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규의 7전8기]일상으로의 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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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출근길. 종합일간지 하나를 손에 들고 신분당선에 오른다. 2019년 2월 서울회생법원으로 출근하면서 시작된 일상이다. 전철 안에서 종이신문을 보는 사람은 나 혼자다. 대부분 스마트폰을 보고 음악을 듣는다. 각자가 몰두하고 있는 것은 다르지만, 조용한 전철 안 풍경은 매일 똑같다. 서로의 일상은 보이지 않는 규칙에 따라 아무런 변화도 없이 늘 그렇게 시작된다.


평범한 아침의 시작은 작년 1월부터 조금씩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마스크를 착용하는 사람들이 한 사람씩 늘어나더니 어느새 마스크는 반드시 착용해야 하는 것이 됐고, 저녁 모임은 없어졌다. 얼마 후 저녁 모임이 허용되기는 했지만, 5인 이상 모임은 금지되고 그것도 10시까지만 가능했다. 코로나19로 일상이 깨진 것이다. 그리고 지금 간절하게 코로나19의 소멸과 일상으로의 회복을 염원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것은 자영업자다. 최근 대법원 통계월보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국 법원에 신청된 개인파산 건수는 1만 2055건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최근 5년 새 최다이다. 영업시간이 제한되고 일정 규모 이상의 모임이 금지됨으로써 자영업자들은 한계상황에 이르렀다. 자영업자의 타격으로 종업원 등 관련 종사자들 역시 실직으로 내몰리고 있다.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만 했을 뿐 한 달에 30만 원 이상 용돈을 써 본적이 없고, 신용카드라고는 단 한 번도 사용해 본 적이 없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신용불량자가 되고, 체납자가 되고, 개인파산자가 되어 버렸다.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빚이라는 거친 풍랑에 휩쓸려 무인도에 내던져진 것이다. 빚의 굴레에 빠진 분들의 소망도 일상으로의 회복이 아닐까.


개인들이 다시 일상으로 가는 수단으로 개인회생절차는 유용하다. 국회는 최근 개인회생절차를 이용할 수 있는 개인들의 범위를 확대하는 법 개정을 했다. 담보가 있는 개인회생채권은 10억원에서 15억원으로, 담보가 없는 개인회생채권은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개인회생절차를 이용할 수 있는 채권액을 상향한 것이다. 그동안 채무액이 개인회생 채무한도액을 초과해 일반적인 회생절차를 신청했으나 채권자들로부터 필요한 만큼의 동의를 얻지 못해 회생절차를 밟지 못한 채무자 또는 개인회생의 채무한도액이 낮은 탓에 아예 개인회생절차를 신청하지 못하고 있는 채무자도 개인회생절차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법 개정으로 코로나19로 어려움에 빠진 상당수의 자영업자들이 개인회생절차를 통해 일상으로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지친 일반 국민이나 빚에 눌린 개인들의 소망은 모두 소박하다. 일상으로의 회복. 그들이 바라는 것은 사회적인 명예도, 호화로운 집도, 무소불위의 권력도 아니다. 보통 사람처럼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살아가는 것. 누군가에게 쫓기지 않고 아무에게도 멸시받지 않고, 내가 하지 않은 무엇인가로 인해 비난받지 않는 것.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었을 때 먼저 헤어질 것을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것. 누군가가 좋아지는 것을 겁내지 않아도 되는 것(김의경의 ‘청춘파산’ 중에서). 다행히 다음 달부터는 일상으로의 회복이 시작된다는 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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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규 서울회생법원 부장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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