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미래 노조의 단체협약 요구로 교섭대표노조 지위 상실돼"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14조의10 2항 유추적용될 사안 아냐"

르노삼성자동차 노조 파업 집회.

르노삼성자동차 노조 파업 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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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르노삼성자동차가 쟁의행위 중인 노동조합을 상대로 신청한 방해금지가처분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졌다.


법원은 현재 쟁의행위를 주도하고 있는 르노삼성자동차노조는 교섭대표노조 자격을 상실해 쟁의행위를 주도할 자격이 없는 데다가 현재 노조가 진행하고 있는 쟁의행위는 목적의 정당성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특히 법원은 교섭대표노조 측이 쟁의행위의 근거로 든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14조의10 2항은 '이미 체결된 기존의 단체협약의 이행'과 관련해 한정적으로 교섭대표노조의 지위 유지를 인정한 규정이기 때문에 이번 사건에 유추적용될 수 없다고 봤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 제2민사부(재판장 이진혁 부장판사)는 전날 르노삼성자동차 주식회사가 르노삼성자동차노조와 노조위원장, 노조 영업지부장 등을 상대로 낸 방해금지가처분 신청에 대해 일부인용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현재 채무자들의 쟁의행위는 교섭대표노조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고 볼 수 없고, 그 목적의 정당성도 인정되기 어렵다"고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이 같은 법원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노조가 금지행위를 반복할 개연성이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르노삼성차 측의 간접강제(법원의 결정을 따르지 않았을 때의 손해배상 등 불이익을 예고하는 방법으로 채무자의 이행을 강제하는 것) 신청은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사업장 츨입 금지, 천막과 현수막 설치 금지, 소음 발생 금지 등 사측의 요청 대부분을 받아들였다.


법원은 먼저 새로운 교섭대표노조가 결정돼 쟁의행위에 대한 찬반투표가 가결될 때까지 노조가 경남 창원시 의창구 남면로에 위치한 르노삼성차 창원사업소와 인천시 부평구 부평북로에 위치한 르노삼성차 인천사업소에 출입하거나 소속 노조원이나 제3자를 출입하게 하지 못하도록 명령했다.


또 이들 사업소 내 고객용 주차장을 점거하거나 주요영업시설 및 부속시설에 천막 등 구조물을 설치하는 행위, 영업시간 중 6데시빌(dB) 이상의 소음을 일으키는 행위를 금지하고, 이미 설치된 천막 시설을 철거할 것을 명령했다.


또 법원은 르노삼성차나 회사 소속 임원들을 모욕하거나 신차 판매 사업이 철수하는 것처럼 허위 선전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설치하는 행위도 금지했다. 소송비용도 노조 측이 부담하도록 했다.


르노삼성차에는 현재 1700여명의 노조원이 소속된 대표노조인 르노삼성차 노조, 민주노총 산하 전국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르노삼성차 지회, 새미래 르노삼성차 노조(제3노조), 르노삼성차 영업·서비스 노조(제4노조) 등 4개의 복수노조가 존재한다.


사측은 지난해 1월 정비사업 부문을 포함한 인력 감축을 위해 희망퇴직을 수리했고, 인력 감축에 따라 창원사업소와 인천사업소 각 서비스 부문 사업의 운영을 올해 4월 30일 이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르노삼성차 노조는 올해 2월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쳐 파업을 결의했고, 4월 2일부터 쟁의행위를 시작, 사업소에 천막과 현수막을 설치하고 엠프시설물을 이용해 노동가를 재생하는 등 방법으로 쟁의행위를 이어왔다.


하지만 새미래 르노삼성차 노조는 지난 5월 말 교섭대표노조로 결정된 날로부터 1년 이내에 단체협약을 체결하지 못한 르노삼성차 노조에 대해 기득권을 포기하라는 입장문을 내고 사측에 교섭을 요구했다.


노동조합법 제29조의2(교섭창구 단일화 절차) 1항은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조직형태에 관계없이 근로자가 설립하거나 가입한 노동조합이 2개 이상인 경우 노동조합은 교섭대표노동조합을 정하여 교섭을 요구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또 같은 조 8항은 '노동조합의 교섭요구·참여 방법,교섭대표노동조합 결정을 위한 조합원 수 산정 기준 등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와 교섭비용 증가 방지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정했다.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14조의10(교섭대표노동조합의 지위 유지기간 등) 3항은 '법 제29조의2에 따라 결정된 교섭대표노동조합이 그 결정된 날부터 1년 동안 단체협약을 체결하지 못한 경우에는 어느 노동조합이든지 사용자에게 교섭을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측은 방해금지가처분 신청을 통해 ▲르노삼성차 노조가 지난해 5월 30일 교섭대표노조로 결정된 뒤 1년 동안 단체협약을 체결하지 못했고, 이후 새미래 노조와 영업·서비스 노조가 사측에 교섭 요청을 하며 교섭창구 단일화절차를 개시했으므로 르노삼성차 노조는 교섭대표노조로서의 지위를 상실했기 때문에 쟁의행위는 위법하며 ▲노조가 반발하고 있는 두 사업소의 각 서비스 부문 사업의 운영 중단은 경영주체에 의한 고도의 경영상 결단에 속하는 사항으로 단체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어 이를 이유로 한 쟁의행위 역시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고 ▲지난해 6월 2일 노조가 쟁의행위 중단을 지시했으므로 노조의 쟁의권 행사가 종료됐으며 ▲각 쟁의행위가 쟁의행위로서 수단·방법이 과도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노조 측은 ▲교섭창구단일화 절차 개시만으로 종전 교섭대표노조의 지위가 상실된다고 볼 수 없고 ▲쟁의행위의 목적은 전체적으로 평가해야 하고, 이번 쟁의행위는 단체협약 체결 및 사업소 폐쇄에 대항한 고용안정 쟁취를 주된 목적으로 하므로 정당하며 ▲노조가 지난해 6월 2일 쟁의행위를 종국적으로 종료하는 결정을 한 것이 아니고 ▲각 쟁의행위는 상당한 범위 내에서 이뤄졌다고 반박했다.


