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섭 ‘모두를 위한 게임 취급 설명서’

그 자체로 책 전체 내용을 함축하는 문장이 있는가 하면, 단숨에 독자의 마음에 가닿아 책과의 접점을 만드는 문장이 있습니다. 책에서 그런 유의미한 문장을 발췌해 소개합니다. - 편집자주


[책 한 모금] ‘게임은 문화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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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린다. 정부는 산업을 지원하면서도, 학부모들의 요구에 따라 게임을 규제해 왔다. 한쪽에선 게이머를 잠재적 강력범죄자나 중독자로 보지만, 다른 한쪽에선 “게임은 문화”라고 외친다. 저자는 이해관계와 입장에 따라 갈리는 게임에 관한 담론을 명쾌하게 풀어낸다. 게임을 이루는 요소가 무엇이고, 게이머는 누구인지, 게임에 대한 사회적 논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대중의 눈높이에서 설명한다.

“게임에 대한 검열이 잘못되었다고 주장하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부당한 검열이고, 어떤 것이 논의해볼 만한 이야기인지 정도는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구분 속에서의 토론을 통해 합리적 기준을 만들어가는 것이 업계와 팬 모두를 위해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현재 게임계의 대응은 이 두 가지를 그냥 모두 ‘검열’로 퉁치고 있는 것에 가깝다. 여기서 일어나는 한 가지 얄궂은 일은, 게이머들이 ‘내 맘대로 게임할 권리’를 외치며 검열에 분노할 때 그것이 권력에게는 별다른 타격이 되지 못하지만, 소수자들에게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게이머에게는 같은 검열에 대한 저항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차별에 동참할 뿐인 결과가 벌어진다는 것이다.” <200쪽>


“‘게임은 문화다’ 캠페인이 초라해지는 것은 이런 상황 때문이다. 우리는 무엇을 ‘게임문화’라고 자신 있게 소개할 수 있을까? 언제나 욕설로 뒤범벅되는 게시판과 채팅창인가, 남성 중심적 게임 커뮤니티의 집단 트롤링인가, 여성 게이머에 대한 성폭력인가? 그저 변호사나 의사가 게임을 하면 게임은 문화가 되는가?

이것이 다 게임 탓이라는 것은 사실 앞뒤가 바뀐 말이다. 오히려 세상이 게임에 반영되고 있다. 현실의 여성과 소수자에 대한 혐오가, 현실의 스트레스와 분노가, 현실의 능력주의와 약강강약의 비열함이 자신의 한계를 벗어나 자유롭게 날아다닐 수 있다는 사이버 세상 속에서도 그 지긋지긋한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한 가지만큼은 확실하다. 오늘날 게임과 게임을 하는 사람들은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데에 그다지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 게임에는 그럴 수 있는 잠재력이 있고, 이미 그런 잠재력을 보여준 많은 게임이 있었음에도 말이다.“ <234~23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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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섭 지음/한겨레출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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