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장보기 무서워요" 치솟는 물가…서민들 '한숨'
10월 소비자물가, 1년 전보다 3.2% 올라 '9년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
소비자들 "한 번 오르면 안 떨어진다", "더 싼 거 찾느라 장보는 시간 늘었다"
전문가 "위축소비 우려, 상당기간 지속될 물가상승 단축시킬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 필요"
[아시아경제 김소영 기자] "정말 너무 올랐네요." , "한숨부터 나옵니다."
고공행진하는 물가에 서민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서울 마포구 일대에서 장을 보는 시민들은 입을 모아 "대체 안 오른 게 없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물가 안정 가능성에 대해선 "한 번 오르면 떨어지지 않는다"는 부정적인 전망이 다수였다.
통계청이 지난 2일 발표한 '10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8.97(2015=100)로 1년 전보다 3.2% 상승했다. 이는 2012년 1월(3.3%) 이후 9년 9개월 만에 최대 상승이다. 여기에는 유가 상승과 지난해 10월 통신비 지원에 따른 기저효과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에 대해 "지난해 통신비 지원에 따른 일시적 기저효과를 제외하면 10월 물가 상승률은 9월의 2.5%와 유사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체감물가를 설명하는 '생활물가'도 4.6% 증가하는 등 높아진 물가에 장을 보는 소비자들이 느끼는 부담은 그보다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11년 8월(5.2%) 이후 10년2개월 만의 최대 상승폭이다.
이날(5일) 찾은 마포구의 한 대형마트에선 장을 보는 시민들이 매장 진열대에서 한참을 서서 고민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정모씨(67·4인 가구)는 "시장가는 게 하루가 다르게 걱정된다. 작년만해도 이렇게 까지 안 했는데 올해 너무 힘들다. 오늘은 또 얼마하려나 이런 마음"이라며 "그래서 일단 오면 꼼꼼히 본다. 요즘 장보는 시간이 늘은 것 같다. 뭐가 더 싼가 하고 (비교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저희는 주로 집에서 먹어서 (물가상승) 많이 느낀다. 서민들이 먹는 거 라면이니 야채 같은 거 콩나물, 두부 이런 게 많이 올랐다. 고추나 마늘, 새우젓도 많이 올랐고 쪽파 같은 게 예전에는 5000원 했다 하면 지금은 11000원이다"라고 한숨 쉬었다.
유제품 코너에서 물건들을 한참 뒤적이던 정모씨(64·3인 가구) 역시 "도시락도 싸고 있고 집밥 비중이 엄청 늘었다. 과일이 특히 비싸다. 채소도 뭐고 안 비싼 게 없다. 한 번 올라가면 떨어질 생각을 안 한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농산물은 배추(-44.6%), 사과(-15.5%), 파(-36.6%) 등 가격이 전년동기대비 6.3% 하락했지만 달걀(33.4%), 돼지고기(12.2%), 국산 쇠고기(9.0%), 수입 쇠고기(17.7%) 등 축산물은 평균 13.3% 상승세를 보였다.
다가오는 김장철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앞서 만난 정모씨는 "한 번 (물가를) 올려놓으니까 계란파동 때도 그렇고 잘 안 떨어지더라. 5판씩 먹던 계란을 요즘은 1판도 아껴먹는다"며 "김장을 매년 하는데 걱정이다. 양을 조금 줄여야 한다. 항상 20kg에 5박스정도 하고 그랬는데 3박스정도 하려고 생각 중"이라고 털어놨다.
비교적 온라인 쇼핑을 많이 이용하는 젊은 층에서도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김모씨(27·2인 가구)는 "사실 온라인이 좀 싸게 나오는 것도 많고 할인도 해서 주로 그렇게 구매하고 마트는 오랜만에 나온 것"이라며 "늘 비슷한 정도로 사는데 요즘은 최종 금액을 보면 예전보다 많이 늘었다는 걸 느낀다"고 말했다.
마포구의 한 시장에 들어서자 배추 한 포기의 가격을 물은 손님이 '3000원'이라는 대답이 돌아오자 이내 돌아서는 모습이 보였다. 채소 가게를 운영하는 배모씨(46)는 "요새요? 요새 (손님들이) 가격에 되게 민감하다. 물건만 보는 게 아니고 일단 가격부터 물어본다"고 말했다.
배씨는 김장을 하는 가구가 줄었다며 이른바 '김장특수'에 대한 낮은 기대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요즘은 그런 게 없다. 김장을 크게 하지 않고 하면 10포기 이런 식으로 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를 시장변동에 따른 불가피한 수순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마트 운영자 임모씨(60)는 "경영하는 입장에서 많이 어렵다. 매출도 줄고 야채, 과일, 생식품은 눈으로 보고 사려는 사람들이 많기는 한데 젊은 사람들은 다 인터넷 쇼핑으로 하고 장 보러 오시는 분들은 다 나이드신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사실은 농사짓는 사람들이 제일 불쌍하다. 요즘 공산품도 이렇게 오르는데 야채, 과일도 올라야 맞다고 생각한다"며 "모든 게 세상 돌아가는 것에 비례한다고 본다. 다 오르는데 야채 과일만 안 오를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물가가 곧 안정세에 접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지난 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농·축·수산물 가격은 안정세를 보였으나 석유류, 가공식품 등 공업제품과 개인 서비스 오름세가 이어졌다"며 "지난해 10월 통신비 지원에 따른 기저효과로 공공서비스 가격 오름세가 많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11월부터는 통신비 지원 기저효과가 줄어들고 유류세 인하 등 정부의 각종 가격 안정 조치도 물가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는 위축소비에 대한 우려와 함께 물가 안정화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물가 지수 산정에는 공공 서비스 등도 포함돼 있어 실제 체감물가는 높을 수밖에 없다"며 "지금 경기가 좋지 않은데 물가가 올라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서민 계층은 소비에 있어서 굉장히 제한이 많이 되고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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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특히 수입 등 공급면의 관리가 제대로 안 된 것 같다. 앞으로 이러한 물가상승세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면서 "그럼에도 그 기간을 단축시키기 위해선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 또한 유동성을 줄이기 위한 대책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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