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에너지·헬스케어 3사 독자노선
부채 축소 한계 속 분할 배수진
"수년간 구조조정 행보의 마침표"

[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미국 제너럴 일렉트릭(GE)이 항공·에너지·헬스케어에 주력하는 3개 기업으로 분할해 독자 경영에 나선다. 이어지는 매출 급감 속 부채 축소 노력이 한계에 다다르자 생존 자체가 위협 받을 수 있다는 위기감에 ‘기업 분할’이라는 마지막 배수진을 친 것이다. 미 제조업의 상징과도 같았던 GE의 분할 결정에 시장에서는 ‘문어발식 경영시대’가 막을 내린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이날 GE는 2024년 초까지 단계적으로 에너지·전력, 헬스케어 사업 부문을 각각 분리, 상장한다고 발표했다.

존속 법인인 항공사업 부문이 ‘GE’라는 사명을 유지하며, 헬스케어 부문의 지분 19.9%를 가져갈 계획이다. 로런스 컬프 주니어 GE 최고경영자(CEO)가 항공 부문을 이끌면서 헬스케어 부문의 비상임 의장을 맡게 된다.


美GE 분할…'문어발식 경영시대' 막 내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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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기업 분할 결정은 부채를 줄이고 실적과 무너진 주가 회복을 위한 자구책 차원이다.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지난 2009년 이후 S&P 500 지수가 연평균 9% 상승하는 동안 GE 주가는 연평균 2%씩 하락했다.

2008년 1800억달러가 넘었던 매출액은 지난해 796억달러로 절반 이상 급감했다. GE는 실적과 재무 개선을 통해 2023년까지 부채총계를 950억달러 수준까지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WSJ는 이번 분할 결정이 '2018년부터 수년 간 이어온 전사적인 구조조정 행보의 마침표를 찍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GE는 1892년 에디슨이 세운 전기소비기구 사업을 모태로 가전, 의료기기, 항공·자동차 엔진, 원자연료, 원자력 발전 설비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제조업 분야에 진출하며 세계 최대 제조업체로 성장했다.


1930년대 들어서는 금융업에도 진출해 자회사로 GE캐피털을 두는 등 공격적 확장 전략을 기반으로 사세를 키웠으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돈줄이었던 캐피털 사업에서 회복 불능의 손실을 입고 2018년부터 고강도 구조조정을 이어오고 있다.


미 제조업의 상징과도 같았던 GE가 기업 해체 수준의 분할 결정을 내린 것은 더 이상 ‘GE식 모델’이 살아남기 힘들다는 것을 의미한다. WSJ는 사업 분야를 무한정 확장하는 대기업에 가해지던 압박이 플랫폼과 기술 기반으로 다양한 영역에 진출,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는 구글, 아마존과 같은 빅테크 기업들로 옮겨가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분석했다.


월가 투자자들도 GE처럼 문어발식 확장으로 사세를 키워 온 대기업들에 대해 비판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들은 사업 운영이나 조직을 단순화하고 주력 사업과 연관성이 낮은 사업부를 분할 또는 매각하도록 기업들에 직접적인 압력을 가하기도 했다.


미 자산운용사 토머스 로 프라이스의 주식 및 멀티에셋 부문 최고투자책임자(CIO)인 데이비드 지록스는 "기업들이 GE식 대기업 모델에서 도망치고 있다"며 "성장성이 낮은 사업부를 매각하거나, 운영 간소화를 위한 인적·물적 분할의 움직임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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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고민은 GE 최고경영자(CEO)인 로런스 컬프 주니어가 이날 발표한 보도자료에도 담겼다. 그는 "업계를 선도하는 글로벌 3개 기업을 설립함으로써 운영에 있어 더 높은 집중도와 전략적 유연성, 자본 활용 측면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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