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인질' 필감성 감독 "中배우 납치사건 모티브, 황정민 고마워"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이이슬 기자] “‘영화는 황정민의 이야기’라는 선언으로 시작하고 싶었다.” 제작진이 잘 차린 밥상에 숟가락만 얹었다는 말로 수상의 감격을 대신하던 황정민의 ‘밥상 소감’으로 영화 ‘인질’은 문을 연다. 단도직입적으로 황정민 영화라는 것을 선언한 것이다. 감독은 “황정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면이었다”고 첫 장면에 배치한 이유를 설명했다.


필감성 감독은 11일 진행된 화상 인터뷰에서 영화 ‘인질’에 대해 “새로운 장르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영화 ‘인질’은 어느 날 새벽, 증거도 목격자도 없이 납치된 배우 황정민을 그린 리얼리티 액션스릴러. 황정민이 배우 황정민으로 분한다. 단편 ‘Room 211’(2002) 등을 연출한 필감성 감독이 오랜 준비를 거쳐 20여 년 만에 장편상업영화로 데뷔했다.


'인질'은 2004년 실제 중국에서 벌어진 배우 오약보(?若甫) 납치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어 제작된 영화다. 앞서 같은 사건에 모티브를 얻어 만들어진 '세이빙 미스터 우'(2016)는 중국 톱스타 우(유덕화 분)가 영화 제작발표회 후 경찰을 사칭한 패거리에 납치당한 내용을 그린다. 영화배우가 납치당한 후 펼쳐지는 사건이라는 핵심 설정이 동일하다.

필감성 감독은 “실화 사건을 보고 영화를 만들겠다 마음먹은 후 ‘세이빙 미스터 우’를 봤다. 제가 구상한 영화 방향과 달랐다. ‘인질’은 ‘배우 탈출기’가 되길 바랐지만 ‘세이빙 미스터 우’는 경찰이 미스터 우를 구출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며 “탈출에 포커스를 맞추고 인질과의 사투와 액션에 신경을 썼다”고 차별점을 어필했다. 실제 사건에 모티브를 얻어 만들었을 뿐, '세이빙 미스터 우'가 원작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허구의 캐릭터가 아닌 실제 배우 황정민을 주인공으로 설정함이 부담되지는 않았을까. 필 감독은 “그 점이 가장 걱정됐다”며 입을 뗐다.


“리얼하면서 새로운 지점을 찾아보자는 마음으로 과감하게 설정했습니다. 그렇지만 혼자 그렇게 하고 싶다 한들 어렵지 않았을까요. 황정민에게 설정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조심스럽게 물었는데 흔쾌히 동의했어요.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해보자고 해주셔서 용기를 얻었죠. 든든했습니다.”


[인터뷰]'인질' 필감성 감독 "中배우 납치사건 모티브, 황정민 고마워" 원본보기 아이콘

[인터뷰]'인질' 필감성 감독 "中배우 납치사건 모티브, 황정민 고마워" 원본보기 아이콘


황정민이 손 잡자 ‘인질’의 제작에 속도가 붙었다. 필감성 감독은 “손짓 하나까지 준비해오는 배우”라며 “함께 작업하는 연출자로서 굉장히 편했고, 열정적인 태도에 놀랐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필 감독은 “황정민은 밧줄에 묶인 장면을 촬영하며 팔에 멍이 들기도 했다. 그 모습을 보며 안쓰러웠다. 어떻게 도와드릴지 고민하던 제게 황정민이 ‘괜찮아. 빨리하자’고 독려했다”고 말했다.


‘인질’의 프리 프러덕션 단계에서부터 황정민은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필감성 감독과 꾸준히 의견을 교환하며 실제 자신의 모습을 투영했다.


