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가혹행위로 극단 선택, 보훈대상자 인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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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영남취재본부 주철인 기자] 군 복무 중 가혹행위를 견디지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한 병사를 보훈 보상대상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구고법 행정1부(김태현 부장판사)는 해병대 복무 중 극단적 선택을 한 A 병장의 유족이 대구지방보훈청장을 상대로 낸 '보훈 보상대상자 요건 비해당 결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취소하고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고 4일 밝혔다.

2005년 해병대에 입대한 A 병장은 제대를 앞둔 2007년 11월 대구의 한 건물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유족들은 대구보훈청에 국가유공자 등록을 신청했다.

그러나 대구보훈청이 A 병장은 국가 수호 등과 직접 관련이 있는 직무수행·교육훈련이 원인이 돼 사망했거나 그 밖의 직무수행 등이 인과관계가 돼 사망한 것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며 보훈 보상대상자(재해사망군경) 비해당 결정을 하자 소송을 냈다.


유족들은 소송에서 "선임병들로부터 심각한 수준의 구타·가혹행위를 당했고, 병장이 되고서도 후임병 대신 훈련에 참여하는 등 상당한 정도의 업무 하중에 따른 스트레스로 양극성 장애와 같은 질환이 발병·악화한 만큼 사망과 직무수행 사이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A 병장에게 정신질환을 발병시키거나 자해 사망에 이르게 할 만큼 과도한 업무 및 스트레스를 확인할 수 없고, 전역 직전에 극단적 선택을 한 점 등을 고려하면 전역과 관련한 생활 변화가 환경적 스트레스로 작용했을 것으로 추정한다"며 유족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 재판부는 "군 생활 중 구타, 인격 모욕적인 폭언·욕설 등 가혹행위를 당해 극심한 정신적 고통과 직무상 스트레스를 겪었고 이로 인해 정상적 인식능력이나 행위 선택 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볼 수 있어 직무수행과 사망 사이 상당한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망인이 건강한 상태로 해병대에 입대했고, 입대 전 정신질환을 앓은 병력이 있었다고 인정할 자료가 없는 만큼 복무 중 경험한 구타 및 가혹행위 등 환경이 과도한 스트레스로 작용해 A 병장의 정신질환 발병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이고, 사망 배후가 됐을 가능성이 크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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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영남취재본부 주철인 기자 lx9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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