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기업에게 중국은 기회의 땅이었다. 1978년 개혁개방으로 문호를 열었고 2001년 WTO (세계무역기구) 가입으로 글로벌 경제구조에 편입되었다. 14억 인구가 내포하는 생산-소비의 잠재력이 외부의 자본-기술과 결합하면서 경제성장이 시작되었다. 지리적으로 인접한 우리나라는 직접적 영향권이었다. 소위 중국 전문가들은 앞다투어 장밋빛 전망을 쏟아냈고 기업들도 중국 진출을 서둘렀다. 현재 시점에서 이러한 기대는 비현실적인 백일몽이었음이 드러나고 있다.
지난 6월 중순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는 국내 500대 기업 중국 생산법인의 2016년에서 2020년간의 매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24조원에서 5조원으로 78% 감소했고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는 합산하여 39조원에서 13조원으로 66% 줄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 계열에서만 45조원이 감소했다. 불과 4년만에 우리나라 간판기업들의 경쟁력이 이토록 추락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 동안 단편적으로 전해지던 우리나라 기업에 대한 불공정한 차별정책이 숫자로 확인된 셈이다. 이는 개별 기업의 역량 차원이 아니라 중국 공산당 체제의 근본적 특성에 기인한다.
중국경제가 내포한 문제의 핵심은 공산주의 체제에서 발생하는 모순이다. 중국 공산당의 경제운영은 경제라는 새를 정치라는 새장에 가두고 관리하는 조롱론(鳥籠論)에 입각하는 새장경제이다. 정치권력이 민간시장을 예속시켜 사유재산이 보장되지 않고 근대적 법치가 확립되지 않은 구조에서 기업활동의 독립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정치권력에 굴종하여 연명하는 이외의 선택지는 없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를 창업한 마윈이 대표적 사례이다. 지난해10월 공개행사에서 정부정책을 비판했다가 실종되었다. 이후 자회사 상장 취소에 법규위반으로 3조원대 과징금이 부과되었다. 최근 활동을 재개했지만 언행에서 부자연스러운 측면이 많다. 목숨이라도 부지한 마윈은 그나마 다행이다. 2016년 사천성의 최대 민간기업이었던 한룽그룹의 류한회장과 그의 동생 등 5명이 부패와 비리협의로 사형되었다. 2017년 홍콩에서 중국 공안에게 체포된 밍텐그룹 샤오 회장은 종적이 묘연한 와중에 200조원 규모의 계열사들이 국유화되었다. 2018년 하이난 항공그룹 창업자 왕젠 회장이 프랑스 관광지에서 의문사하였고 보유재산은 공익기금에 기부되었다. 외신을 통해서 알려지는 대기업 이외에 규모가 작은 여타 기업들에게도 이런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소위 중국전문가들은 그래도 거대한 중국시장의 잠재력을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요행을 바라는 도박에 가깝다. 투자규모가 클수록 중국 정치권력에 대한 굴종도는 비례해서 높아지기 때문이다. 미국의 애플이 대표적이다. ‘사용자 정보보호’를 표방하며 2015년 미국에서 발생한 테러사건 용의자의 아이폰 잠금을 풀어달라는 수사당국의 요청도 거부하였다고 홍보해 왔다. 하지만 지난 5월 뉴욕타임즈는 애플이 중국 정부의 요청으로 중국내 아이폰 사용자 정보를 모두 넘겼다고 보도했다. 생산과 판매에서 중국 의존도가 높은 애플은 자칭 핵심가치마저 양보해야 사업존속이 허용되는 곤궁한 처지에 놓였다. 시가총액 세계 1위의 미국 기업이라는 든든한 배경의 애플도 이런 상황인데 여타 기업은 언급할 필요조차 없다.
중국은 외국계 기업의 무덤이다. 중국정부는 자국기업의 사업기반을 만드는 마중물로 활용할 뿐이다. 중국의 광대한 내수시장을 앞세워 투자를 유치한 후 사업규모가 커지면 각종 구실을 붙여 사실상 탈취하는 방식이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중국시장에서 막대한 수업료를 지불하면서 실상을 체득하였다. 국가적 안보문제인 사드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빌미로 민간기업인 롯데마트 영업을 중단시켰다. 삼성전자, 현대차의 매출 격감도 샤오미 등 중국 토종기업을 지원하는 불공정한 정책의 결과물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중국사업에 대한 백일몽에서 깨어나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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