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톺아보기]노동이 사라진 다음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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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시국이 한창인 때 민주노총의 거리집회가 있었다. 방역과 관련해 여러 얘기가 있지만 불과 몇년 전 민중대회에서 농민 한분이 물대포를 맞고 사망한 사건을 생각하면 노동자의 집회의 자유가 이토록 보장된 적이 있었던가 싶다. 최근 몇 년 조직된 노동자의 처우는 급격히 좋아졌다. 주 52시간의 노동시간이 보장되고, 최저임금이 크게 올랐으며, 공공기관에 한정되기는 하지만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도 진행되고 있다. 그럼에도 대부분 서민의 삶은 나아지지 않고 있는 이유는 뭘까.


서민의 대부분이 더 이상 법상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1997년 노동법이 개정된 이후 과반수가 넘는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노동자나 도급업체가 파견한 노동자로 전락했다. 그래도 이때까지는 비정규직 노동자든 파견 노동자든 법상 노동자에 해당돼 노동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었다. 문제는 기업들이 도급 업체와 도급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노동자들과 직접 도급계약을 체결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방송계나 운송업계에서는 이미 만연한 형태였던 신종 노동구조의 확산은 프리랜서 개인사업자라는, 실질적으로 노동자이나 법상 개인사업자인 특수한 노동계층을 만들어 냈다.

배달 라이더, 택시기사, 번역 프리랜서, 방송작가, 학습지 교사 등 실질적 노동자들은 고용주나 플랫폼 업체와 노동법의 보호를 받는 고용계약이 아닌 도급계약을 체결한다. 도급계약은 사업자 간 체결하는 계약이므로 이 계약의 당사자에게는 노동시간 제한, 최저임금, 산재보험 등 사회보험상의 보호같은 것들이 하나도 주어지지 않는다. 분명히 노동자임에도 법에 따르면 사업자이고 자본가인 노동자가 늘어나는 동안 우리 곁의 노동은 조용히 소멸하고 있다.


또한 자영업자들은 법상 사업자로 분류되지만 대부분의 자영업자들은 자신의 노동과 약간의 직원을 기반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그나마 최근에는 부동산 임대료 상승과 최저임금의 상승 등으로 그 약간의 직원조차 유지하지 못하고, 무보수 가족 노동에 의존하여 생계를 이어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실질적으로는 노동자에 가깝지만 법상 사업자 또는 자본가로 취급받는 이들 자영업자들은 플랫폼 업체들로부터 불공정계약을 강요받아도 제대로 저항 한번 하지 못하고 있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가 오고 있다 한다. 제4차 산업혁명을 상징하는 플랫폼 업체들이 유니콘을 넘어 데카콘이 되고 있다는 소식이 하루가 멀다 하고 들려온다. 하지만 그들의 대박이 어디서부터 기원하는지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그들의 성공에 대해 모두가 환호하는 사이, 노동자이지만 법상 사업자나 자본가 취급을 받는 진짜 노동자들의 삶은 점점 더 피폐해지고 있다. 프리랜서 개인사업자든 자영업자든 실질적 노동자성이 인정된다면 그들의 노동 역시 조직된 노동자들의 노동 만큼 법으로 보호되는 것이 정의다. 하지만 아무도 이들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정치권도 조직된 노동자와 제4차 산업혁명을 선도한다는 플랫폼 업체들을 옹호하기에 급급하다. 하지만 이대로 실질적 노동자들의 쇠락해가는 삶을 외면하고 무분별하게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순응하다 보면 우리는 분명, 법으로 보호받는 노동이 완전히 사라진 다음날을 맞이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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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수 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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