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을 갈등으로 대리점주 사망
불법집회에 민주노총 비판 커져
"갑을 프레임으론 상생길 못찾아"

1일 오전 경기도 김포시 한 택배업체 터미널에 마련된 40대 택배대리점주 A씨의 분향소에 영정이 놓여 있다. A씨는 노조를 원망하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지난달 30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1일 오전 경기도 김포시 한 택배업체 터미널에 마련된 40대 택배대리점주 A씨의 분향소에 영정이 놓여 있다. A씨는 노조를 원망하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지난달 30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정동훈 기자] 40대 택배 대리점주 사망사건을 계기로 플랫폼 노동의 민낯이 드러나고 반(反)노조 정서가 확산하고 있다.


3일 노동계에 따르면 이번 사건으로 택배업체와 택배 대리점-택배기사로 이어지는 간접 계약 구조 속에서 갈등의 최전선에 놓인 대리점주와 택배기사간의 갈등이 표면화됐다. 현재 원청 택배사들은 대리점과 도급계약을 맺고 대리점은 기사들과 위탁계약을 맺는다. 특수고용직인 택배 기사들은 일하는 만큼 대리점이 책정한 수수료를 받는다. 현장에서 택배 기사와의 수수료 배분과 배송 구역 배분 등의 책임은 대리점에 전가되고 원청 택배업체는 ‘택배기사와 계약관계가 없다’며 갈등 관계에서 빠지는 구조다. 이렇다보니 대리점주와 택배기사라는 ‘을과 을’이 지속적으로 다툴 수밖에 없다. 여기에 노조 조합원인 기사들이 단체행동에 들어가 일을 하지 않더라도 대리점주들이 업무를 강제할 방법은 마땅히 없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소비가 급증함에 따라 택배 업계는 물량 폭증으로 인한 업무량 증가·분류 작업·배송 구역 배분 등 첨예한 갈등을 겪고 있다.

지난달 30일 경기도 김포에서 CJ대한통운 택배대리점을 운영하던 이씨(42)가 극단적 선택을 한 이후 드러난 문제가 대표적이다. 숨진 이씨는 노조 조합원들의 비아냥과 조롱, 배송 업무 거부 등으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한다. 이씨는 자신을 괴롭힌 12명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산하 전국택배노조 조합원 이름을 유서에 구체적으로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택배노조도 전날 회견에서 "조합원들의 일부가 고인에게 인간적 모멸감을 줄 수 있는 내용의 글들을 단체 대화방에 게재했다. 점주에 대한 항의의 글과 비아냥·조롱 등 내용이 확인됐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노조는 대리점주 이씨가 대리점 운영을 포기하게 된 일에 CJ대한통운 김포지사장의 개입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이 주장의 근거로 CJ대한통운 김포지사장이 "(이씨를 대리점주 자리에서)떨어뜨리려고 했다"고 말했다는 통화녹음 내용을 공개하기도 했다. 노조는 이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이씨의 개인 채무 관계를 공개해 2차 가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씨 유족은 "고인의 죽음을 모욕하는 패륜적 행위"라며 "용서할 수 없는 행위로 법적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같은날 불법집회로 구속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과 민주노총의 행보에도 비판이 나오고 있다. 민주노총은 양 위원장의 구속을 ‘민주노총 죽이기’,‘전쟁선포’로 규정하고 10월 총파업의 동력을 삼는 모습을 보였다. 민주노총은 다음 달 20일 전 조합원 110만명의 참여를 목표로 대규모 총 파업을 준비 중이다. 지난해 말 당선된 양 위원장의 핵심 공약이다. 민주노총은 이날부터 가맹·산하 노조의 확대 간부를 중심으로 파업에 들어갔다. 노조 전임자 등이 참여하는 것으로, 조업 중단을 수반하지는 않는다. 민주노총 임원 8명은 삭발식을 하며 강도 높은 대정부 투쟁을 결의했고 구속된 양 위원장은 총파업을 독려하기 위해 단식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AD

노동계 관계자는 "플랫폼경제가 부상하면서 과거의 갑을의 프레임에 갇혀서는 노사관계와 노사정관계에서 상생의 길을 모색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노조 지도부도 교섭을 통해 현안을 해결하지 않고 투쟁만 고집하면 고립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