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다른 원인이 아니라는 정도 증명만 있으면 돼"
예방 접종 후 '길랑-바레증후군' 진단 승소 판결
향후 코로나 백신 재판에서 중요한 판례될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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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성필 기자] "예방접종이 아닌 다른 원인에 의해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정도의 증명이 있으면 족하다."


인플루엔자(독감) 예방접종을 맞은 뒤 '길랑-바레증후군' 진단을 받은 A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피해보상 관련 소송에서 법원 판결 중 일부다. 2014년 대법원 판례를 인용했다. 서울고법은 지난해 A씨가 질병관리청장을 상대로 낸 예방접종 피해보상 신청거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이 판결문에는 코로나19 백신 부작용으로 고통 받는 시민들이 참고할 만한 법원 판단이 제시돼 있다. 향후 코로나 백신 피해보상 재판에서 중요한 판례로 쓰일 가능성이 있다.

A씨는 2014년 10월 경기 용인시의 한 보건소에서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을 받았다. 그런데 엿새 뒤 설사 증상이 나타나더니 열흘 뒤엔 오른 다리와 허리에 힘까지 빠졌다. 병원을 찾았고, 자신이 '길랑-바레증후군'에 걸렸단 사실을 알게 됐다. 장애등급 심사결과에선 지체 1급 판정을 받았다. A씨는 질병관리청에 예방접종 피해보상을 신청했다. 질병관리청은 하지만 "A씨 증상이 백신에 의한 가능성이 불명확해 예방접종과 관련성이 인정되기 어렵다"는 이유로 신청을 기각했다. A씨는 이의신청 마저 같은 이유로 기각되자 소송을 냈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 소를 기각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예방접종과 A씨 증상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결론냈다. 재판부는 "A씨 증상이 예방접종으로부터 발생했다고 추론하는 것이 의학이론이나 경험칙상 불가능하지 않다"며 "증상이 원인불명이거나 예방접종이 아닌 다른 원인에 의해 발생한 게 아니라는 정도의 증명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예방접종과 A씨 증상의 발생 사이 시간적 간격이 매우 근접한 사실에 주목한 판단이었다. 재판부는 아울러 의료협회의 소견을 근거로 "A씨가 보인 설사 증상 역시 길랑-바레증후군의 대표적 선행질환"이라고 밝혔다.

길랑-바레증후군은 면역체계가 신경세포를 손상해 근육 약화나 마비를 유발하는 드문 신경학적 장애다. 최근 코로나19 백신 접종 이후 길랑-바레증후군 진단을 받는 사례가 적지 않다. 지난 1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아버지가 백신 접종 후 길랑-바레증후군을 진단받고 사지마비 상태가 됐다"며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청원글이 올라왔다. 그러나 지금까지 길랑-바레증후군을 포함한 중증 이상반응 또는 사망 사례 중 예방접종과 인과성이 인정된 사례는 10건이 채 되지 않는다.


정부는 향후 근거가 불명확한 사례에 대해 예방접종과 인과성을 입증할만한 근거가 축적되는 시점에 재평가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인과관계가 폭넓게 인정될 진 미지수다. 관련 법령인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선 '어떤 경우에 보상을 할 수 있는지에 관한 기준'을 제정하지 않고 있다. 전적으로 질병관리청장 재량에 맡기고 있다. 질병관리청장이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아 피해보상을 거부할 경우, A씨와 같이 취소 소송에 나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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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 같은 취소 소송에는 제소기간이 존재한다. 행정소송법상 취소 소송은 처분 등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이내 제기해야 한다. B씨 사례가 제소기간 도과로 구제받지 못한 경우다. 그는 2013년 9월 서울 송파구의 한 보건소에서 폐렴구균 예방접종을 맞은 뒤 좌측 안면에 마비증상이 나타났다. 이듬해 1월 피해보상을 신청했으나 질병관리청에서 기각됐고, 이 결과는 4월10일 통보됐다. B씨는 제소기간인 90일 이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해야 했지만, 6개월이 지난 2014년 12월23일이 돼서야 법원에 소장을 냈다. 결국 이 사건을 심리한 대전고법은 2019년 8월 제소기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B씨 소를 각하했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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