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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포럼]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울 때, 역주행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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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포럼]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울 때, 역주행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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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 '브레이브 걸스'란 걸그룹의 역주행이 화제다. 무려 10년 동안 무명으로 고생하다가 그룹 해체를 앞두고 군 위문공연 등 과거 동영상이 화제가 되면서 갑자기 가요 차트를 역주행하며 정상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녀들은 하루하루가 힘들어 각기 다른 아르바이트로 생활고를 이기고 있었다고 한다. 정상에 선 그녀들은 과거 생각에 눈물을 보인다.


갑자기 흘려 내렸던 감동의 눈물이 떠오른다. 오래 전 지구촌에서 일어난 기적적인 역주행(?)사건을 보며…

1968년 미국 디트로이트의 어느 라이브카페에서 노래를 잘 만들어 부른다는 무명의 가수에게 유명 음반 제작자들이 찾아 왔다. 그들은 당시 미국에서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던 밥 딜런처럼 히트를 예감하며 즉시 앨범 제작에 착수해 두 개의 앨범을 완성시켰다. 기대와 달리 앨범은 겨우 몇 장 팔리고 끝이었다. 더군다나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그 가수는 라이브공연 도중에 분에 못 이겨 권총으로 자살을 했다, 분신 자살을 했다는 등의 흉흉한 소문만 남기고 사라졌다.


그런데 몇 년 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뜬금없이 그 가수의 노래가 갑자기 폭풍 같은 인기를 끈다. 극심한 차별 정책으로 억압과 검열에 시달린 국민들을 '아이 원더', '슈가맨' 등의 노래로 위로해 줬다. 폭정에 대항하던 시기였다. 국민들은 노래를 부르며 단결했다. 시민들은 그 가수를 노래 제목인 슈가맨이라고 불렀다. 남아공 국민들은 엘비스 프레슬리는 몰라도, 슈가맨은 영웅이었다.


미국서 남자친구를 만나러 온 여성이 그 음반을 가져왔고 사람들이 카세트테이프에 녹음하며 서로 돌려가며 퍼지게 됐다. 노래가 인기를 끌자 사기꾼들이 원저자 모르게 엘범을 만들어 수십만 장의 음반을 팔아 착복했다. 20여년 동안 인기를 끌자 팬들은 슈가맨이 누구인지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지금 같은 인터넷 시대도 아니고 그가 국제적으로 고립돼 있어 찾기 쉽지 않았지만 많은 시간과 공을 들여 그를 찾은 결과 마침내 디트로이트의 공사판에서 막일을 하며 살아온 그를 찾아냈다.

남아공 팬들은 그를 초빙한다. 베일에 싸였던 그가 나타나자 팬들의 함성이 커졌다. 감정에 격해진 슈가맨이 고개를 숙이자 노래를 시작하지 못한다. '아이 원더'의 전주 부분만 함성 속에 무한 반복된다. "디리리 디리리리… 디리리 디리리리…"


마침내 30년을 한쪽에선 무명의 노동자 로드리게스로, 다른 세계에선 슈가맨의 영웅으로 살아온 두 삶이 합쳐져 특유의 음색으로 노래를 부를 때 기립한 관객들의 커다란 환호성은 뭉클한 감격으로 인해 음소거가 돼 버렸다. 이 실화는 다큐멘터리 영화로 제작됐다.


자신이 루저라고 생각할 때, 내가 하는 일들이 다 안 풀린다고 생각이 들어 힘들 때가 있다. 하지만 다른 세계에서 나는 영웅이고 스타일 수 있다.


위대한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는 아무도 안 읽는 책을 쓰느라 20년을 보냈다. 그는 인생의 막바지에 도달해 뒤를 돌아보고 이런 결론을 내렸다.


"자신이 힘들고 고통스러운 날들이 자기 인생 최고의 날들이었다고, 왜냐하면 그 때가 자신을 만든 시간들이었으니까."


(리포터 시절 10여년 무명에 힘들어서 셀프 촬영하며 진심으로 자신을 반성했던 유재석이 떠오른다.)


서재연 미래에셋증권 갤러리아WM 상무




세종=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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