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일 같지가 않다"…23t 화물차 치여 숨진 라이더 사고, 재발 방지하려면
'선릉역 오토바이 사고' 배달 기사들 추모 이어져
오토바이 사망자 수 지난해에만 525명
서울선 사망자 3명 중 1명 배달 노동자
전문가 "차간 주행, 끼어들기 하지 말아야"
[아시아경제 강주희 기자] 지난 26일 서울 강남구 선릉역 인근 도로에서 오토바이 운전자가 화물차에 치여 사망한 사고 관련, 배달 라이더들의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사고 소식을 접한 배달 노동자들은 이번 사고가 "남 일 같지 않다"고 토로한다. 시간에 쫓겨 배달 업무를 하다 보면 안전 수칙을 제대로 준수할 수 없는 등 항상 사고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빠른 배달을 재촉하는 문화 등 배달 업계의 구조적인 문제가 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문가는 이륜차 교통사고는 사망과 같은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교통안전 수칙을 꼭 준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보도에 따르면, 26일 오전 11시30분께 선릉역 인근 한 도로에서 배달 오토바이 운전자 40대 A씨가 23t 화물차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A씨는 당시 화물차 바로 앞에서 신호를 대기하고 있었다. 신호가 바뀌자 화물차는 출발했고 그대로 A씨를 덮쳤다.
A씨는 코로나19 여파로 다니던 회사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약 5개월 전부터 배달 일을 하다가 이런 사고를 당했다. 경찰 조사에서 화물차 운전자 B씨는 오토바이가 보이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는 사고 당시 상황을 목격한 시민들의 글과 현장을 찍은 사진이 다수 공유되면서 안타까움을 더했다.
사고 현장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도 공개됐는데, 정차 중이던 화물차 앞에 오토바이가 끼어들었고 신호가 바뀌자 화물차가 그대로 오토바이를 들이받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사고 다음 날인 27일 선릉역 8번 출구와 9번 출구 사이에는 A씨를 추모하는 공간이 마련됐으며, 배달 노동자들의 추모가 이어졌다. 배달 노동자들은 이번 사고의 원인으로 빠른 배달을 재촉하는 등 안전 운행을 할 수 없는 업무 환경이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한다.
배달원 커뮤니티에서 한 누리꾼은 "오토바이 운전자의 과실도 없진 않겠지만, 배달원들은 언제나 시간에 쫓기기 때문에 항상 급하게 운전하게 된다"라며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A씨뿐 아니라 많은 오토바이 운전자들이 차량 앞쪽으로 나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게 배달원들의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실제 오토바이 등 이륜차 사고는 늘어나는 추세다.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SS)에 따르면, 지난 2018년 1만7611건이던 전국 이륜차 교통사고 건수는 2019년 2만898건, 지난해 2만1258건을 기록했다. 오토바이 사고로 숨진 사망자 수도 2019년 498명에서 지난해 525명으로 5.4% 증가했다. 특히 서울은 지난해 오토바이 사고로 사망한 65명 중 24명이 배달 종사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망자 3명 중 1명이 배달 노동자인 것이다.
일각에선 화물차 앞으로 무리하게 끼어든 A씨의 과실도 있다고 말하지만, 무리한 운행을 부추기는 배달 업계의 구조 역시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배달원들은 건수에 따라 수수료를 받는 구조 탓에 운전 중에도 주문 콜을 확인하기 위해 휴대전화에서 눈을 뗄 수 없고, 최근 배달 플랫폼은 배달 완료 예상 시간을 알리는 등 속도를 압박하고 있어 항상 안전 위험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동조합 배달서비스지부(배달노조)는 선릉역에서 A씨의 추모 행사를 진행한 뒤 성명을 내고 "사망한 라이더가 우리의 모습"이라며 "언제나 손님에게 빠르게 음식을 갖다주고자 플랫폼 사 간의 속도 경쟁에 내몰린 우리는 생존을 위해 도로 위를 달린다"고 토로했다.
이어 "배달 노동자들은 주문 연락을 받기 위해 도로 위에서 계속 휴대전화 화면을 볼 수밖에 없다. 오토바이를 안전하게 타는 법이나 배달 과정에서 주의할 점 등을 교육받지 못한 채 도로에 투입된다"라며 "어쩌면 그 라이더가 바로 내가 될 수도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고와 관련해 산업재해 인정과 배달 노동자의 안전교육 강화에 힘써 달라고 요구했다.
전문가는 이륜차 교통사고는 사망 등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운전자의 시야를 가리는 사각지대를 피하는 등 안전 수칙을 꼭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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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교통공단 홍보팀 박지현 대리는 "화물차는 차체가 높아 시야 사각지대가 있을 수 있다 보니 이륜차를 운전할 때 차간 주행, 끼어들기를 하면 사고 위험이 굉장히 크다"라며 "이륜차는 운전자를 보호할 안전장치가 없고 차체가 작아 교통사고 발생 시 큰 사고로 이어지게 된다. 화물차 사고는 치사율 또한 매우 높다. 시간에 쫓기더라도 사고 예방을 위해 안전 운전 지침을 준수해 주시길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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