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심리적 압박…무섭지 않은 전자발찌
강모씨 심리적 압박 없어
착용한 사람따라 효과 달라
특성에 맞는 감독방식 필요
[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매일 24시간 당신이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 모두 감시한다."
성폭력 등 범죄를 저지른 위험인물들에게 채워지는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는 이런 암묵적인 의미를 갖는다. 심리를 ‘압박’하는 것이다. 압박을 통해 생각과 행동을 제어하고 범죄를 막는다. 정부와 수사기관이 전자발찌에 기대하는 가장 기본적인 기능이다.
최근 이 기본이 무너지고 있다. 전자발찌를 훼손하고 여성 2명을 살해한 강모씨(56·구속)에 이어 또 다른 성범죄 전과자 마창진(50)이 전남 장흥에서 전자발찌를 끊고 달아나 행방이 묘연하다. 울산에서 여성을 성폭행하고 자취를 감춘 60대 성범죄자 A씨는 경북 경주에서 전자발찌를 끊고 달아나 지금도 수배중이다.
전문가들은 전자발찌에 허점이 있기보다 훼손한 범인들의 특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전자발찌의 심리적 압박을 비웃은 ‘보통’ 이상의 범죄자들이란 것이다. 김지선 형사정책연구원 박사는 "강씨 등은 전자발찌를 이용한 전자감독으로는 억제하기가 적절치 않은 범죄자들"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강씨는 사이코패스 기질을 보였다. 지난달 31일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법원에 도착해 "더 많이 죽이지 못한 게 한"이라며 "당연히 반성 안한다. 사회가 X같다"며 폭언을 했다.
전자발찌의 효과도 차는 사람 나름이다. 범죄자의 특성에 맞게 감독 방식을 달리 해야 하는데 우리 현행 법제도상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 전자발찌의 잇다른 훼손에 이은 범죄들도 그래서 생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가 전자발찌보다 더 강하게 범죄자를 억제하기 위해 내릴 수 있는 조치나 장치가 아직 없다. ‘화학적 거세’가 있지만 정말 성범죄에 집착하는 극소수에게만 적용되고 나머지는 모두 전자발찌로 해결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자발찌만으로 예방효과는 있다. 전자발찌를 착용한 범죄자들의 재범률은 지난 7월을 기준으로 0.91%로 다른 일반 관리·감독 방식보다 훨씬 낮다. 일반 보호관찰 등은 10%를 상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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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그레이드된 전자발찌도 개발 중이다. 에프와이디와 한국전자기술연구원(KETI) 등의 새 전자발찌는 땀과 냄새로 음주·약물 검사를 하고 추가 범죄징후를 알수 있다. 5G통신 기반으로 신호가 전달되는 시간도 단축한다. 이에 대해 김 박사는 "전자발찌는 사회적응과 재범방지를 위한 취지인데 문제가 생길때마다 전자감독만 강화하면 잘 지키던 사람에게도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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