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그날엔…] 경험자 절반은 이미 대통령 당선, '500만표의 법칙'
역대 대선 500만표 이상 기록한 낙선자, 이후 선거에서 대통령 당선
대통령 꿈 이룬 김영삼·김대중·문재인…남은 '500만표 클럽' 운명은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한국 정치에서 대통령선거의 역사를 되짚어보면 흥미로운 징크스를 발견할 수 있다. 이른바 ‘500만표의 법칙’이다. 정치인들 가운데 선거에서 100만표 이상의 득표를 경험한 이는 몇 명이나 될까. 국회의원 선거에서 100만표 달성은 불가능하다.
서울이나 경기도 등 인구가 많은 지역의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에서 선전해야 도달 가능한 득표이다. 그렇다면 500만표를 얻은 경험이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가장 최근 열린 전국동시지방선거인 2018년 제7회 지방선거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가 얻은 득표 수는 337만여표다.
이재명 후보는 당시 득표율 56%의 압도적 지지를 받았지만 500만표에는 한참 미치지 못했다. 서울이나 부산은 261만표, 94만표의 지지를 얻은 후보가 각각 당선됐다. 득표율이 아무리 높아도 광역지자체 단위 선거에서 500만표 득표는 불가능에 가깝다.
한국 정치에서 500만표 고지를 밟을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기회는 대선이다. 대선에서도 500만표 득표는 아무나 기록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해당 대선의 승자가 되거나 적어도 2~3위는 기록해야 500만표 고지를 밟아볼 수 있다.
한국 정치의 현실을 고려할 때 민주당 계열 정당이나 국민의힘 계열 정당 또는 강력한 지지를 얻었던 제3정당의 대선 후보가 넘볼 수 있는 고지가 바로 500만표이다.
흥미로운 점은 한국 정치에서 500만표 클럽에 가입한 경험이 있는 인물 중 절반 가량은 이후 대선에서 승리해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뽑혔다는 점이다. 정치인에게 500만표 득표는 대선 고지 달성을 예고하는 훈장과도 같다.
한국 대선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제3의 후보’ 중 한 명인 통일국민당 정주영 후보도 500만표 클럽에는 가입하지 못했다. 1992년 제14대 대선에서 16.31%를 득표하며 선전했지만 득표수는 388만67표에 머물렀다.
많은 사람이 500만표를 기록한 것으로 알고 있는 1997년 제15대 대선의 국민신당 이인제 후보 역시 500만표 클럽 가입 문턱에서 돌아서야 했다. 당시 이인제 후보가 얻은 득표수는 492만5591표(득표율 19.2%)였다.
500만표 클럽에 가입한 뒤 대통령의 꿈을 이룬 첫 번째 인물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71년 제7대 대선에서 신민당 후보로 출마해 539만5900표(득표율 45.25%)를 얻었다.
정치인 김대중은 26년이 지난 1997년 제15대 대선에서 1032만6275표(40.27%)를 얻으며 대통령에 당선됐다. 정치인 김대중은 1971년, 1987년, 1992년, 1997년까지 모두 4차례나 500만표 이상을 득표했다. 500만표 클럽에 4차례 가입한 유일한 인물이다.
500만표 클럽 징크스(500만표를 넘은 경험이 있는 정치인은 훗날 대통령에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를 처음으로 증명한 인물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87년 제13대 대선에서 633만7581표(28.03%)를 기록하며 500만표 클럽에 가입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2년 제14대 대선에서 997만7332표(41.96%)를 기록하며 청와대의 새로운 주인공이 됐다.
김영삼 전 대통령, 김대중 전 대통령의 뒤를 이어 500만표 클럽의 징크스를 입증한 인물은 문재인 대통령이다. 문 대통령은 2012년 1469만2632표(48.02%)를 얻었지만 낙선한 바 있다. 한국 대선 역사상 낙선자 가운데 가장 많은 득표 기록을 세웠다.
문 대통령은 2017년 1342만3800표(41.08%)를 얻으며 대통령에 당선됐다. 500만표 이상 득표자 가운데 또 한 명의 대통령이 탄생한 것이다.
그렇다면 500만표 클럽에 가입했지만 대통령의 꿈을 아직 이루지 못한 이는 누구일까. 대표적인 인물은 정치인 이회창이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대선 후보는 1997년과 2002년 대선에 출마해 각각 993만5718표(38.74%), 1144만3297표(46.58%)를 기록했지만 낙선했다. 정치인 이회창은 2007년 대선에 다시 도전했지만 355만9963표(15.07%)를 얻으며 다시 낙선했다.
민주당 계열 정당 쪽에도 500만표 클럽에 가입했지만 대통령의 꿈을 이루지 못한 인물이 있다. 정치인 정동영이 주인공이다. 그는 2007년 대선에서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로 출마해 617만4681표(26.14%)를 얻은 경험이 있지만 아직까지 대선의 최종 승자가 되지 못했다.
2022년 대선에 출마할 가능성이 있는 인물 중에서도 500만표 클럽의 주인공들이 있다. 가장 최근 대선인 2017년 제19대 대선에서 500만표가 넘는 득표를 기록한 정치인 홍준표, 정치인 안철수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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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785만2849표(24.03%),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699만8342표(21.41%)를 얻은 바 있다. 두 후보 모두 낙선했지만 500만표가 넘는 득표를 경험한 바 있다. 두 사람은 차기 대선에서 500만표 법칙의 또 다른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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