법원은 현행 노동조합법과 시행령 해석상 사측의 주장이 옳다고 봤다.


재판부는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14조의10 3항은 교섭대표노조가 사용자와 1년 동안 단체교섭을 했음에도 단체협약을 체결하지 못할 경우 새로운 교섭대표노조를 정할 수 있도록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재개하게 해 노조의 단체교섭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것에 취지가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따라서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14조의10 3항에 따라 1년 이내에 단체협약을 체결하지 못했고 새로운 노조가 사용자에게 교섭을 요구해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가 개시되는 경우에는 기존의 교섭대표노조는 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교섭대표노조로서의 지위를 상실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또 재판부는 "이 경우 지위를 상실한 기존의 교섭대표노조는 독자적으로 단체교섭권을 행사할 수 없고, 쟁의행위를 주도할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재판부는 '교섭대표노조의 지위 유지기간이 만료됐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교섭대표노조가 결정되지 못할 경우 기존 교섭대표노조는 새로운 교섭대표노조가 결정될 때까지 기존 단체협약의 이행과 관련하여 교섭대표노조의 지위를 유지한다' 고 정한 노조법 시행령 제14조의10 2항과 관련 "해당 조항은 기존 교섭대표노조의 지위에 관해 '이미 체결된 기존의 단체협약의 이행'과 관련하여 한정적으로 교섭대표노조의 지위를 유지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과 같이 아직 단체협약이 체결되지 않아 노조의 권리·의무관계를 설정하려는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쟁의행위에 나아갈 수 있는 경우에 유추적용될 수 있는 규정이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노조의 쟁의행위에 대해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사업부의 폐지와 같은 경영주체의 경영의사·결정에 의한 경영조직의 변경은 단체교섭사항이 될 수 없다"며 "또한 정리해고나 부서·조직의 통폐합 등 구조조정의 실시 여부 역시 경영주체에 의한 고도의 경영상 결단에 속하는 사항으로 원칙적으로 단체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전제했다.


이어 "그것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나 합리적인 이유 없이 불손한 의도로 추진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노조가 실질적으로 그 실시 자체를 반대하기 위해 쟁의행위로 나아간다면 비록 그 실시로 인해 근로자들의 지위나 근로조건의 변경이 필연적으로 수반된다 하더라도 그 쟁의행위는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는 기존 대법원 판례의 입장이다.


재판부는 "채무자들은 채권자의 사업소의 각 서비스 부문 사업의 운영 중단 결정 이후 쟁의행위로 나아갔다"며 "채무자들이 개시한 현수막의 내용과 채무자들의 주된 쟁의행위 장소가 운영 중단의 대상이 된 사업소인 점 등을 종합하면, 채무자들의 쟁의행위의 주된 목적은 채권자의 경영상 결단에 해당하는 서비스 부문 사업의 운영 중단 결정에 대한 반대에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채무자들이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채권자가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나 합리적인 이유 없이 불손한 의도로 추진되는 사업의 운영 중단을 결정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소명됐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르노삼성차 측의 가처분 신청 법률대리를 맡은 법률사무소 비·아이·엘의 장철희 변호사는 "복수노조 사업장에서 기존 대표노조가 대표노조로 결정된 날로부터 1년이 도과하도록 단체협약을 체결하지 못했을 때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14조의10 3항에 의해 다른 노조의 교섭요구가 있는 경우에는 교섭창구 단일화절차가 개시돼 대표노조로서의 지위를 상실하게 되는데,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14조의10 1항과 2항은 단체협약의 이행과 관련해서는 기존 대표노조의 지위를 유지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노조 측은 위 조항에 근거해 쟁의행위를 할 수 있다고 주장해 이번 사건에서는 위 규정의 해석이 쟁점화됐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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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재판부는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14조의10 1항과 2항을 유추적용해 교섭창구 단일화절차가 개시된 이후에도 단체협약을 전제로 한 쟁의행위를 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해석할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하며 노조의 주장을 배척하고 쟁의행위를 할 수 있는 권한을 상실한 것으로 해석했는데, 아마도 관련 쟁점에 관한 첫 번째 판결로 생각된다"고 이번 판결의 의의를 밝혔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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