었던 것보다는 부정적이었던 것들이 더 많았다. 계층간·지역간 갈등을 초래했던 정책도 많았고, 여야의 충돌로 정치적 분열을 야기했던 정책도 많았다. 멀리 거슬러 올라가기 전에 현 정부만 봐도 그렇다. 자사고 폐지,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대학입시 개편, 고교학점제 조기 도입, 교육과정 개정 등의 정책을 우려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어떤 정당이나 대통령의 업적으로 치부되는 교육정책 대부분은 그 정당이나 그 대통령의 정책이라기보다는 어떤 정당이 집권했든, 어떤 대통령이 당선되었든 추진할 수밖에 없었던 정책들이다. 이미 정부 내에서 추진을 준비해왔던 정책이었다는 말이다. 혼란을 초래했고 정권이 끝나면 바로 폐기되었던 정책들은 준비가 안 된 상황에도 공약이라는 이름으로 무리하게 밀어붙여 추진했던 것들이다.

가능한 한 정치가 교육에 대한 개입을 자제할 때 교육은 혼란없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 교육전문가들이 각 캠프에 참여해서 개발한 교육공약 대부분은 정치적 편향성을 피하기 어렵다. 교육전문가가 캠프에 참여하는 동기가 정치적일 수 있고, 현실적으로 후보의 정치적 성향에 맞는 차별화된 공약을 개발하려면 어느 정도 정치적 편향성을 가진 전문가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과거 30여년을 돌이켜볼 때 가장 성공적인 교육공약은 교육재정 확충과 같이 정치적 편향 없이 교육을 지원하는 공약이었다. 문민정부의 교육재정 국민총생산(GNP) 5% 확보 공약은 교육의 질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다는 평가다. 학급당 인원 감축 등 교육환경 개선, 중학교 의무교육 완성, 누리과정 도입, 고교 무상교육 실시 등 굵직한 교육정책들이 교육재정 GNP 5% 확보와 무관하지 않다. 국민의 정부의 교육재정 GNP 6% 공약의 성과 또한 같은 맥락이다.


반면, 선거공약의 일환으로 무리하게 추진된 반값등록금정책은 대학교육을 황폐화시켰다. 이번 대선 교육공약의 주제는 대학재정 확충으로 모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을 신설하여 대학 재정을 안정적으로 확보하여 빈사 상태의 대학을 다시 살릴 수 있다면, 어떤 교육공약보다 장기적으로 폭넓은 국민적 지지를 받을 것이다.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신설 공약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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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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