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푼이라도 더 벌려면 속도 높여야…목숨 걸고 배달 나간다" 불안한 라이더들
'단건 배달' 등 속도 경쟁 치열해진 온라인 음식 배달
"의지할 건 안장 뿐", "사고 위험 높아" 라이더 불안감 커져
전문가 "노동자 안전 교육 등 근로 환경 개선해야"
[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배달 라이더가 교통사고로 죽는 게 남일 같지가 않다."
이륜차(오토바이)로 음식 배달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는 20대 최모 씨는 최근 서울 강남구 선릉역 앞에 마련된 추모 공간을 찾았다. 앞서 지난달 26일 한 배달 라이더는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중 트럭에 치여 숨졌다.
먼 발치에서 추모공간을 지켜봤다는 최 씨는 "배달 라이더가 교통사고로 죽는 게 남일 같지가 않다"며 "오늘도 음식 봉투를 들고 심야 도로를 질주하는데, 한 푼이라도 더 벌려면 속도를 높여야 하고 그러면 사고 위험도 더 커진다. 우리 모두 목숨을 걸고 배달을 나가는 셈"이라고 토로했다.
최근 음식 배달을 하던 라이더가 교통사고로 인해 숨지거나 크게 다치는 일이 잇따라 벌어지면서, 배달 기사들의 근로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갈수록 치열해지는 음식 배달 경쟁이 낳은 부작용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는 근로자를 고용하는 플랫폼 업체 측도 노동 환경과 안전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난달 26일 서울 2호선 선릉역 인근 횡단보도에서 한 배달 라이더가 화물차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벌어졌다. 당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사고 상황을 목격한 누리꾼들의 촬영 영상 및 사진이 올라왔다.
영상을 보면 한 차선에 정차하고 있던 배달 라이더가 좌측 차선에 있던 화물차 앞으로 이동한다. 신호가 바뀌자 그 순간 화물차는 그대로 오토바이를 치고 나갔다. 당시 화물차 기사는 오토바이가 너무 작아 보이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3일 뒤인 같은달 29일에는 음식을 배달 중이던 라이더가 다른 오토바이와 충돌해 부상을 입는 사고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 사고로 배달 라이더는 손목 골절상을 입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고, 다른 오토바이 운전자는 손가락을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교통안전공단 자료에 따르면, 오토바이를 포함한 이륜차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비대면 서비스가 강조되면서 온라인 택배·음식주문 등이 크게 늘었던 지난해에만 2만1258건의 이륜차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사망자 수도 늘었다. 이륜차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3081명)의 17%를 차지했다. 지난 2019년 498명(14.9%)보다 2.1%포인트 증가했다. 일반 자동차 사고가 지난 2019년 20만8702건에서 18만8419건으로 줄고, 같은 기간 사망자 수도 2851명에서 2556명으로 감소하는 등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는 것과 상반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배달 라이더의 안전에 대한 시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평소 온라인 플랫폼 어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음식을 배달시킨다는 20대 직장인 A 씨는 "사고 영상을 보고 가슴이 아팠다. 배달 기사 분이 너무 무리해서 화물차 앞에 끼어 들었다는 비판도 있지만, 그만큼 배달이 다급했다는 뜻 아니겠나"라고 안타까운 심경을 전했다.
배달 라이더들이 주로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남 일이 아니다", "의지할 거라곤 오토바이 안장 밖에 없다", "사고 나면 뼈도 못 추리고 즉사할 것" 등 안전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온라인 배달이 활성화되면서 '속도 경쟁'이 치열해진 게 잦은 사고의 원인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한 누리꾼은 "배달 기사들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도로 위 무법자로 낙인 찍힌 채 1~2만원 짜리를 들고 질주한다"고 호소했다.
최근 온라인 배달 업체들은 이른바 '단건 배달'이라는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다. 단건 배달은 라이더 1명당 한 번에 1건의 배달만 맡는 서비스다. 한 번에 여러 주문을 모아 배달할 수 있는 기존 운송 서비스와 달리 고객이 더욱 신속하게 음식을 받아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더 많은 주문을 확보하려면 배달을 최대한 빨리 끝내는 방법밖에 없다 보니, 라이더들 간 '수주전'이 점점 치열해지는 구조다.
노조는 배달 속도를 높이려는 플랫폼 간 경쟁 과열이 이같은 사고를 일으킨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동조합 배달서비스지부(배달노조)는 지난달 27일 '선릉역 오토바이 라이더는 우리의 모습이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평범한 가장이 왜 그렇게 자기 생명을 갉아 먹으며 급하게 달리는지, 자동차 사이를 뚫고 횡단보도 앞에 서는지, 신호와 핸드폰을 계속 번갈아 보는 이유가 플랫폼사 간의 속도 경쟁인 것을 알아야 할 것"이라며 "사람이 죽었는데 100% 개인의 잘못인 사고가 어디 있겠나, 우리도 안전하게 달리고 싶다"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배달 플랫폼 기업들을 향해 △유가족에 장례비용·위로금 지급 △사고 라이더의 산재보험 적용 위한 노력 △라이더의 안전 교육 강화 등을 촉구했다.
전문가는 배달 종사자를 고용하는 유통업체가 노동 환경 개선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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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이런 문제가 계속 발생하면 유통업체 및 종사자들 모두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윤리적인 문제에 민감한 소비자들은 노동자 처우 문제 등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편이고, 이런 반응들이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확산하면서 판매량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라며 "노동자 안전 교육 매뉴얼 제공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업체 측에서도 노동 환경을 개선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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