감독은 “일정 끝나고 매니저를 두고 홀로 집에 가시는 것도 유사하고 배우가 실제 사용하는 에코백 설정 역시 디테일을 살린 지점”이라며 “황정민이 편의점 앞에서 인질범과 마주하는 장면에 관해 ‘나 같으면 다른 행동을 했을 것’이라고 해서 영화에 반영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황정민이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냈죠. 좋은 의견을 마다할 이유가 없잖아요. 오히려 말해주는 게 고맙고 좋죠. 방향이 안 맞을 때는 ‘왜 이런 의견을 주셨을까’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됐어요.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작업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황정민의 ‘밥상 소감’을 오프닝 장면에 삽입한 것은 필감성 감독의 선택이었다. 그는 “단도직입적으로 시작하고 싶었다. ‘배우 황정민의 이야기’라는 것을 압축해서 말하고 싶었다”고 했다. “황정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상징이 뭘까 고민했는데, 밥상 소감이 생각났어요. 제작진 모두 그게 가장 먼저 떠오른다고 동의해서 사용하게 됐죠. ‘브라더’나 ‘드루와 드루와’ 등 대중이 알만한 이야기들도 차용했습니다.”


황정민을 납치한 인질범들은 배우 김재범, 류경수, 정재원, 이호정 등 새로운 얼굴로 꾸렸다. 필감성 감독은 오디션을 거쳐 인질범 5인방의 캐스팅을 했다. 최종 오디션 단계에서는 황정민이 대사를 맞추며 옥석을 가렸다.


필 감독은 “김재범은 가장 먼저 오디션을 본 배우였는데 마지막 오디션을 진행할 때까지 그가 잊히지 않았다. 사실 사무실에서 진행하는 오디션 연기를 믿지 않는 편이다. 주로 의견을 유연하게 반영하는지, 거부한다면 어떤 식으로 할지를 봤다. 천 명이 넘는 배우들을 계속 봤는데, 어느덧 프리 프러덕션 일정이 임박했다. 좋은 배우들은 많은데 고민하다 황정민한테 같이 봐달라고 요청했다”고 떠올렸다.


[인터뷰]'인질' 필감성 감독 "中배우 납치사건 모티브, 황정민 고마워" 원본보기 아이콘

[인터뷰]'인질' 필감성 감독 "中배우 납치사건 모티브, 황정민 고마워" 원본보기 아이콘


최종 오디션에서 황정민은 배우들과 직접 대사를 맞췄다. 감독은 “황정민이 대사를 함께 해주니 ‘저런 화학작용이 일어나겠구나’ 하는 그림이 딱 보였다”며 “인질범으로 황정민을 압박해야 하는데, 신인 배우가 황정민과 연기한다는 것만으로 압박감이 상당하다. 때리고 협박할 수 있을까, 담력도 보게 되더라. 황정민 앞에서 주눅 들지 않고 연기할 수 있는지도 중요한 포인트였다”고 심사 기준을 설명했다.


“신인이 의욕만 가지고 연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죠. 눈빛으로 황정민과 일대일 대등하게 연기할 수 있는 배우가 필요했어요. 3주 넘게 리허설을 진행했고, 그 과정에서 배우들이 볼링도 치고 함께 어울리며 아주 친해졌어요. 나름 재미있게 준비하고 촬영했습니다.”


필감성 감독은 우여곡절 끝에 첫 장편상업영화를 개봉하게 된 것에 “행복하고 감사하다”며 남다른 감회를 보였다. 그는 “언론시사회 직전에 회사 부사장께서 ‘감독님. 이따 우실 거죠?’라고 묻더라. ‘많이 울어서 눈물도 안 나온다’고 했다”며 “영화를 본 황정민의 반응이 가장 궁금했는데 ‘재미있네. 잘 만들었다. 수고 많으셨어’라고 하더라. 그 말에 마음이 다 풀렸다”고 전했다.


“액션 스릴러를 보며 영화를 꿈꿨고 ‘인질’로 데뷔하게 돼서 행복합니다. 저는 스릴러를 좋아하지만, 한계를 두고 싶진 않아요. 좋은 영화가 있다면 다양한 장르 연출에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사진=NEW

AD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