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기고] 마약의 일상화 ‘마약의 평범성’을 경계하며

뉴스듣기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박성희 전남경찰청 형사과 마약범죄수사대장

박성희 전남청 마약범죄수사대장

박성희 전남청 마약범죄수사대장

AD
원본보기 아이콘


필로폰(Philopon)은 향정신성의약품으로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남용되고 있는 마약이다.


마약에 의약품이라는 명칭이 붙은 이유는 처음에는 의약품으로 개발됐으나 심각한 부작용이나 오남용의 위험성으로 인해 마약류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필로폰은 ‘노동을 사랑한다’라는 뜻의 그리스어 ‘Philoponus’에서 이름을 따온 메트암페타민 성분의 각성제로서 1941년 일본에서 판매된 약품의 상품명이다.


이 상품은 졸음을 쫓고 피로감을 없애주는 약물로 대량생산돼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군인이나 공장 노동자들에게 군수용품으로 공급됐다.


현재 대한민국에서도 마약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마약 매트리스, 마약 향수 등 마약이라는 타이틀을 단 상품들이 경쟁적으로 시장에 출시돼 소비되고 있다.

실제 대마와 같은 마약류는 쿠키, 사탕, 젤리, 초콜릿 등 다양한 식품 등으로 가공 밀반입되고 있고, 일반 대마초보다 환각 효과가 훨씬 더 강력하다.


그럼에도 인터넷에는 마약 젤리, 마약 쿠키 등 수많은 상품들이 검색된다. 이쯤 되면 먹어도 되는 것인지 혼란이 생길 수도 있겠다.


올해 7월까지 검거한 마약사범은 6501명으로 그중 약 80%인 5201명이 초범이며, 10~30대 마약사범 비율은 55.5%(3608명)를 차지한다.


과거에는 무직자, 예술인, 유흥업자 등이 전통적인 마약류 남용계층이었으나 근래 들어서는 회사원, 학생, 주부 등 일반적 사회인들의 비중이 상당하며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로 초범 비율 증가는 전체 마약 복용 인구 규모가 커지고 있다는 신호이다.


국제택배와 인터넷과 같은 교통·통신의 발달로 인해 일반인들도 SNS·다크웹 등을 통해 쉽게 마약류를 구매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이를 기반으로 새롭게 출현하는 마약성 물질들이 허위 광고를 통해 다이어트약, 피로해소약, 파티에서 흥을 돋구는 약물 등으로 오인돼 판매되고 있다.


특히, 텔레그램 채널에서 마약을 팔아 쉽게 돈을 버는 것도 일반인들을 쉽게 마약 구매자뿐 아니라 판매자로 끌어들이는 원인으로 보인다.


한국은 이미 2015년 이후 인구 10만 명당 연간 마약사범 20명 미만인 마약 청정국의 지위를 잃고 오염국이 됐으며 마약 경유국이 아니라 소비국이 됐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는 인터넷과 국제물류 유통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고, 주변 동남아 국가에 비해 마약이 비싸게 거래되는 가격경쟁률을 지닌 한국의 마약 시장은 앞으로도 계속 확대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마약류 범죄는 경계선상 범죄로서의 특성을 갖고 있다. 사회적으로 큰 해악을 지닌 범죄이지만, 마약류 사용 범죄로 인한 가장 분명하고 직접적인 피해자는 사용자 본인이다 보니 희박한 죄의식을 갖고 있다.


청소년 약물 남용 요인에 대한 연구 중에는 약물에 대한 호의적인 태도가 약물 사용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에 약물에 대해 부정적 태도를 갖는 규범적 신념의 내면화가 중요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과거 일본처럼 필로폰이 단순 각성제로 신문광고까지 되어 팔린다던가 인터넷 마약 쇼핑몰 창업이 꿈이라는 청소년이 나오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낮아진 마약류의 접근 문턱을 다시 높여야 한다.


언어는 의식의 산물이면서 사용될수록 무의식을 지배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언론, 방송, 교육기관 등 전 국민이 나서서 마약 관련 언어사용을 자제해야 한다.


나치에 의한 유대인 학살이 특별한 악인이 아닌 상부의 명령에 순응한 평범한 사람들에 의해 자행되었음을 말하는 개념인 ‘악의 평범성(banality of evil)’을 ‘마약의 평범성(banality of drug)’으로 대치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고 느끼는 건 마약범죄수사관만의 생각일까? 합법적인 약과 불법적인 마약의 경계는 한 끗 차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호남취재본부 김춘수 기자 ks7664@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편파방송으로 명예훼손" 어트랙트, SBS '그알' 제작진 고소 강릉 해안도로에 정체모를 빨간색 외제차…"여기서 사진 찍으라고?" ‘하이브 막내딸’ 아일릿, K팝 최초 데뷔곡 빌보드 핫 100 진입

    #국내이슈

  • "푸바오 잘 지내요" 영상 또 공개…공식 데뷔 빨라지나 대학 나온 미모의 26세 女 "돼지 키우며 월 114만원 벌지만 행복" '세상에 없는' 미모 뽑는다…세계 최초로 열리는 AI 미인대회

    #해외이슈

  • [포토] '그날의 기억' [이미지 다이어리] 그곳에 목련이 필 줄 알았다. [포토] 황사 극심, 뿌연 도심

    #포토PICK

  • 매끈한 뒤태로 600㎞ 달린다…쿠페형 폴스타4 6월 출시 마지막 V10 내연기관 람보르기니…'우라칸STJ' 출시 게걸음 주행하고 제자리 도는 車, 국내 첫선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비흡연 세대 법'으로 들끓는 영국 사회 [뉴스속 용어]'법사위원장'이 뭐길래…여야 쟁탈전 개막 [뉴스속 용어]韓 출산율 쇼크 부른 ‘차일드 페널티’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