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11일 남산 안중근 기념관서 새누리당 대선후보 도전
독립투사 상징하는 장소에서 '낡은 정치 세대교체' 포부 전해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편집자주‘정치, 그날엔…’은 주목해야 할 장면이나 사건, 인물과 관련한 ‘기억의 재소환’을 통해 한국 정치를 되돌아보는 연재 기획 코너입니다.

[정치, 그날엔…] 독립운동가와 대선 출사표, '경남 대망론' 김태호의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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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대통령 선거에서 경상남도에 정치적 기반이 있는 이들이 주목받은 이유는 한국 정치 특유의 지역 구도와 관련이 있다. 영남과 호남으로 양분된 지역 구도에서 경남의 정치적 맹주는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이는 인구 구성 때문이다.


전국 17개 광역 자치단체 가운데 인구가 가장 많은 곳은 경기도와 서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5월 현재 주민등록 기준 인구는 경기도 1348만명, 서울 957만명이다. 이들 지역과는 큰 격차로 사실상 공동 3위권 경쟁에 나선 지역이 있다.

부산과 경남이다. 부산은 336만명, 경남은 332만명이다. 정치에 관심이 많은 이도 경남 인구 규모를 실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현실 정치에서 경남의 인구는 대선 판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규모이다. 역대 대선에서 경남 출신 정치인들이 대선에서 승리(김영삼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2022년 대선 역시 경남도지사를 지낸 김두관 의원과 홍준표 의원이 각각 여야 대선후보 경쟁에 뛰어든 상태다. 김 의원과 홍 의원은 경남도지사를 지내기는 했지만 중앙 정치무대 경력도 만만치 않다. 경남에서 정치를 시작해 대선후보로 성장한 인물, 실질적인 의미의 ‘경남 대망론’에 더 잘 어울리는 인물은 3선 경남도지사를 지낸 정치인 김혁규다.

한나라당 출신인 정치인 김혁규는 열린우리당 입당이라는 승부수까지 띄웠지만 대통령의 꿈을 이루지는 못했다.


김태호 자유한국당 경남도지사 후보가2018년 5월 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경상남도 도지사 후보 초청 관훈토론회에서 기조발언을 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김태호 자유한국당 경남도지사 후보가2018년 5월 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경상남도 도지사 후보 초청 관훈토론회에서 기조발언을 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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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대선에서는 경남 대망론을 이어 받은 또 한 명의 다크호스가 등장했다. 경남도의회 의원과 거창군수를 지낸 김태호 전 경남지사이다. 당시 새누리당 경선에 참여한 인물 중 가장 젊은 50세의 나이에 대선 출사표를 던졌다.


정치인 김태호의 경쟁력은 2011년 4월 재보선에서 확인된 바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으로 유명한 정치인 김경수(현 경남도지사)와 경남 김해을에서 국회의원 자리를 놓고 격돌했다.


김해을은 노 전 대통령 고향이라는 상징성이 강한 곳으로 민주당 강세 지역이다. 경남도지사를 역임한 정치인 김태호는 이른바 험지에서 선전을 벌였고 결국 승리했다. 2011년 4월 재보선 승리 이듬해인 2012년 7월11일 대선 출사표를 던졌다.


주목할 부분은 그가 대선 출마를 선언한 장소가 서울 남산의 안중근 의사 기념관이라는 점이다. 그는 이곳에서 “낡은 정치의 세대교체를 선언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정치인 김태호는 2012년 7월1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장소 선택 배경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낡은 정치와의 싸움판도 결과적으로는 목숨을 건 싸움이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안중근 의사의 정신처럼 두려움 없이 그 한복판으로 뛰어 들어가겠다. 그런 강한 마음을 담은 자리다’ 이렇게 보시면 될 것 같다.”


지난 3월 26일 안중근의사기념관에서 열린 안중근 의사 순국 107주기 추모식.

지난 3월 26일 안중근의사기념관에서 열린 안중근 의사 순국 107주기 추모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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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 의사가 젊은 나이에 일제와 맞서며 한국의 독립을 위해 청춘을 바친 것처럼 현실 정치 변화를 위해 몸을 던지겠다는 다짐이다. 독립운동가 기념 공간에서 정치 대전환 포부를 밝히거나 대선 출사표를 던지는 것은 정치인들이 즐겨 사용하는 방법이다.


2007년 3월19일 정치인 손학규가 한나라당 탈당을 선언한 장소도 백범 기념관이다. 정치인 손학규가 한국 정치의 대전환에 대한 포부를 알리는 장소로 백범 기념관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독립운동가를 상징하는 공간에서 메시지를 전하는 것은 정치적 파급력을 증폭시키려는 포석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출사표를 던진 이후 어떤 행보를 보이느냐에 따라 정치적 시너지 효과가 판가름난다. 정치인 손학규와 김태호 모두 대선 판도를 흔드는 데는 성공했지만 최종 승자는 되지 못했다. 정치인 손학규는 현실 정치에서 물러났지만 정치인 김태호에게는 기회가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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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 각각 2007년과 2012년 대선에서 꿈을 이루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독립운동가를 상징하는 공간에서 정치적 메시지를 던지면서 대중의 시선을 모으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 이후 행보가 대중의 기대를 채워주지 못했기 때문 아닐까. 국민에게 존경 받는 독립운동가들을 상징하는 곳에서 나라를 다스리겠다는 포부를 밝혔다면 실제로 그런 역량을 지닌 정치 지도자라는 것을 본인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는 얘기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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