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경제학 교수 4인 용역보고서
'한은 설립목적에 고용안정 추가 방안에 대한 종합검토'

[단독]한국은행 용역보고서 "고용안정, 한은 책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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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목표에 고용상황까지 추가, 바람직하지 않아"

효과 없고 부작용만 클 수 있어

인플레이션·부동산 등 자산가격 폭등 유발, 부채도 문제


韓, 고용경직성 커 통화정책 영향 미미

한은 독립성 침해 우려도

"고용안정 추가하려면 한은에 LTV·DTI 권한도 함께 줘야"

[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장세희 기자] 한국은행 용역보고서에서 '물가·금융안정 외에 고용상황까지 고려해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왔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세계적으로 '적극적으로 돈을 푸는 중앙은행'이 유행이 됐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까지 고용을 통화정책 우선순위로 삼으면서 한은이 운용목적에 ‘고용안정’을 추가할지가 관심을 모았지만 연구용역에선 '효과는 없고 부작용만 클 수 있다'고 했다. 특히 보고서에는 우리나라 고용의 경직성이 커 통화정책으로 다루기가 어렵다는 내용도 담겨 눈길을 끌었다.

30일 아시아경제가 국회에서 입수한 ‘한은 설립목적에 고용안정 추가 방안에 대한 종합검토’ 용역보고서에 따르면 경제학 교수 4명은 "통화정책은 고용에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며 "고용목표를 중앙은행 책무에 넣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는 김진일·신관호(이상 고려대), 장용성(서울대), 하준경(한양대) 경제학과 교수 등이 참여했다.


인플레이션 자극·독립성 훼손 우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고용안정을 한은의 책무에 추가할 경우 ‘인플레이션’이 우려된다고 이구동성으로 지적했다. 부진에 빠진 고용시장을 고려해 돈을 계속 풀면 인플레가 올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실업률은 낮은데 집값은 높은 상황에서 고용에 초점을 둬 돈을 풀면 집값이 더 오를 수밖에 없다.


장 교수는 "앞으로도 인플레가 오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하기 어렵다"며 "공급측면에서 충격이 발생하면 물가·실업률을 둘다 놓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준금리가 0.50%까지 떨어진 가운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2.6%까지 뛰었다. 고용시장을 살리려다 부동산이나 주가 거품만 만들 수 있다는 점도 위험 요소다. 보고서에 따르면 고용안정을 목표로 추가한 호주·캐나다·뉴질랜드·노르웨이 등에서 가계부채가 급증했다. 고용을 목표에 넣지 않은 한국에선 이미 가계부채비율이 국내총생산(GDP)의 100%를 넘었다.


한은법에 목표가 추가되면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침해될 가능성도 커진다. 정치적 이유에 따라 한은에 계속해서 돈을 풀어야 한다는 압박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고용경직성, 통화정책효과 떨어뜨려

전문가들은 한국의 고용시장 규조가 유연하지 않다는 점도 제기했다. 연구에 따르면 GDP대비 고용률 변동성은 한국(0.38)이 미국(0.73)의 절반 수준이었다. 같은 크기의 불황이 와도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변화는 미국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는 뜻이다. 불황에 대응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얘기다. 장 교수는 "한국 경제에서 생산과 고용간 동조성은 매우 낮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중앙은행에 고용에 대한 부담을 지우는 대신, 민간에서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추가 일자리는 규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해 새로운 산업영역에서 만들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정책수단도 없는 상황에서 고용목적만 추가하면 (정치적으로 해석되며)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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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정을 직접 투입해 일자리를 만들기보다는 규제완화와 노동비용 감소 등의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는 하반기에도 추가 재정투입을 통해 15만개 일자리를 창출할 계획이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장세희 기자 jangsa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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