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반정부시위 전국적 확산...美는 개입가능성 시사(종합)
수도 아바나 등 전국 12개 도시로 시위 확산
단순 생활고 아닌 정치변혁 등 요구..."독재타도"
혁명세대 정계 은퇴 3개월만에 대대적 시위...정정불안
[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이현우 기자] 쿠바에서 27년만에 발생한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 쿠바 정부가 무차별 진압과 체포로 대응하면서 유혈사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이번 시위는 기존 시위와 달리 시위대가 단순 생활고가 아닌 정치변혁 등을 요구하며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미국정부까지 이례적으로 개입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향후 사태 추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시위의 주 원인은 코로나19 사태와 경제난에 따른 민심 악화로 알려졌지만, 이면에는 최근 구 혁명세대들의 정계은퇴와 권력교체에 따른 정정불안이 숨어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쿠바에서는 전날부터 수도 아바나를 비롯해 산티아고, 팔마소리아노 등 전국 12개 이상의 대도시에서 시위가 벌어졌으며 80명 이상이 경찰에 체포됐다. 분노한 수천명의 시민들은 거리로 나와 "독재 타도", "대통령 사임", "공산주의 종식" 등 체제변화를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며 행진했다.
미국까지 강하게 개입을 시사하고 나서면서 이번 쿠바시위는 더욱 국제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이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쿠바 반정부시위에 대한 성명을 통해 "쿠바 국민은 독재정권으로부터 자유를 요구하고 있으며 솔직히 이런 시위는 오랫동안 본 적이 없는 놀랄만한 일"이라며 "우리는 쿠바 국민을 지지하며, 쿠바정부는 국민의 목소리를 잠재우려는 시도와 폭력을 자제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쿠바정권에 대해서도 이례적으로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쿠바 국민은 권위주의 정권이 수십년간 행해온 압제와 경제적 고통으로부터 벗어나 자유와 구제를 바라고 있다"며 "미국정부는 쿠바정권이 스스로 배를 불리는 행위를 중단하고 중요한 순간에 국민의 필요를 충족시키고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것을 촉구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정부가 전례없이 공개적으로 쿠바 시위를 지지하며 개입 가능성을 시사한 것은 이번 시위가 이전 시위들과 비교해 규모나 성격이 크게 다르다고 판단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이번 시위는 1959년 공산혁명 이후 공산당 일당 체제를 60년 이상 유지하며 중남미에서 가장 견고한 철권통치가 이어지고 있는 쿠바에서 매우 이례적인 시위로 평가받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쿠바 시위는 주로 경제난에 따른 생활고를 항의하던 이전 시위와 달리 체제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며 "1994년 발생했던 대규모 시위도 수도 하바나를 넘어서진 못했는데 비해 이번 시위는 전국적인 규모로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도 수십년간 이어져온 생활고보다는 쿠바정권 내 세대교체와 맞물린 정권 내 혼선이 이번 시위의 큰 원동력이 됐다고 분석하고 있다. 앞서 2018년 8월 쿠바는 개헌을 통해 사유재산권 및 시장경제체제가 인정됐고 인터넷 사용제한이 풀렸으며, 60세 이상 고령자의 국가지도자 선출을 제한하는 등 점진적인 개혁안을 담은 개헌안이 통과된 바 있다.
이에따라 라울 카스트로 쿠바 공산당 중앙위원회 총서기가 지난 4월 정계 은퇴를 선언해 직책을 내려놓으면서 혁명세대들도 모두 정계를 공식 은퇴했으며, 혁명 직후인 1960년에 태어난 미겔 디아스카넬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혁명 이후 세대들이 정권을 맡게 됐다. 혁명세대들이 은퇴하고 3개월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이번 시위가 발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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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카불리히 미국-쿠바 무역경제위원회 의장은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여파가 있다해도 쿠바의 경제는 1990년대에 비해서는 훨씬 나은 수준"이라며 "지난 2018년 헌법 개정 이후 나타난 정권의 세대교체와 사유재산제도 인정, 국민들의 인터넷 사용이 허용된 것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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