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들, 업무 단톡방서 여성 사진 공유하며 음란 대화
전문가 "조직 내 성인지 감수성 결여, 경각심 갖고 재발방지해야"

일반인 여성 사진을 공유하고 음담패설을 나눈 인천 중부 소방서 구조대원들의 단체대화방. /사진=YTN 방송 화면 캡처

일반인 여성 사진을 공유하고 음담패설을 나눈 인천 중부 소방서 구조대원들의 단체대화방. /사진=YTN 방송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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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강주희 기자] 소방관들이 일반인 여성을 몰래 촬영해 단체대화방에 공유하고 음담패설을 주고받은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소방당국은 이들의 비위 정도가 경미한 것으로 판단하고 별다른 징계 없이 '주의' 처분을 내렸다.


모범을 보여야 할 공무원의 성비위 사건에 대해 당국이 엄중히 대처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는 공무원 성인지 감수성 결여 문제와 관련해 조직 내에서 경각심을 갖고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30일 YTN 보도에 따르면, 지난 3월 인천 중부소방서 119구조대 1팀의 업무용 단체대화방에는 일반인 여성을 몰래 촬영한 사진이 공유됐다. 여성의 사진을 찍은 것은 팀장 A씨로, 그는 자격증 시험을 보러 갔다가 앞자리에 앉은 여성의 뒷모습을 찍어 대화방에 올렸다.


대화방에 속해 있는 일부 대원들은 이 여성의 실명을 언급하며 부적절한 발언을 주고받았다. 한 대원이 커피 주문을 받자, 다른 대원들은 "그럼 난 OO가 타 주는 커피", "OO가 비키니 입고 타 준 것" 등의 발언을 했다. 또 다른 대원은 여성의 사진을 다시 올리며 노골적인 음담패설을 하기도 했다. 이 사실은 대화방에 참여한 한 대원의 배우자가 대화방 내용을 알게 된 후 국민권익위원회와 국가인권위원회 등에 신고하며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인천 중부소방서는 지난달 31일 부적절한 대화에 참여한 대원 3명에 대해 품위유지 의무 위반으로 주의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소방당국은 감찰에 착수한 결과 이들 3명의 비위 정도가 경미하다고 판단, 징계 없이 이런 처분을 내리는 데 그쳤다.


소방차.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관련 없음./사진=연합뉴스

소방차.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관련 없음./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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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당국의 이번 결정에 시민들은 분노를 표하고 있다. 시민에게 모범을 보여야 할 소방관들이 업무 관련 대화방에서 일반인을 상대로 음담패설 등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사실에 신뢰를 잃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가해자에 대한 소방당국의 주의 처분에 대해서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왔다.


소방관 성비위 사건 관련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은 이번 국회 국정감사(국감)에서도 제기됐다.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7일 열린 소방청 국감에서 성비위를 저지른 소방공무원 절반 이상이 경징계 수준의 처벌을 받는 데 그쳤다며, 징계 정도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6년부터 올해 6월까지 성비위 소방관 징계 건수는 총 156건이었다. 연도별로는 2016년 35건, 2017년 21건, 2018년 29건, 2019년 29건, 지난해 37건으로 매년 증가했다.


성비위 유형은 성추행이 70건(44.8%)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성희롱 29건, 성매매 등 23건, 카메라 등을 이용한 불법 촬영 13건, 성폭행 7건, 직장 내 부적절한 행위 등 기타 7건, 공연음란 4건, 음란물 유포 3건 등이 뒤를 이었다.


성비위 사건은 갈수록 늘어났지만 이에 대한 징계 수위는 낮았다. 전체 징계 156건 중 절반 이상인 52%(82건)가 '견책'(56건), '감봉'(24건) 등 경징계 수준의 낮은 처벌이었다. 중징계로 분류되는 유형 건수는 정직 42건, 해임 15건, 강등 8건, 파면 8건 등이다.


이렇다 보니, 일각에선 낮은 처벌 수위로 인해 소방공무원의 성비위 문제를 근절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김 의원은 "소방관 일부의 일탈로 지금 이 순간에도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소방관들의 사기 저하뿐 아니라 명예까지 실추되고 있다"라며 "비위 예방 대책을 마련하여 조직 내 자정 능력을 키우는 한편, 비위에 대해서는 국민 눈높이보다 더욱 엄격한 규율과 규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는 공무원의 성비위를 근절하고, 성인지 감수성 결여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조직 내 교육 등이 활성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번 단체대화방 사건은 피해 당사자가 아닌 제3자에 의해 신고된 사건이기 때문에 정식 징계 절차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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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의 변호사(이은의 법률사무소)는 "개인의 사생활 보호 등 헌법에서 보장하는 영역이 있기 때문에 대화방에 공유된 사진이 범죄 행위로 볼 수 있을 만한 사진이 아니라면, 정식적인 징계 절차를 진행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또 이 사건은 피해당사자가 아닌 제3자가 신고한 것이기 때문에, 주의 처분을 내린 수준에 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공무원들의 성인지 감수성 결여에 대해 조직 내에서도 경각심을 갖고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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