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의 주성분인 알콜이 건강에 해롭다는 사실은 삼척동자라도 다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가 수천 년을 술과 함께 살아 온 것은 알콜이 가지고 있는 매력 때문일 것이다.
술을 마시면 대부분 한 시간 안에 알콜은 모두 흡수되고, 대부분의 알콜은 몇 시간 안에 분해된다. 그런데 알콜은 몸 안에 머무르는 길지 않은 시간 동안 뇌세포에 있는 도파민과 엔돌핀, 세로토닌을 만드는 유전자를 켜서 이들 행복물질의 생산을 늘려 기분을 좋게 만들고, 때로는 스트레스를 해소하며, 대인관계나 사회활동에 도움을 주기도 하는데, 이것이 알콜의 매력이다.
알콜의 행복 효과는 혈중 알콜농도 0.05~0.06% 수준에서 절정을 이루고, 이 단계를 넘어 더 높아지면, 효과가 줄어든다. 원래 도파민이나 엔돌핀, 세로토닌과 같은 행복물질은 특별한 조건이 성취될 때만 분비되는데, 그 조건은 성취시키지 않고, 그 기분을 그리워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알콜을 다시 찾게 된다.
알콜이 들어갈 때 몸의 반응은 사람들이 알콜의 매력을 사랑하는 만큼 좋아하는 것 같지 않다. 몸에 들어가는 순간, 우리 몸은 알콜이 해로운 물질임을 인식하고, 일반적인 소화과정을 거치지 않고 위(20%)와 작은창자(80%)에서 빠르게 흡수한 다음, 간에서는 바로 독성이 없는 물질로 분해하기 시작한다.
몸에 들어 온 알콜은 두 방향으로 작용한다. 위와 작은창자에서 흡수된 알콜은 한편으로는 뇌에서 행복물질의 생산을 증가시켜 기분 좋게 해 주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혈액 속에 섞여 혈관을 따라 온 몸을 돌아다니면서 곳곳에서 조직과 기관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기능을 마비시킨다.
뇌에서는 의사소통 경로를 방해하고, 뇌가 작동하는 방식에 영향을 주어 기분과 행동을 변화시키며, 명확하게 생각하고 조정하여 움직이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심장에서는 심장근육 질환이나 부정맥, 고혈압과 같은 문제를 일으키고, 간에서는 지방간이나 알콜성 간염, 섬유증, 간경변을 일으킨다. 췌장에서는 소화를 방해하는 췌장염으로 이어질 수 있는 독성 물질을 생성하도록 만든다.
알콜은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1그룹 발암물질로 분류하는데, 유방암, 결장암, 후두암, 간암, 식도암, 구강암, 인두암, 췌장암과 같은 각종 암의 원인이 되며, 면역 체계를 약화시켜 코로나19나 독감, 폐렴과 같은 세균성 또는 바이러스성 감염병이나 다양한 암에 걸릴 위험을 높인다.
알콜의 가공할 위력은 사망자로 확인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1년 동안 전 세계 사망자의 5.3%인 300만 명이 알콜 때문에 죽는데, 특히 15세부터 49세 사이의 조기사망자 가운데 알콜 때문에 죽는 사람들의 비율은 10%로 훨씬 높다.
알콜이 우리 건강을 해치는 정도는 알콜이 몸에 머무르는 시간과 분해과정에 만들어지는 물질에 달려 있으며, 알콜이 몸에 머무르는 시간은 흡수된 알콜이 얼마나 빨리 분해되느냐에 달려 있는데, 알콜의 흡수 속도는 일정하지 않고, 체구의 크기와 성별, 술을 얼마나 빠르게 많이 마시느냐에 따라 다르다.
간에서는 1단계로 알콜을 발암물질인 아세트알데히드와 수소원자로 분해하고, 2단계로 아세트알데히드를 아세트산과 수소원자로 분해하며, 3단계로 아세트산을 이산화탄소와 물로 바꾸면 분해가 끝나는데, 이 과정에서 짧은 시간 존재하는 아세트알데히드는 간과 췌장, 뇌를 포함한 세포와 조직을 손상시킨다.
이처럼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마무리되는 알콜의 분해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술을 마시는 동안에는 대체로 알콜을 분해하는 속도보다 흡수하는 속도가 빠르므로 혈액 속의 알콜의 양이 증가하는데, 혈액 속 알콜의 양을 혈액의 양에서 차지하는 비율로 나타낸 것을 혈중 알콜농도라 부른다.
혈중 알콜농도는 알콜 섭취량뿐만 아니라 몸무게, 성별, 나이, 먹은 음식 등 여러 요인의 영향을 받는데, 알콜을 전혀 마시지 않았을 때 0이며, 0.08%와 0.4% 사이에서는 걷거나 말하기에 어려움을 느끼고, 0.4%를 넘으면 혼수상태나 죽음에 이를 위험이 있다. 각국은 음주 상태에서 운전하는 것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는데, 규제의 기준은 0.1% 범위 안에서 나라마다 다르다.
간에서 알콜이 분해되는 속도는 일정하여 혈중 알콜농도는 시간당 0.016%p씩 낮아진다. 예컨대 어떤 시각에 어떤 사람의 혈중 알콜농도가 0.16%였다면 열 시간이 지나면 0으로 떨어진다. 알콜 분해속도는 개인차가 거의 없으며, 속도를 빠르게 하거나 늦추는 방법은 거의 없는데, 두 가지 예외가 있다.
수년간 지속적으로 과음을 하면 다른 분해효소가 만들어져 분해 속도가 약간 빨라지는데, 이 경우 간을 손상시켜 간경화로 발전할 가능성이 많다. 또 한 가지는 술을 마시기 전에 음식을 먹는 경우로 알콜 분해 속도가 약간 빨라진다.
알콜의 매력을 포기하기 쉽지 않음은 인류의 역사가 말해준다. 그렇지만, 그 매력이 소중하더라도 하나뿐인 더 소중한 자신의 몸을 망가뜨리면서까지 붙잡아야 할 만큼 가치가 큰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다. 알콜의 매력 뒤에 숨어 있는 그늘을 생각하면서 어느 정도 자제하는 지혜가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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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호 독립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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