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중국 상황 고스란히 담겨 있는 시진핑 연설문
중ㆍ미 갈등은 위기…14억 인민 뭉쳐 국난 돌파
단결ㆍ결집ㆍ중화민족ㆍ부흥 단어로 '민족주의와 애국주의' 강조
[아시아경제 베이징=조영신 특파원] 지난 1일 오전 8시(현지시간) 중국 베이징 톈안먼(천안문) 광장. 리커창 중국 총리가 공산당 100주년 행사 시작을 선언했다. 이어 축포와 함께 인민해방군 의장대가 톈안먼 광장을 가로질러 시진핑 공산당 총서기(중국 국가 주석) 앞에 도열하자, 의용군 행진곡과 함께 대형 오성홍기가 게양됐다. 중국 공산당 10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는 이렇게 시작했다.
이날 행사의 주인공인 시 총서기는 인민복을 입고 톈안문 광장 망루에 올라섰다. 이날 중국 전ㆍ현직 중국 지도부가 총출동했는데 인민복을 입은 이는 시 총서기뿐이었다.
행사 하이라이트는 시 총서기의 연설. 한 시간가량 이어진 시 총서기 연설문의 핵심 단어는 ‘단결’, ‘결집’, ‘중화민족’, ‘부흥’이다. 시 총서기는 연설 첫머리에 "당과 모든 민족(한족과 55개 소수민족)의 끊임없는 투쟁을 통해 100년의 목표를 달성했다"면서 ‘샤오캉 사회(모든 인민이 풍족한 삶을 누리는 사회)’를 공식 선언했다.
시 총서기는 그러면서 중국의 뼈아픈 ‘역사’를 언급했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국가로, 5000년 이상의 긴 문명 역사를 가지고 있고, 인류 문명 발전에 공헌한 국가였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근대 중국이 겪은 어려움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시 총서기는 아편전쟁으로 중국은 서구 제국주의로부터 굴욕을 당했고 전례 없는 재난을 겪었다고 했다. 중국 공산당이 창당할 수밖에 없었던 역사적 필연성과 인민이 단결하고 결집, 주요 2개국(G2) 반열에 올랐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치욕의 역사를 연설 서두에 꺼낸 것으로 보인다.
시 총서기는 연설에서 부흥이라는 단어를 유독 많이 사용했다. 그는 "중국 공산당과 인민이 중국의 부흥을 이끌었다"면서 "서구 제국주의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는 중국의 시대는 끝났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중화민족의 부흥을 실현하기 위해 인민이 단결하고 불굴의 투쟁을 통해 중국 특색 사회주의 건설이라는 위대한 업적을 달성했다고 자신했다. 중국 사회주의 체제의 우월성도 강조했다. 그는 "중국 공산당없이는 새로운 중국도 없고, 국가의 부흥도 없을 것"이라며 역사와 인민은 중국 공산당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 나은 삶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인민이 단결해야 미래를 창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중국 공산당과 인민을 분리하고 적대하려는 시도는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며 9500만 명의 당원과 14억 인민이 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 톤을 높였다.
시 총서기의 연설에는 현재 중국이 처해 있는 국제 상황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무역분쟁으로 시작된 미국과의 관계가 악화되면서 말 그대로 일촉즉발 상태다.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 등 서방 진영이 중국의 인권문제를 지적하며 압박하고 있다. 중국 편에 설 국가가 많다고 하지만 영향력 측면에서 보면 ‘글쎄요’다. 진실 여부를 떠나 코로나19 책임론까지 거론되면서 전 세계인의 미움도 사고 있다.
중국은 G2라는 훈장은 받았지만 그에 상응하는 명예는 얻지 못했다. 현재 중국의 국제적 위상이다. 중국 공산당 지도부 입장에서 보면 불안할 수밖에 없다. 중국 공산당이 의지할 곳은 결국 14억 인민뿐이다. 14억 인민이 결집하고 단결해야만(애국해야만) 공산당의 권력을 유지할 수 있다. 중화민족이라는 정치적 술어를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시 총서기의 연설문은 ‘100년 전 외세의 침략을 이겨냈듯 다시 한번 공산당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맞서 미국과 싸우자’로 요약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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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총서기의 연설은 국내 정치용인 만큼 큰 관심을 둘 필요는 없지만 중국 지도부의 지나친 ‘애국주의ㆍ민족주의’ 강조가 이웃나라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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