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의 중대재해법 시행령…과로사 못풀고 경영리스크 커졌다
勞使 모두 불만…입법예고 기간 의미 있는 수정 '사실상 불가능' 우려
어기면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 의무는 무거운데
열사병 등 질병은 포함, 뇌·심혈관질환 등 과로사 유발 질환은 배제
'제2의 김용균' 우려 큰 '단독 수행 불가 업무'도 빠져
경영계 '범법자 양산' 우려…'알아서 지켜라?' 안전보건 예산규모 모호
지난해 11월24일 서울 영등포구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민주노총 주최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집중 집회가 열린 모습. 이날 집회는 서울시의 10인 이상 집회 금지 조치로 9인이 참석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세종=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 정부가 고심 끝에 마련해 발표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이 너무 모호하다는 노사 양측의 불만이 들불처럼 커지고 있다. 다음 달 23일까지인 입법예고 기간에 정부는 노사 등 이해관계자와 대화에 나설 예정이지만 시행령이 대폭 수정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11일 경영계와 노동계에 따르면 시행령이 너무 모호하고 필요한 핵심 조항이 빠져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영계는 정부가 시행령에서 직업성 질병으로 정의한 열사병, 레지오넬라증, 매독, 에이즈(AIDS) 등과 업무 간 인과관계가 약하다고 주장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해야 하는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 ‘동일한 유해요인으로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에 3명 이상 발생’의 경우를 중대산업재해로 정의한다. 여기서 '동일한 유해 요인'의 구체적 기준이 빠진 것은 물론 안전보건에 관한 인력·시설·장비 등 의무적으로 마련해야 할 예산의 규모 등도 제시돼 있지 않아 산업계의 혼란이 클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모든 의무를 위반해 1명 이상 사망하는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사업주와 경영책임자는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 부상·질병에 대해서는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의무는 무거운데 규정은 모호하니 '범법자가 양산될 것'이란 불만이 나온다.
노동계는 과로사와 연관이 깊은 뇌·심혈관질환 등이 시행령에서 말하는 직업성 질병에서 빠진 데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택배기사 과로사 같은 산재사고가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면서 법과 시행령이 만들어진 것인데, 시행령이 그 취지에 비해 매우 미흡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주무 부처인 고용노동부는 설명자료를 내고 "뇌·심혈관 질환자의 채용이 위축될 우려가 있고 기업들도 처벌을 우려해 해당 질환의 업무상 재해 인정에 소극적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단독 수행 불가 업무'를 규정하거나 2인1조 작업을 의무화하는 내용도 포함되지 않은 점도 노동계의 불만을 키운다. 해당 규정이 명시되지 않으면 2018년 한국서부발전 근로자 고 김용균 씨가 혼자 근무하다가 끼임 사고로 숨진 사례가 재발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는 게 노동계의 주장이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텀블러에 담아 입 대고 마셨는데…24시간 지난 후...
정부가 법외노조 통보를 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개정 노동조합법, 근로자 50인 미만 기업에 계도기간 없이 시행하는 주52시간제 등 정부가 올해 입법예고한 굵직한 법률이 입법예고 기간에 대폭 수정된 사례는 없다. 정부는 다음 달 23일까지 정부-노동계, 정부-경영계 식으로 돌아가면서 대화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노사 양측 모두 정부가 법률을 의미 있는 수준으로 손질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유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