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미윤 LH 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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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은 우리 모두에게 잊지 못할 한 해였다.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올해 역시 잊혀 질 수 없을 것이다. 세계 곳곳의 대규모 봉쇄 조치는 2차 세계대전 이후 75년만의 일이다. 세계 경제성장률도 4.4%가 떨어져 최악의 성적이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격리, 봉쇄는 일상의 소통만 멈추게 한 것이 아니라 예기치 못한 실직, 소득 감소, 불안과 공포로 이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집에 안전하게 머물러야 하지만 머무를 집이 없거나 머무를 수 없어 코로나발 주거 위기가 심각해지고 있다.


많은 국가들은 우선 응급 처방을 했다. 임대료 지불 유예, 퇴거 유예, 임차료나 관리비 지급, 쉼터 등 임시거처 제공, 대출 상환 유예 등이 한시 대책들이다. 그러나 기존의 주택 시스템이 바뀌지 않은 이러한 응급 대응은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다. 일례로, 미국은 소득 감소로 임대료를 제때 내지 못한 임차인들에 대해 퇴거 모라토리엄을 지난해 12월 말까지로 했지만 올해 3월말, 6월말, 그리고 7월말까지 3차례나 연장했다. 하지만 7월말 시한이 끝난다면 420만명에 달하는 임차인들이 퇴거 위협에 처하게 되며, 이럴 경우 역사적인 퇴거 물결을 이룰 것이다. 어느 나라나 할 것 없이 공공임대주택에는 대기자 줄이 더 길어졌고, 홈리스도 30% 정도 더 늘었다.

사실, 주거 위기는 새로운 이슈는 아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그동안의 문제가 재차 더 부각된 것이다. 집은 왜 점점 더 부담할 수 없고 안정을 누리기 어려운 것일까? 이에 대한 정공법은 부담가능하고 안정된 집을 늘리는 것이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는 주거 빈곤과 에너지 빈곤의 동시적 해법으로 공공주택 확대를 주문하고 있다. 유로존은 유럽 의회가 주축이 되어 그린 뉴딜과 연계시킨 주거뉴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후 위기와 환경 위기에 이어 이제 주거 위기 극복이 구호이다.


프랑스 재건(France Relance) 계획, 덴마크 그린 회복(Green Rocovery) 계획, 영국의 어포더블 하우징(Affordable Housing) 계획 뿐 아니라 네덜란드, 스웨덴, 벨기에 등 유럽 각국은 지금 ‘양질의 부담가능한 공공주택의 투자로 주거 정의, 환경 정의, 기후 정의 실현’을 주창하며 그린 뉴딜 자금의 30% 이상을 공공주택 신규 건설, 리모델링, 에너지 성능 개선에 투자할 예정이다. 유럽 의회도 2021년 1월 ‘집에 대한 공정한 개발과 접근’이라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캐나다는 그린뉴딜 커뮤니티 계획을 수립하여 10년간 5000억 달러(약 460조원)의 공공주택 투자로 저소득층의 임대료 부담을 10% 줄이고자 한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그동안 정책 우선순위에서 소홀했던 공공임대주택에 대해 700억 달러(약 80조원) 이상을 들여 재건(신규 건설, 리모델링, 성능 개선) 작업에 들어갔다.

주거뉴딜은 특정 프로젝트가 아니다. 1930년대 대공항을 벗어나기 위해 동원한 뉴딜과 유사하게 지금 세계의 주거는 비상 상황이라는 의미이다. 주거 뉴딜은 ‘집에 대한 새로운 합의’이다. 집은 모든 사람에게 안전하고 쾌적하며 부담가능해야 한다‘는 가장 기본적인 가치와 공정한 접근을 보장하는 합의이다. 이는 지난 2010년 이후 크게 줄어든 공공주택 투자를 회복하겠다는 합의이자, 코로나 상황에서도 과도하게 치솟는 집값에 대한 대세적 흐름을 바꾸는 전환의 의미도 갖는다.


한국판 그린뉴딜에는 주거뉴딜이 접목되어 있지 않다. 물론 주거복지로드맵에 따라 신규 공공임대주택은 2025년까지 청사진이 제시되어 있지만, 기존 임대주택에 대한 그린화, 품질과 성능 개선은 반영되어 있지 않다. 공공임대주택 중 20만호는 조만간 지은지 30년차에 이른다. 민간 임대주택도 절반 이상이 지은지 20년이 넘었다. 전국적으로 최저주거기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구가 100만이 넘는다. 우리도 이제 집을 코로나 회복의 중심에 두도록 주거 뉴딜로 주거 위기를 극복하고 주거 정의에 보다 더 다가서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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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미윤 LH 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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