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가까워진 비대면 서비스…더 멀어진 노인들의 일상
코로나19로 은행 영업시간 단축
ATM·인터넷 사용법 어려워
음식점 등 키오스크 확대
눈치보다 결국 도움 요청
[아시아경제 정동훈 기자, 이정윤 기자] 식당을 운영하는 김양희(67)씨는 폭염이 한창이던 21일 오후 2시께 중구의 한 은행 지점을 찾았다. 식자재 대금을 이체하기 위해서다. "한창 더울 때 오셨네요" "현금자동인출기(ATM)나 모바일뱅킹을 이용하면 편하실 텐데요"라고 기자가 물었다. 김씨는 "사용법도 어렵고, 은행 업무시간이 줄다 보니 식당이 바쁠 땐 며칠간 은행을 못 간다. 더워도 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이용객 서일순(75)씨는 "찜통 더위 탓에 햇빛 좀 피하려고도 은행을 찾는데 영업시간이 짧아져 아쉽다"며 "이달에 영업시간 줄이는 것도 문 닫힌 걸 보고서야 알았다"고 말했다.
수도권 시중은행들은 이달 23일까지 영업 종료시간을 기존 오전 9시~오후 4시에서 오전 9시30분~오후 3시30분으로 1시간가량 단축했다. 코로나19 확진자 급증 추세가 꺾이지 않아 이 조치는 연장 가능성이 높다. 영업시간은 단축되고 인터넷·모바일뱅킹 등은 익숙하지 않다 보니 노인들로선 창구 찾아 삼만리가 된 것이다. 코로나19 대유행 영향으로 비대면·비접촉 시스템이 확산하면서 또 다른 사각지대·소외계층이 만들어진 것이다.
서울 종로구의 한 은행 점포를 찾은 노인들도 영업 단축에 불편함을 토로했다. 이모(78)씨는 "전보다 은행이 문을 빨리 닫는다는 사실을 모른 채 방문했다가 이용하지 못하고 돌아간 적이 있다"면서 "계좌이체를 하려는데 기계가 익숙하지 않아 창구 직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현금을 계좌에 입금하기 위해 은행 점포를 찾았다는 장모(75)씨는 "은행 앞에 있는 기계로 돈을 통장에 넣으려고 씨름하다 결국 직원을 찾아왔다"면서 "직원 도움이 필요한 우리 같은 사람들은 영업 시간 단축이 불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내 은행 점포 수는 2016년 7101개에서 작년 말 기준 6405개로 5년 새 700개가량 줄었다. 지금도 지점폐쇄·통폐합 등이 추진되고 있다.
음식점에서의 키오스크(무인주문기) 확산도 고령층에겐 부담이다.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만난 김모(70·여)씨는 키오스크를 사용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날도 그는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김씨는 "눈도 잘 안 보이고 해서 기계로 주문할 때는 주변 사람의 도움을 받는다"면서 "몇 번 주문을 시도해본 적이 있지만 뒤에서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으면 초조해지고 압박감이 느껴져 그 후론 사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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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에서도 키오스크 사용에 미숙한 노인층이 티켓 구매에 애를 먹기도 한다. 영화관 앞에서 만난 이모(76)씨는 "키오스크로 티켓 구매를 시도해봤지만 결국 직원에게 도움을 받아 결제했다"며 "잘 눌러지지도 않고 내가 사용하기엔 복잡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정윤 기자 leejuy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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