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맹주 사우디아라비아가 OPEC플러스(OPEC+) 회의에서 합의 도출에 실패한 것과 관련, 아랍에미리트(UAE)를 압박하고 나섰다.


4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압둘 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 에너지 장관은 이날 OPEC+ 회의에서 잇달아 합의안이 도출되지 않은 것과 관련해 UAE의 타협과 합리성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OPEC+는 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다. OPEC+는 지난 1, 2일 잇따라 회의를 열고 향후 산유량 계획을 논의했으나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OPEC+는 이례적으로 두 차례 회의를 연장해 5일 다시 한 번 모여 합의 도출을 시도한다.

압둘 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 에너지 장관  [사진 제공= 로이터연합뉴스]

압둘 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 에너지 장관 [사진 제공=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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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와 UAE 모두 증산에는 찬성하고 있다. UAE의 수하일 알 마즈루에이 에너지 장관은 4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OPEC+ 회원국 모두가 증산을 원한다"며 UAE도 증산에는 무조건적으로 찬성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현재 논의되고 있는 증산 계획에는 이견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OPEC+는 오는 8월부터 하루 산유량을 매달 40만배럴씩 늘려 12월까지 다섯 달 동안 총 200만배럴을 증산할 계획이다.

이견을 보이고 있는 대목은 580만배럴 감산 합의안 연장 여부다. OPEC+는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한 직후인 지난해 4월 회의에서 대규모 감산을 결정했다. 당시 2021년 1월부터 2022년 4월까지 하루 산유량을 580만배럴 줄이기로 했다. 지금도 580만배럴 감산은 적용되고 있으며 따라서 올해 12월 200만배럴 증산이 이뤄져도 실질적으로는 380만배럴을 감산하는 셈이다.


OPEC+는 현재 하반기 200만배럴을 증산하는 대신 내년 4월 종료 예정인 580만배럴 감산안을 내년 12월까지로 8개월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UAE는 바로 이 감산 연장안에 반대하고 있다.


UAE는 지난 몇 년새 생산능력을 크게 확대했다.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 2018년 10월 316만배럴이었던 하루 산유량을 지난해 4월 기준으로 384만배럴로 21.5% 늘렸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하면서 UAE는 생산능력 확대 효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 하고 있다. 이에 마즈루에이 UAE 에너지 장관은 UAE가 현재 OPEC+에서 가장 불리한 입장에 놓여있다고 주장하며 일단 증산을 결정하고 580만배럴 감산 연장 여부는 추후 논의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사우디는 증산과 580만배럴 감산 연장 여부를 함께 결정하기를 원하고 있다. 빈 살만 사우디 에너지 장관은 감산 완화 합의 시한 연장은 부수적인 의제가 아니라 논의의 토대가 되는 사안이라면서 지난 14개월간에 걸친 노력이 환상적인 결과를 가져왔으며 이런 성과를 유지하지 못한다면 부끄러운 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하일 알 마즈루에이 UAE 에너지 장관  [사진 제공= AP연합뉴스]

수하일 알 마즈루에이 UAE 에너지 장관 [사진 제공=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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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와 UAE의 갈등이 표면화되면서 최근 사우디와 UAE가 일련의 사건들에서 잇따라 충돌한 점도 다시 조명받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사우디와 UAE는 비밀리에 정치적 연합 계획을 추진할 정도로 끈끈한 관계를 유지했다. 사우디와 이란의 대리전 양상을 보이고 있는 예멘 내전에서도 사우디와 UAE는 힘을 합쳤다. 이란 정부의 지원을 받는 후티족 반군을 진압하기 위해 사우디는 2015년 UAE 등 수니파 9개국과 연합군을 구성해 예멘 내전에 개입했다. 하지만 2019년 UAE는 예멘 내전에 참전한 군을 대부분 철수시켰고 사우디는 외로운 싸움을 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렸다. 이후 예멘 남부 분리주의 세력인 남부과도위원회(STC)는 UAE의 지원을 받아 사우디의 지원을 받는 정부군과 충돌하기도 했다.


코로나19 대처 과정에서도 사우디와 UAE는 엇갈린 모습을 보였다. UAE는 중국과 백신 협력 협약을 맺고 자국민들에게 시노팜 백신을 접종하고 자국에서 시노팜 백신도 대량 생산하고 있다. 반면 사우디는 중국산 백신 접종을 승인하지 않았다. 또한 4일부터 델타 변이 확산을 막기 위해 UAE로에서 오는 관광객 입국을 금지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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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정치 전문가인 압둘칼레크 압둘라 교수는 "지난 40년간 UAE는 OPEC 내에서 사우디의 의견을 따랐지만 최근에는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힘을 과시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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