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조어사전] 호적메이트 - 태어나보니 형제자매
[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조선 후기 실학자 다산 정약용은 형제들 중 4살 많은 손위 형 정약전과 우애가 깊었다고 전해진다. 천주교를 믿었던 형제는 1801년 신유박해로 나란히 유배형을 받아 정약용은 강진으로, 정약전은 신지도를 거쳐 흑산도로 보내졌다. 형을 생각하는 마음이 깊었던 정약용은 유배생활 중에도 편지로 형의 안부를 묻는 한편 학문연구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목민심서, 경세유표 등 총 500여권의 책을 남긴 다산의 저술은 대부분 18년의 유배생활 중 쓰였는데, 그는 집필 중 의문나는 것이 있으면 언제고 형 정약전에게 편지를 써 답을 구했고, 형의 의견을 듣고 나서는 “형의 조언을 따르면 의심났던 글과 서로 맞지 않던 수가 모두 신기하게 들어맞아 조금의 틀림도 없었다”고 평했다. 부지런한 동생 정약용이 수백권의 저서를 쓰는 동안 형 정약전은 자산어보를 포함한 서너권의 책만 남겼다. 세상은 형의 학문과 재능이 부족해 그런 것이 아니냐는 오해를 했지만 정약용은 학자로서 형님은 자신보다 훨씬 뛰어난 인물이며, 성품도 뛰어나지만 술을 좋아하고 게으른 것이 아쉽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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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적메이트는 호적과 친구(mate)의 합성어로 호적에 함께 오른 형제자매를 남처럼 부를 때 쓰이는 신조어다. 내가 직접 선택하지 않은 형제자매가 태어나보니 가족이 된 것을 두고 남보다는 가깝지만 가족이라기엔 먼 서로의 관계에 대한 감정을 함의한다. 많은 호적메이트 중 각별했던 형 정약전의 건강이 나빠졌다는 소식에 정약용은 편지를 통해 “형님, 흑산도의 수백 마리 들개들을 가만 놔두고 영양실조를 염려하시다니요. 여기 박제가의 개고기 요리법을 보내드립니다”라며 친구에게 배운 요리법을 살뜰히 챙겨 전했다. 긴 유배생활 동안 형제이자 친구이며 스승이자 선배인 정약전과의 교류로 쓸쓸한 시간을 버텨냈던 정약용은 형의 부고 소식에 “외로운 천지 사이에 우리 손암(정약전) 선생만이 나의 지기였는데, 나를 알아주는 이 없다면 차라리 진작에 죽는 것만 못하다”고 애통한 심정을 글로 남겼다. 일생의 라이벌일 수도 있는 형제 사이를 스스로 협력하고 평생 친구처럼 지냈던 다산과 정약전은 피보다 진한 우정으로 뭉친 진정한 호적메이트였다.
용례
B: 아니, 너무 잘 알고 있지. 웬수 같은 호적메이트께서 두 켤레 남은 내 양말을 바꿔신고 가셨네.
A: zzz 한 두 번도 아니고 너 맨날 언니한테 너무 당하고 사는 거 아냐?
B: 그러게. 아니 누가 그런 언니 필요하다고 했냐고. 태어나보니 떡 하니 있는 걸 어떻게 할 수도 없고.
A: 야. 그래도 넌 언니가 용돈도 챙겨주고 하잖아. 나는 호적메이트 없는 외동이라 그런 티키타카도 부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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