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정부 시위가 거세지자 쿠바 당국은 국회의사당으로 이어지는 도로를 차단했다. (사진출처:W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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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코로나19 경제난에 신음하던 쿠바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거세진 가운데 항의 시위대를 향한 무차별적인 진압과 체포가 이어지며 유혈 사태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날 수도 아바나를 비롯해 산티아고, 팔마소리아노 등 쿠바 전역 12개 이상의 도시에서 시위가 벌어졌으며 경찰 진압 속 80명 이상이 연행됐다고 전했다.

쿠바 당국에 체포된 시위대 중에는 반체제 예술가 단체인 산이시드로 운동을 이끄는 시각 예술가 루이스 마누엘 오테로와 호세 다니엘 페레르 쿠바 애국 연합 의장 등 유명한 반체제 인사와 시민운동가들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분노한 수천명의 시민들은 거리로 나와 "백신을 달라", "독재 타도", "식량을 달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행진했다. 이들은 자유와 공산주의 체제의 종식을 요구했다. 시위에 참여한 한 남성은 "우리는 쿠바를 떠나고 싶지 않다.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의 사임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쿠바 경찰은 수도 아바나에서 반정부 시위를 벌이던 한 남성을 강제 연행했다. (사진출처:WSJ)

쿠바 경찰은 수도 아바나에서 반정부 시위를 벌이던 한 남성을 강제 연행했다. (사진출처:W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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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공산당 일당 체제로 엄격한 통제와 반체제 인사에 대한 감시가 있는 쿠바에서 흔치 않은 반정부 시위라며, 30년 만에 최대 규모라는 분석도 나왔다. 이번 시위의 실상이 외부로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쿠바 정권이 인터넷 접속을 대폭 제한하거나 차단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WSJ은 쿠바 당국은 사복 경찰과 방첩 요원 등을 배치하고 특수부대 차량들도 눈에 띄는 등 무력진압 움직임이 일고 있다며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전 중앙정보국(CIA) 쿠바 분석가인 브라이언 라텔은 "이번 시위는 정권의 무자비한 탄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쿠바는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시절 부과한 경제 제재를 전후로 이어진 극심한 경제난에 코로나19 사태가 겹치면서 수십년 만에 최악의 경제 위기를 겪고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상황까지 급격히 악화되며 신규 확진자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이날 기준 누적 확진자는 23만8491명이며, 백신 보급률은 인구의 15%로 낮은 수준이다.


이번 사태는 쿠바 카스트로 형제의 혁명 통치가 62년 만에 막을 내린 가운데 일어났다. 라울 카스트로 쿠바 공산당 중앙위원회 총서기가 지난 4월 퇴임을 선언하며 직책을 내려놨고 후임은 명목상 국가 수반인 미겔 디아스카넬 대통령이 맡게 됐다.


디아스카넬 대통령은 이날 국영방송 연설에서 현재 쿠바가 겪고 있는 위기와 혼란을 미국의 제재 탓으로 돌리며 "모든 혁명가와 공산주의자들이 도발 시도에 맞서 거리로 나설 것"을 촉구했다.


한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쿠바 정권에 반정부 시위에 지지를 통해 표출되는 민심에 귀를 기울일 것을 촉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우리는 쿠바 국민을 지지한다"면서 "쿠바의 권위주의 정권에 따른 수십 년 압제와 경제적 고통, 그리고 팬데믹의 비극적 장악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를 얻고 싶어하는 그들의 분명한 메시지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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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쿠바 국민들은 용감하게 기본적·보편적 권리를 주장하고 있다"면서 "평화 시위를 하고 자유롭게 미래를 결정할 권리 등은 존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쿠바 정권에 스스로 배를 불리는 대신 이런 중요한 순간에 국민의 필요를 충족시키고 국민에 귀 기울일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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