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딸, 유사 강간에 촬영까지 당했다"…피해자 母 청원
1953년 제정된 촉법소년 연령 아직 그대로
시민들 "소년법 폐지해야", "촉법소년 연령 하향 조정하자"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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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중학생 딸이 또래 남학생에게 유사 성폭행을 당했다는 내용의 청원이 올라와 공분을 자아내고 있다. 특히 피해자의 어머니는 가해 학생들이 '촉법소년'임을 지적하며 합당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처벌 기준 등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촉법소년은 형사책임 능력이 없다고 판단돼 범죄를 저질러도 처벌받지 않는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 소년범을 뜻한다.


이 가운데 최근 성인 못지않은 범죄를 저질렀음에도 촉법소년이라는 이유로 면죄부를 받는 소년범들이 이어지면서 촉법소년 제도를 폐지하거나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대권주자들 역시 법 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뉴스에 보도된 촉법소년 성추행 피해자 엄마입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이 청원은 31일 오후 12시30분 기준 7680여명의 동의를 받았다.


자신을 '인천 중학생 성추행' 사건 피해자 엄마라고 밝힌 청원인은 "이 사건은 '성추행'이 아닌 '유사강간'"이라며 "(딸은) 가해 학생이 사는 아파트 옥상 통로 계단에서 유사강간을 당한 후 옷과 속옷이 다 벗겨졌다. 또 촬영하고 유포하겠다는 협박을 받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당시 협박 내용은 입에 담을 수조차 없을 만큼 암담했다"며 "어떻게 어린아이들이 이런 행동과 말을 할 수 있는지 정말 충격적이었다"고 토로했다.


청원인은 "경찰 조사에서도 대부분의 혐의가 인정됐다. 하지만 가해자는 촉법소년이다. 촉법소년이기에 처벌이 정말 미약하다"며 "특정범죄와 죄질에 따라 합당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촉법소년에 관한 법을 폐지 또는 강화를 요청한다"고 호소했다.


관련해 인천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대는 지난달 아동청소년성보호법 위반 혐의로 중학생 A군을 인천가정법원 소년부에 송치했다.


A군은 지난 5월 인천시 부평구에서 인터넷 게임으로 알게 된 B양을 성추행하고 이 장면을 휴대전화로 촬영한 혐의를 받는다.


그러나 A군은 사건 당시 형사미성년자(만 14세 미만)에 포함돼 현행법상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없다. 다만 혐의가 인정될 경우 소년법상 촉법소년(만 10세 이상)에 해당해 사회봉사 명령이나 소년원 송치 등 보호처분을 할 수 있다.


지난 24일 특수절도 혐의로 현장에서 검거된 10대 청소년이 취재진 카메라를 향해 손가락 욕을 하고 있다. 사진=MBC 뉴스 방송화면 캡처

지난 24일 특수절도 혐의로 현장에서 검거된 10대 청소년이 취재진 카메라를 향해 손가락 욕을 하고 있다. 사진=MBC 뉴스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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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 하면 벤츠 승용차를 훔쳐 달아났음에도 촉법소년이라는 이유만으로 면죄부를 받은 사례도 있었다. 지난 24일 오후 2시께 경기 안산시의 한 길거리에 세워져 있던 벤츠 승용차를 10대 4명이 훔쳐 달아났으나, 이들 중 2명은 촉법소년이라 형사 처벌을 받지 않게 됐다.


특히 이들 중 한 명은 범행 당일 체포돼 경찰서로 이송되는 과정에서도 취재진을 향해 욕설을 내뱉고 손가락 욕을 하는 모습 등이 포착돼 물의를 빚었다.


관련해 촉법소년이라는 점을 악용해 중대한 범죄를 저지르는 10대들이 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범죄를 저질러 검거된 촉법소년은 ▲2018년 7364명에서 ▲2019년 8615명 ▲2020년 9176명으로 늘어났다.


특히 경미한 처분을 받고 풀려난 촉법소년이 법을 악용해 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일도 적지 않다. 경찰청은 최근 3년간 소년범 재범률은 평균 약 33% 수준이라고 밝혔다. 재범자 중 전과 3범 이상이 절반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다 보니 촉법소년도 중한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는 성인과 동일한 형사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소년범죄가 더욱 흉악해지고 지능화·고도화되면서 이 같은 여론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직장인 김모(28)씨는 "요즘은 자신이 촉법소년임을 악용해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 같다. 시대가 바뀌면 법 또한 바뀌어야 하는 것 아니냐"라며 "나이가 어리다고 살인이나 성폭행 등 강력범죄를 저지른 이들을 처벌하지 못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이어 "나이가 어리더라도 자신의 잘못에 책임을 지고 마땅한 벌을 받아야 한다. 그래야 소년범죄도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촉법소년 연령 기준이 14세 미만으로 정해진 것은 1953년이다. 즉 해당 법이 제정된 이후 70년 가까이 개정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청소년 범죄가 과거에 비해 흉포해진 만큼 촉법소년 연령을 하향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대학생 정모(25)씨는 "우리나라는 유독 청소년 범죄에 관대한 것 같다. 촉법소년 제도를 폐지할 수 없다면 최소한 기준연령이라도 낮춰야 할 것 같다"라며 "예를 들어 만 12세 미만으로 낮추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정치권 내에서도 법 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 또한 촉법소년 제도를 지적했다.


유 전 의원은 31일 기자회견을 열고 "범죄 피해의 고통은 가해자의 나이가 어리다고 가벼워지지 않고 촉법소년의 성폭행이나 성인의 성폭행 모두 똑같은 흉악 범죄"라며 "소년법을 폐지하고 형사 미성년자의 연령을 현실화해서 피해자들의 고통을 덜어드리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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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전 원장 또한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소년법상 보호대상 연령과 촉법소년의 연령 하향을 검토할 때가 됐다"며 "날로 흉포화되는 소년 범죄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할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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