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입 첫날부터 디지털 지갑 접속 지연 등 오류 발생
트레이더 33만명, 36억달러 규모 가상화폐 대거 매도
"고점 예상에 매도 쏟아져"…불안한 비트코인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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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수환 기자] 전세계에서 처음으로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도입한 엘살바도르의 실험이 첫날부터 삐걱거렸다. 기술적 오류와 대거 매도 사태가 겹치며 가상화폐 가격은 한때 17%까지 폭락하기도 했다.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이날 엘살바도르 정부가 비트코인 충전과 결제를 위해 도입한 디지털 지갑 ‘치보(Chivo)’ 애플리케이션(앱)에 접속지연 등 기술적 오류가 발생했다. 당국은 서버 운영을 일시 중단한 후 이날 낮부터 서비스를 재가동했다.

국민 대다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 도입을 밀어붙였으나 시행 첫날부터 큰 혼란을 겪은 것이다. 엘살바도르의 경제 컨설턴트인 루이스 멤브레노는 외신과 인터뷰에서 "재앙 그 자체였다"며 "시민들의 신뢰를 잃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엘살바도르 호재로 비트코인 가격이 6만 달러를 돌파할 것이란 기대감은 첫날부터 무너졌다. 이날 가상화폐 시장에서 투자자들이 매수 포지션을 청산하며 가격을 더욱 끌어내렸다.

가상화폐 선물 거래 플랫폼인 ‘Bybt’에 따르면 지난 24시간 동안 33만6000여명의 트레이더들이 가상화폐 매수 옵션을 청산하며 36억달러 규모의 비트코인 매도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7일(현지시간) 엘살바도르 수도 산살바도르의 한 스타벅스 매장의 결제 키오스크에서 비트코인 결제가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보이고 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7일(현지시간) 엘살바도르 수도 산살바도르의 한 스타벅스 매장의 결제 키오스크에서 비트코인 결제가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보이고 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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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값은 이날 최대 17% 폭락하며 4만3000달러대까지 떨어졌다.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한국시간으로 8일 오전 10시 30분 기준 비트코인 값은 24시간 전과 비교해 10.45% 내린 4만7001달러에 형성되고 있다.


이더리움은 10.52% 내려간 3499달러에, 카르다노는 10.37% 하락한 2.52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도지코인은 14.7% 내려간 26센트에서 거래되고 있다.


오안다의 에드워드 모야 애널리스트는 "일부 트레이더들이 엘살바도르의 비트코인 도입으로 가격이 고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해 매도세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비트코인 시장은 조금이라도 매물이 나오면 급격한 가격 급락으로 이어진다"라며 "이날 가격이 하락할 조짐을 보이자 트레이더들이 포지션 청산에 나서면서 폭락을 견인한 것"이라고 전했다.


엘살바도르 당국은 자국민들의 금융 서비스 접근성을 높이고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해 비트코인을 채택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자국 내 모든 사업장에 비트코인 결제를 의무화하는 법도 통과시켰다.


정부는 시민들의 비트코인 사용을 유도하기 위해 치보 앱을 다운로드한 모든 시민들에게 30달러 규모의 비트코인을 지급하기로 했다.


실제로 이날 주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맥도날드와 피자헛 등 레스토랑에서 비트코인으로 결제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국제사회는 엘살바도르의 비트코인 실험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특히 비트코인이 중남미 대표적 빈곤 국가인 엘살바도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 엘살바도르의 실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주변 국가들도 비트코인 채택에 나서는 연쇄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영국 런던 소재 가상화폐 리서치센터 블록체인닷컴의 게릭 힐레만은 "우리는 미지의 영역에 있다. 이번 비트코인 실험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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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국제 금융 기관은 비트코인의 가격 변동성이 극심해 경제적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고 비트코인이 돈세탁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엘살바도르의 경제 불안정성이 악화될 것이라 경고했으며 무디스는 엘살바도르의 국가신용등급을 B3에서 Caa1 등급으로 하향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철권통치 고삐를 죄기 위한 ‘연막 작전’이라는 비판도 제기했다. 지난 3일 대법원이 대통령의 연임 제한을 폐지하고 3선까지 허용한다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앰허스트 피어폰트의 한 애널리스트는 "대법원이 대통령의 재선 도전 길을 열어줬다는 소식이 더 중요하다"며 "그러나 비트코인 도입 관련 소식이 모든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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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현지시간) 엘살바도르 수도 산살바도르에서 비트코인 도입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시위가 진행되고 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7일(현지시간) 엘살바도르 수도 산살바도르에서 비트코인 도입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시위가 진행되고 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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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살바도르 시민들도 비트코인 도입에 반대하는 분위기다. 지난주에 실시된 현지 여론조사에서 전체 응답자 3분의 2가 비트코인 도입법을 폐지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김수환 기자 ksh205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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