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무례 발언에 "귀를 의심" 시민 비판 쏟아져
최선 다한 선수들, 메달 획득 상관없이 응원하는 시민들
전문가 "메달 중시 중계 방식, 고민 필요한 때"

2020 도쿄올림픽 육상 남자 마라톤에 출전한 오주한 선수가 레이스 도중 다리 통증을 호소하며 멈춘 모습./사진=SBS 방송 화면 캡처

2020 도쿄올림픽 육상 남자 마라톤에 출전한 오주한 선수가 레이스 도중 다리 통증을 호소하며 멈춘 모습./사진=SBS 방송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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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강주희 기자] "완전히 찬물을 끼얹네요", "우리가 원했던 색깔의 메달은 아닙니다만…."


지난달 23일 개막한 2020 도쿄올림픽이 17일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막을 내렸다. 결과를 떠나 매 경기 최선을 다한 선수들의 노력은 코로나19 사태로 힘겨운 시기를 보내는 많은 국민에게 희망과 열정, 감동을 주었다. 그러나 일부 중계진이 선수를 향해 무례한 발언을 하는 등 부적절한 해설로 논란이 빚기도 했다. 타 국가를 폄훼하는 듯한 사진과 자막으로 MBC는 결국 사장이 직접 나서 사과까지 했다.

반면 시민들은 메달 획득 여부와는 상관없이 노력한 선수들을 향해 응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메달, 성적 중심의 올림픽 중계 방식에 회의를 느끼는 시민들이 적지 않다고 평가한다. 전문가는 대중이 가진 생각과 감수성에 맞는 해설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때라고 제언했다.


도쿄올림픽 폐막일인 8일 MBC는 남자 마라톤 중계를 내보내는 과정에서 또 한 번 말실수로 구설에 올랐다. 케냐 출신 귀화 마라토너인 오주한 선수가 허벅지 통증으로 기권하자 윤여춘 해설위원은 "완전히 찬물을 끼얹네요. 이럴 수가 있을까요"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윤 해설위원은 이어 "저는 오주한이 이번 올림픽에서 이봉주의 은메달, 황영조의 금메달에 이어 또 한 번 메달을 바라본다고 자신만만하게 장담했었다"라며 "참 많이 기대했었는데 아쉽다"라고 했다.


시청자들 사이에선 부적절한 표현이었다는 비판이 쇄도했다. 누리꾼들은 "누구보다 안타까울 사람은 선수" "선수의 건강 상태는 안중에도 없나" "귀를 의심했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윤 해설위원의 발언을 비판했다.


6일 도쿄올림픽 여자 배구 한국과 브라질 준결승전. 한국 선수들이 득점 성공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6일 도쿄올림픽 여자 배구 한국과 브라질 준결승전. 한국 선수들이 득점 성공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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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의 노력보단 '메달 색'을 중시하는 발언은 또 있었다. 지난 26일 남자 유도 73㎏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안창림 선수가 상대편을 꺾고 동메달을 획득했으나, MBC 캐스터는 "우리가 원했던 색깔의 메달은 아닙니다만"이라고 말해 빈축을 샀다. 이를 두고 "아직도 메달 색에 집착하는 중계 방식 너무 낡았다" "금메달만 메달이냐" 등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MBC는 이전에도 도쿄올림픽 중계 도중 여러 차례 물의를 빚어 질타를 받은 바 있다. 개막식 중계를 내보내면서 우크라이나 선수단을 소개할 때 '체르노빌 원전 사고' 사진을 사용하는가 하면, 남자 축구 경기에서는 '고마워요 마린'이라며 자책골을 넣은 상대 팀 선수를 조롱하는 듯한 자막을 내보냈다. 연이어 발생한 무례한 중계로 박성제 MBC 사장은 지난달 26일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까지 열었다.


성적과 메달을 강조하는 듯한 중계 방식과는 달리, 시민들은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하고 경기 자체를 즐기는 선수들의 모습에 응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대표적으로 여자 배구팀은 최종 4위로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으나, 경기 내내 선수들끼리 의지하는 모습과 부상을 입었음에도 결코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 국민들에게 큰 울림을 전달했다.


지난달 27일 도쿄올림픽 여자 태권도 67㎏ 초과급 결승에서 한국 이다빈 선수가 세르비아의 밀리차 만디치 선수에 패한 뒤 엄지를 들어보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지난달 27일 도쿄올림픽 여자 태권도 67㎏ 초과급 결승에서 한국 이다빈 선수가 세르비아의 밀리차 만디치 선수에 패한 뒤 엄지를 들어보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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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태권도 67㎏ 초과급 결승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이다빈은 자신을 꺾은 상대 선수를 향해 엄지를 치켜들어 메달보다 빛나는 페어플레이 정신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다빈 선수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패배의 슬픔도 있지만 제가 은메달을 딴 것도 축하할 일"이라고 말했다. 남자 태권도 68㎏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이대훈 선수 역시 자신을 이긴 상대를 향해 엄지를 들어 보여 다른 선수에 대한 존중을 보여줬다.


20대 직장인 박모씨는 "메달을 떠나 결과에 승복하고 상대방에 대한 존중을 보여준 선수들을 보며 자랑스러움을 느꼈다"라며 "품격있는 경기 매너, 경기 자체를 즐기는 선수들 모습에 감동하고 행복했던 17일이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대중이 가진 생각과 감수성에 맞는 중계 해설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때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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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최근 논란을 빚은 일부 중계방송이 대중들이 가진 감수성을 따라오지 못하는 것 같다. 늘 해왔던 중계 방식이 있었을 것이고 이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해왔던 탓"이라며 "과거엔 올림픽 관람을 국가 간 대결과 순위 경쟁에 치중해 봤다면 최근엔 이를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달라졌다. 국가보단 선수를 보고, 금메달이 아니라 이를 위해 노력하는 과정을 대중들은 지금 더욱 주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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